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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신축도 임직 헌금도 싫다는 목사
[인터뷰] 덕풍교회 최헌영 목사 "상식이 일상 되는 교회 됐으면"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7.06.0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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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교회는 임직할 때 헌금을 내는 관행을 깨트렸다. 사진 제공 덕풍교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국교회 임직식 헌금 문화는 교파와 교회 규모를 넘어 퍼져 있다. 교회에서 장로·권사 등 직분을 맡게 된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내는 임직 헌금은, 어느 순간부터 "직분을 받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변질됐다.

경기도 하남시 덕풍교회(최헌영 목사)는 3년 전 임직 헌금 관행을 깨트렸다. 2008년 교회에 부임한 최헌영 목사는 2014년 12월 임직식을 앞두고 헌금을 받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직분자가 헌금 내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 있고, 최 목사 자신도 교회에 부임할 때 헌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

장로뿐만 아니라 임직 당사자도 당혹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는 장로 임직자 1,000만 원, 안수집사·권사 임직자는 500만 원을 헌금했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임직 헌금을 내고 싶으면 '무기명'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사 5명, 안수집사 4명은 헌금 강요가 없는 상황에서 '직분'을 얻었다.

설계도 나왔는데 건축 포기
'누구 위한 예배당인가'
주민 불안해하자 '십자가' 철거

최헌영 목사는 예배당 신축과 임직 헌금을 마다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덕풍교회는 1979년 출발했다.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교회였다. 이 교회에서 교육·전임전도사와 부목사를 지낸 최헌영 목사가 위임목사로 오면서 작은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임직 헌금을 거부한 밑바탕에는 '부담'이 깔려 있다. 최 목사는 교인들에게 헌금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부임 이후 지금까지 헌금을 주제로 딱 한 번 설교했다. 매달 1일, 1만 원씩 모아 선교 사역을 하자고 권면한 게 전부다. 해마다 선교 헌금 약 1,200만 원이 쌓였다. 이 헌금으로 지역 아이들에게 무기명으로 장학금을 주고, 개척 교회도 돕는다.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재정 투명성을 위한 노력은 기본이다. 재정은 담당 교인들이 관리하며, 최 목사는 일일이 재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분기별로 열리는 제직회에서 재정은 낱낱이 공개한다.

덕풍교회는 현재 상가 2·3층을 사용하고 있다. 2층은 사무실, 식당,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한다. 3층은 예배당이다. 2013년경 지역 개발에 발맞춰 예배당을 신축할 예정이었지만, 최 목사 제안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빚을 내서라도 무리하게 예배당을 짓는 한국교회 현실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5월 31일 덕풍교회에서 만난 최헌영 목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설계도도 나오고 건축 허가까지 떨어졌어요. 당시 (공사 비용은) 10억 정도 드는 걸로 나왔어요. 은행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누구를 위한 건축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직자 회의에서 차라리 (지금 사용 중인) 상가 2층을 매입하되, 매입 비용은 기존 교육관 임대료로 충당하자고 제안했어요. 따로 (건축) 헌금할 필요도 없으니까 교인들 반응도 좋았어요. 아마 예배당을 신축했으면 예상 비용보다 더 들었을 거예요."

2층 매입과 함께 운도 따랐다. 상가 앞에 공원이 조성되고 넓은 도로까지 생겼다. 도로 바로 옆에는 덕풍천이 흐른다. 무리하게 빚내 예배당을 이전했다면 이런 환경은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남시 덕풍교회는 예배당 신축을 접고 상가 2·3층을 사용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신축을 포기한 대신 감내할 것도 있다. 교회 2층 바로 왼편에 6평 남짓한 '사무실'이 있다는 점이다. 책상 두 개와 서재 등이 놓여 있다. 최 목사는 이 공간을 부목사 1명, 전도사 2명과 함께 사용한다. 개인 집무실이자 공용 사무실인 셈이다. 새 예배당을 지었다면 지금쯤 번듯한 '당회장실'에서 집무를 봤을 것이다. 함께 사용하지만 불편은 없다. 김주선 부목사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적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2층 사무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최 목사는 사무실로 출근한다. 주일예배, 새벽 예배 등 한 주에 준비해야 할 설교만 10편이다. '성실'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벅차다. 교인들은 좋다. 평일에도 교회에 가면 담임목사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최 목사는 교인과 나눈 중요한 이야기는 메모해 놓고 나중에 다시 확인하는 게 습관이다.

목회 철학 중 하나는 '지역에 불편을 주지 말자'다. 상가 옥상에 교회 '십자가 탑'이 설치돼 있었다. 오래돼서 그런지 몰라도 바람이 심하게 불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교회 바로 뒤편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은 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최 목사는 2012년 제직회에서 '십자가 탑 철거' 안건을 제시했다. 교인들은 망설였다. 최 목사는 탑은 상징적일 뿐이며 사람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안건이 통과된 바로 다음 날 탑을 철거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덕풍교회에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지역 아이들과 '즐거운 토요일’
전도보다 미래 세대 위해 '투자’
사역 1순위 부흥 아닌 '성실'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덕풍교회

덕풍교회는 토요일이 되면 시끌벅적해진다. '사회 선교' 일환으로 5년째 '즐거운 토요일'(즐토)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명절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에서 3시까지 동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단순히 전도가 목적은 아니다. 교회가 지역에서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하남시도 즐토를 지원하고 있다. 동네 아이 20~30명이 꾸준히 참석하는데, 이 중 덕풍교회에 다니는 아이는 20%밖에 안 된다.

프로그램은 42주간 진행된다. 강사 8명이 미술 놀이, 음악 놀이, 종이접기, 공작, 비누 만들기, 운동, 영화 시청 등 프로그램을 맡는다. 부모님께 사전 허락을 받아 박물관과 도서관, 서점 등도 견학한다. 사회 선교를 담당하는 김주선 목사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게 즐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토요일이 되면 최헌영 목사도 덩달아 분주하다. 아이들과 함께 교회를 방문한 엄마들을 위해 원두커피를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덕풍교회는 올해 NGO '덕풍동마을쟁이'도 설립했다. 마을 벽화 그리기를 시작으로, 폐식용유로 비누 만들기, 폐현수막으로 에코백 만들기 등 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5월 28일에는 '생명을 보듬는 청소년'이라는 주제로 자살 예방 걷기 축제를 진행했다. 걷기 축제에는 하남시가정지원센터·하남시자원봉사센터·하남시정신보건증진센터 등도 참여했다. 최 목사는 "우리 교회가 커지는 것보다 지역과 함께 가는 걸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남시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는 하지만, 사회 선교에는 적잖은 교회 예산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교육, 사회 선교 예산은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김주선 목사는 "담임목사와 교인을 정말 잘 만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 교회에 있을 때 같은 사역을 추진한 적 있어요. 목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장로님들이 싫어할 거라면서 난색을 표했어요. 덕풍교회는 다르더라고요. 보고서 한 장 내라는 말씀 없이, 바로 진행하라고 했어요. 장로님들도 적극 도와주시고요. 이렇게 지원해 주면 (부교역자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주종 관계'로 그려질 때가 많지만, 덕풍교회는 예외다. '한 팀'으로 인식하고 상호 협조한다. 이 역시 최 목사의 목회 철학 중 하나다. 서로 '성실'하게 사역하되 결과를 놓고 따지지 않는다. 교인 수만 늘리는 부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님이 '담임목사는 부교역자, 교인과 어깨동무하고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 있어요. 담임은 같이 걸어가는 리더라고 했어요. 그래야 보폭을 좁힐 수도 있고, 때로는 끌고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교역자든 교인이든 공동체원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어요."

전임자와의 갈등, 후임자 하기 나름
"예배와 삶의 자리 일치가 중요"

인터뷰 이후 김주선 목사(사진 왼쪽)와 최헌영 목사가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덕풍교회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아이들까지 합쳐서 매주 150여 명 출석한다. 비교적 안정을 찾은 현재와 달리 '흙길'을 걸을 때도 있었다. 최 목사는 2008년 부임 후 몇 년간 원로목사와 어색한 관계를 유지했다. 교인들과 원로목사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일을 겪었지만, 최 목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마음을 다해 전임자를 대우했다. 명절과 생일이 되면 전임자를 찾아가고, 전임자가 교회에 올 때마다 강대상을 내어 줬다.

"(전임자와의 관계는) 후임자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성도들이 싫어한다고 해도, 자기 목회를 위해서라도 전임자 예우는 정확하고 보기 좋게 해 드려야 한다고 봐요. 물론 때로는 화도 나고, 몸도 안 좋아지기도 했지만, 결국 끝이 났거든요. 사람의 도리로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교회가 평안해지니까요. 만일 목사가 설교 시간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해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면 어떨까요. 삶의 자리와 예배가 일치되지 않으면 교인들은 (목사를) 따르지 않아요. 믿음이 삶으로 드러나야 강단의 권위도 선다고 생각해요."

유독 성실을 강조하는 최헌영 목사는 서울장신대 이명웅 교수(조직신학)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장신대를 나온 이 교수는 1990년부터 서울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수님은 무얼 시작하면 끝까지 하라고 말씀했어요. '교회에 가면 쫓겨나지 않는 이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좋은 자리를 제안받아도 마다해라. 날름 가는 그런 사람 되지 말아라', '원칙에 충실하고 성실하라', '때로는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어요. 그분의 생각과 가르침 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아가려고 해요. 주위에서는 교수님과 제 외모가 닮았다고 하는데(웃음), 내면의 모습을 더 닮아 가려 해요."

덕풍교회와 최 목사의 꿈은 '부흥'도 '명예'도 아니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교회가 되고, 지금처럼 뒤에서 묵묵히 마을과 지역을 섬기는 것이다. 최 목사는 "상식이 일상이 되는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덕풍교회 사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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