위임목사 청빙 공고를 낸 목민교회는 "현재 위임목사로 시무 중인 목사의 지원은 사절한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위임목사는 지교회의 청빙으로 노회의 위임을 받은 목사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헌법 5장(목사) 27조 1항 일부이다. 위임목사는 '종신직'이다. 한 번 위임받으면, 개인 사정 또는 윤리적·도덕적 문제가 없는 한 은퇴할 때까지 해당 교회에서 시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본인이 원할 경우 언제든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무하는 교회보다 규모가 더 크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교회로 자리를 옮기는 위임목사도 적지 않다. 목사를 청빙하려는 교회 입장에서도 '검증'된 사람을 원한다. 한국교회에서 청빙 과정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청빙받아 가는 목사가 담임하던 교회 교인들은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끼는 일도 벌어진다.

예장통합 소속 목민교회(김동엽 목사)는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내렸다. 목민교회는 9월 24일 교단지 <한국기독공보>에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냈다. 서울 신정동에 있는 목민교회는 교인 수가 7,000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1980년 김동엽 목사 부임 이후, 지역사회 섬김을 실천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목민교회 청빙 공고에는 자격, 제출 서류, 제출 기한, 제출처 등 기본 사항이 담겨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참고 사항란에 "현재 위임목사로 시무 중인 목사의 지원은 사절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미 다른 교회의 담임목사로 있는 목회자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목민교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목민교회 청빙위원장 이기철 장로는 9월 2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임받은 목사는 그 교회와 결혼한 분과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데려올 수 있겠는가. (위임목사를) 뺏으면 안 된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청빙 공고에 따라, 목민교회는 담임 목회를 하지 않는 목회자를 뽑아야 한다. 부목사, 기관 목사, 선교사, 신학대 교수 등이 해당된다. 위임목사에 비해 목회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는데, 이에 따른 우려는 없을까. 이 장로는 "누구든지 교회에 와서 학습하며 성장하는 게 아닌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용히 (청빙)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민교회에서 37년간 시무해 온 김동엽 목사는 내년 은퇴할 예정이다. 예장통합 98회 총회장을 지내는 등 교단 정치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김 목사의 자녀도 현재 목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교단의 세습방지법과 별개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할 생각은 해 본 적 없는지 물었다. 이 장로는 "원래부터 그런 생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목민교회 청빙 공고는 교단 안에서 신선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한 관계자는 "상당히 건강한 청빙 공고라고 본다. '위임목사'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한곳에 뿌리내려야 할 목사들이 조건에 따라 옮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경종을 울리는 한편, 부목사, 기관 목사, 선교사에게도 위로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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