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가 따로 없었다."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교인 A는 6월 4일 주일을 '눈물바다'로 기억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담임목사를 떠나보내는 환송회가 열렸던 날이다. A는 송별회 당시의 슬픔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사회를 보던 젊은 교인도 눈물을 흘렸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가 1년 만에 외국에 있는 한인 교회로 떠난 후, 갑작스럽게 부임해 6년 반을 동고동락한 목사였다. 교인들이 얼마나 슬펐겠는가. 교회 체육대회가 열린 5월 7일까지도 더 친밀하고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격려하던 목사가 한 달 만에 사임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미자립 교회였기에 사례비도 제대로 드릴 수 없던 현실이 유독 미안했던 날이었다."

담임목사와 눈물로 이별한 지 한 주도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교인 수가 10배 이상 많은 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되었다는 것이다. 교인 B는 담임목사가 다른 교회로 갔다는 사실을 친구에게서 들었다. B는 "송별회를 진행하고 몇 달 뒤도 아니고, 바로 다음 주인 6월 11일에 청빙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들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표현밖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현교회(김경원 목사) 담임으로 청빙된 이상화 목사가 시무했던 ㄷ교회 이야기다. 이 목사는 ㄷ교회를 시무하며 제자 훈련과 건강한 교회, 도시 속 청년 사역 등에 힘썼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이건영 대표회장)에서 사무총장 등으로 20년 이상 활동한 교회 운동가였고, 고 옥한흠 목사 제자로 참목회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었다. 교인 C는 "평소 이 목사가 강조했던 내용과 그의 선택에 괴리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ㄷ교회는 당회가 없는 미조직 교회다. 교회는 '비전위원회'를 만들어 사역과 관련한 주요 안건을 논의해 왔다. 이상화 목사가 비전위원회에 사임하겠다고 알린 시점은 공식 사임 한 달 전인 5월 4일이었다. 이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담당하는 기관 사역도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며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교인 A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이상화 목사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갱협 등 기관에서 감당해야 할 사역이 많다고 말했다. 고 옥한흠 목사가 '이 목사는 담임 목회를 하지 말고 은사가 있는 기관 사역에 힘쓰라'고 이야기했다는 말까지 꺼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도 말했지만, 당시에는 기관 사역에 힘쓰겠다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교인도 이상화 목사가 사임하는 이유가 기관 사역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목사가 사임 후에도 ㄷ교회에 적을 두겠다고 말했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상화 목사는 예장합동 서울노회 소속이지만, 교갱협은 교단 소속 기관이 아니다. 이 목사가 교갱협에서만 활동한다면 무임(無任)목사가 되어 노회에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없다. ㄷ교회에 적을 두어야 노회에서 활동할 수 있다.

교인들이 이상화 목사가 기관 사역을 위해 떠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또 있다. C는 "3월 진행한 대학부 수련회에서 이 목사가 '20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설교하는데 다른 교회 청년에게 설교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ㄷ교회는 청년층이 주요 사역 대상인데, 이 목사가 교회 대학생들이 다른 교회 교인인 것처럼 느껴져 목회를 이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담임목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대 사역은 젊은 강도사에게 맡기면 어떤지 물었다. 150명 정도 교인이 모이는 교회에서 20대 초반 대학생들은 강도사가 담당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교인은 '6년 넘게 사역했으니 안식년을 다녀오라'고 제의하기도 했다. 이런 제안에도 이상화 목사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이 목사가 마음을 굳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목사도 교회를 떠날 수 있다. ㄷ교회 몇몇 교인이 실망한 이유는 이상화 목사가 교회를 갑작스럽게 떠나서가 아니다. 이 목사가 수천 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 담임으로 바로 청빙되었기 때문이다. 교인들이 보기에 이 목사의 청빙은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이상화 목사는 5월 14일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임과 동시에 교인 30여 명이 출석하는 ㄱ교회와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인들은 이 목사 제안에 동의했다.

합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합병할 ㄱ교회 D 목사가 5월 21일 ㄷ교회 교인들과 인사했고, 28일 공동의회를 거쳐 두 교회는 하나가 되었다. 6월 4일 이상화 목사 송별회가 열렸고, 6월 11일 이상화 목사는 서현교회 공동의회 결의로 후임 목사로 청빙됐다.

서현교회, ㄷ교회, ㄱ교회 담임 목회자들은 오랜 지인이다. 서현교회 김경원 목사는 고 옥한흠 목사를 이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교갱협 대표회장을 지냈다. 이상화 목사는 이 기간 교갱협 사무총장을 맡았다. D 목사는 이상화 목사가 안수받은 ㄴ교회 담임목사 아들이고, 청년부에서 함께 사역했다.

사임과 합병, 청빙이 짜 맞춘 것처럼 척척 진행됐다. 교인 A는 "목사 사임과 청빙에서 일어난 일들을 교인들이 가장 나중에 알게 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목사들끼리 이어진 연결 고리로 편리하게 결정한 후, 충격을 받은 교인들에게 해명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ㄷ교회는 원래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교회였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에 예장합동 서울노회에 가입했다. 당시에는 강도사 목사 안수를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서현교회도 서울노회 소속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서울노회에 가입한 것도 미리 입을 맞춘 것은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이상화 목사가 그동안 제자 훈련을 강조한 것도 자기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 목사는 신학대학교에서 소그룹 관련 강의를 한다. 제자 훈련을 강조하는 교회로 가면 150명이 모이는 교회에서 몇 기수가 제자 훈련을 수료했다는 것으로 이력서에 한 줄 더 넣을 수 있다.

나는 원래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 목사 사임 과정에서 경험한 배신감이 목회자 불신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

기자는 7월 22일 서울 명동에 있는 ㄷ교회 카페에서 이상화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목사는 "ㄷ교회 사임과 합병, 서현교회 청빙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에 사임과 청빙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제보한 교인들에 대해서는 "목사가 갑자기 떠난 것에 대한 섭섭함이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해 보았다.

"규모가 작은 교회 담임목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민을 교인들에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전위원회에 있는 리더들에게는 내가 지난해부터 사역이 힘에 부친다고 말해 왔다. 그러다 3월 열린 대학부 수련회에서 청년들의 마음이 그려지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ㄷ교회는 청년들을 위한 문화 사역과 자립을 돕는 일들을 진행해 왔다. 세대 차이를 느끼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역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청년 사역에 적합한 인물이 ㄷ교회를 이끌도록 사임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교인들과 힘들게 사역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목사가 사임한다고 하니 충격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서현교회로 가기 위해 사임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나는 어떠한 결과가 있을지 몰랐다. 내가 사임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서현교회 당회가 최종 후보를 결정하기도 전이다. 교인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기관 사역을 이야기한 것만 기억에 남아서 더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지방에 있는 교회 몇 곳에서도 청빙 제의가 있었다. 대학교로 갈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서현교회로 가겠다는 생각만으로 사임한 것은 아니다.

서울노회에 가입한 사실을 두고 몇몇 교인이 오해한 것 같다. 그동안 교단이 필요하다는 교인들 요청도 있었다. 교회를 소개할 때, 소속이 없다고 하면 이단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속한 서울노회에 가입했다.

명동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사역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말이면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ㄷ교회로 가도록 이야기해 달라'고 지방에 있는 교회에 연락해야 한다. 홀로 사는 청년들을 위해 매주 월요일 반찬 나눔 사역도 진행했다. 높은 주거 비용으로 고생하는 대학생을 위해 학사도 운영했다. 교회가 주요 사역으로 여기는 카페 운영은 대학부 학생들에게 맡겨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면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자 훈련을 하고 교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일도 이제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사역의 열매가 맺히려고 하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ㄷ교회에서는 내가 마음껏 유영하며 지낼 수 있다. 오히려 서현교회로 가면 새로운 관계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굳이 내가 떠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ㄷ교회를 위해 사임했고, 서현교회에서 불러 주셔서 갔다. 모든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ㄷ교회 사임과 청빙 과정에서 불법은 전혀 없었다."

이상화 목사 말대로 청빙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 서현교회는 3월 ＜기독신문＞에 담임목사 청빙 후보를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특이한 사실은 이력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현교회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고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광고했다. 이상화 목사에 따르면, 그는 서현교회 청빙을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다른 목회자에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4월 마감 날짜에 맞춰 후보로 추천됐다. 서현교회는 5월 말 이상화 목사 외 2인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시기를 맞춰 보면, 이상화 목사는 서현교회 담임목사에 지원한 후 최종 후보로 낙점되기 전 ㄷ교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 된다. 청빙이 완전히 결정된 후 교인들에게 이야기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는 서현교회에 지원해 놓고도 교인들에게 사임을 알릴 때 기관 사역과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어떠한 말 맞추기도 없었다고 했다. 서현교회 김경원 목사는 7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첫 청빙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당회 인준을 거친 교회 부목사 출신인 목회자가 교인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이후 이런 뜻을 내려놓았다. 청빙위를 구성해 추천을 통해 청빙하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현교회 청빙위는 장로와 안수집사, 권사 7인으로 구성됐다. 청빙위는 추천받은 63명의 목회자 중 15명을 1차 후보로 사정(査定)해 이력서와 목회 계획서 등을 받았다. 서류 전형으로 후보를 6명으로 줄였고, 청빙위는 김 목사와 함께 후보자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후 청빙위 투표로 최종 후보 3명이 결정됐다. 이상화 목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당회는 청빙위가 정한 최종 후보 3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상화 목사가 추천되었다고 들어서 내심 이 목사가 최종 후보가 되기를 바라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청빙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면접도 '목사 면접은 목사가 봐야 한다'고 청빙위가 이야기해 그대로 했을 따름이다.

이 목사는 기관 사역만 했기 때문에 우리 교인들은 이 목사를 잘 모른다. 장로 몇 명만 알 것이다. 당회가 청빙 후보를 5월 28일 확정했고, 6월 4일 교인들에게 이상화 목사를 후보로 공동의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나중에 한 집사에게 들어 보니, 공지가 나가자 교인들이 인터넷으로 많이 알아봤다고 했다. 요새 교인들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지 않는가.

주변에서 교갱협 목사들이 입을 맞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한국교회에 본이 될 청빙 과정을 남기고자 추천제로 후보를 받았다. 나는 이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는 ㄷ교회 교인들도 이상화 목사의 상황은 이해한다고 말한다. 교인들도 직장을 옮길 때,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자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B는 "내가 속이 너무 좁은 것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교인들을 속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분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를 이직할 때도 나가면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나. 하지만 이 목사는 끝까지 다른 교회 청빙과 관련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기관 사역만 한다고 해서 많은 교인이 우리가 담임목사를 잘 섬기지 못해서 떠나는 것 아니냐며 미안해했다. 목사와 교인 관계가 일반 직장 동료 관계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A는 다른 교회 청빙받아 가는 목사들이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옮기는 점을 지적했다.

"나는 주님께서 우리를 낮은 곳으로 부르신다고 생각한다. 목사들도 그렇게 설교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정말 험하고 어려운 곳,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으로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영전하고 승진하면서 험한 곳으로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더 나은 환경으로 가는데, 험한 길을 걷는다고 말한다. 그냥 솔직하게 대형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간다고 말하면 좋겠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포항제일교회 이상학 목사와 ㄷ교회 이상화 목사의 석연찮은 청빙 과정. 몰래 진행된 청빙에 교인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한국교회가 이런 청빙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교인들 말대로 다른 교회에 지원한 것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정말 이런 방법밖에 없는 걸까. 직장이 아닌 교회, 한 공동체에서 위임을 받은 목사가 말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한국교회 만연한 청빙 제도의 문제점과 위임목사 제도의 허점, 그리고 정말 대안은 없는 것인지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