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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고 보는 '진중 세례'는 비신학적"
[인터뷰] 이호열 전 국방부 군종정책실장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7.08.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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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입대하는 20만 장병 중 14만 명이 세례를 받는다. 그래서 2035년이 되면 우리 국민의 75%, 3,700만 명이 기독교인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사령관이 지난해 6월 교회 간증에서 한 말이다. 군 훈련병에게 주는 세례를 통해 기독교인을 늘린다는 취지다. 3,700만 명은 세례를 받은 군인이 4인 가족을 이룬다는 가정하에 나온 수치다.

군 복음화 비전은 박 사령관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다. 군 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군선교연합회·곽선희 이사장)도 20년 전부터 '비전 2020 운동'을 해 오고 있다. 군 세례를 통해 2020년까지 기독교인을 3,5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비전 2020 운동은 1996년 시작됐다. 군선교연합회에 따르면 20년간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장병은 300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말 개신교 인구가 120만 명 증가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군선교연합회는 "진중 세례 덕"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훈련병이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다. 그러나 세례받은 훈련병이 기독교인 정체성을 가지고 신앙생활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는 진중 세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방부 군종정책실장을 지낸 이호열 목사(연합선교교회)는 세례를 남발하는 비전 2020운동에 대해 진작에 폐기했어야 할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군 특성을 이용해 세례를 주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진중 세례를 입교식으로 대체하고,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교육을 한 다음 세례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는 군종 병과에서 가장 높은 계급에 해당하는 대령까지 올랐다. 30년간 군종목사로 복무하고 2016년 전역했다. 그는 현역 시절 물량주의를 앞세운 군 선교를 지양하고 시대와 청년 눈높이에 맞춘 선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년과 장병 선교>(예솔)라는 책도 펴냈다.

군 선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8월 10일 이호열 목사를 직접 만나 물었다. 인터뷰는 대전 유성에 있는 카페에서 진행했다.

이호열 목사는 군종으로서는 가장 높은 계급인 대령까지 올랐다. 그는 민간 군 선교 단체들이 물량주의적인 전도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최근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그분도 교회 열심히 다닌 분이다. 개인적으로 아는데, 인격적으로 상당히 훌륭했던 분이다. 육사 동기들도 동기생 중 인격적으로 제일 훌륭하다고 평가했던 분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터지니 주변에서 너무 당혹스러워한다.

- 군선교연합회는 2020년까지 3,500만 명을 복음화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현역에 있을 때 비전 2020 운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전 2020 운동은 신학적으로도, 방법론적으로도 맞지 않다. 역사적으로 숫자에 초점을 맞춘 (군 선교) 운동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숫자를 앞세운다는 것은 다수를 점해서 영향을 발휘하자는 말인데, 어떻게 신학적일 수 있나. 수를 많이 만들어서 사회를 주도하자는 것 아닌가. 비신학적이다.

20년 동안 그렇게 세례를 많이 줬는데도 개신교 인구가 1,000만을 겨우 넘을까 말까 한다. (3,500만 명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 아닌가. 일반 기업에서도 프로젝트를 하면 매년 잘되는지 점검하고 안 되면 수정한다. 군선교연합회는 20년 동안 아무런 수정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아니면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비전 2020 운동을)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 군종목사들은 비전 2020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군 선교 단체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군종장교들의 업무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군종장교들은 초창기부터 이 운동을 반대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래서 군선교연합회와 군종장교 간에 갈등이 많았다. 비전 2020 운동은 군종 병과 내부도 분열시킨다. 공격적으로 전도하겠다는데 다른 종교의 군종 장교들이 좋아하겠는가. 서로 적대시하게 된다. 대놓고 싸우지 않지만, 협력이 안 된다. 그러면 군종 병과를 용인해 주는 국민이 손해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것이다.

군종은 기본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고, 병사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정신 건강을 돌본다. 넓게 봐서는 목양일 수 있지만, 민간 교회가 기대하는 바를 그대로 할 수는 없다. 군종은 국가공무원이고, 100%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신앙인만의 기대를 충족할 수는 없다.

- 흔히 군대를 '선교의 황금 어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양적인 측면에서 일리가 있는 표현이라고 본다. 군대만큼 많은 청년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없다. 갓 입대한 장병들은 정신적·심리적 위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교에) 용이한 환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 보면 단순하지 않다. 입대한 청년들도 다원화된 사회에서 생활하다 온 이들이다. 절대 진리를 말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만큼 황금 어장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1인 1종교 갖기 운동'이 있었다. 타인을 더 배려하고, 전투 악조건하에서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갖고, 신을 믿고 전장에 뛰어드는 차원에서 '신앙 전력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종교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의자유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 현재의 군 선교 방식은 '선세례 후양육'이다. 초코파이나 햄버거를 주기 때문에 병사들은 세례받으러 온다. 양육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다. 세례를 받은 훈련병은 '기독교인'으로 편입시킨다.

세례를 받은 훈련병을 기독교인으로 편입하면 안 된다. 어떤 시대에도 선세례라는 건 없었다. 기독교에서 세례는 너무 중요한 의식이다. 일단 주고 보자는 건 위험성이 내포된 주장이다. 그것을 보완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그 의미를 희석화하고 우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세례 시기를 늦춰야 한다. 지금 훈련소에서 거행되는 진중 세례식을 '입교식'으로 대체해야 한다. 입교식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례는 자대에서 줘야 한다고 본다. 6개월이 걸리든 1년이 걸리든 교육을 한 다음에 줘야 한다. 오히려 그 과정을 거친 청년들이 세례의 의미를 더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2012년 5월 19일, 논산 육군훈련소에서는 9,014명이 동시 세례를 받았다. 군선교연합회는 이날 세례식이 세계신기록으로 공인됐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공용

- 자대 배치 후 신앙생활이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대 교회에서 장병들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예배도 중요하지만 친교, 놀이, 축제 같은 체험적 요소도 중요하다. 수련회를 한다든지 영상을 활용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표준적 교재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자대 교회에서 성경 공부가 잘 안 될 수 있다. 짧은 군 생활 동안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다 가르치기도 어렵다. 나는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삶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쟁·테러·성폭력 같은 인간성 황폐화 문제는 누구에게나 밀접한 주제다. 그런 데서 시작해서 성경에서 답을 찾아보고 예수를 연결해 줘야 한다.

민간 교회와의 결연도 필요하다. 프로그램보다는 인간적 요소가 중요하더라. 장병이 사는 지역의 민간 교회와 연결해 주는 것이다. 교육을 마친 장병들이 자대에서 세례를 받을 때도 함께하고, 휴가 나가면 같이 밥도 먹으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쌓고 연결 고리를 만들면, 전역 후에도 사회 교회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선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민간 교회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흔히 우리가 '군 선교' 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교와 전도는 다른 것이다. 전도는 도를 가르쳐서 예수를 믿게 하는, 협의적 성격이다. 선교는 'Missio Dei' 즉, 온 세상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공의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광의의 개념이다. 지금의 현실은 '군 선교'라기보다는 '군 전도'에 가까운 것 같다. 전도가 아닌 선교의 차원에서, 신자들이 세상에서 그런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햇빛은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거리에도, 음지에도, 숲속에도 비쳐야 한다.

최근 남모르는 선행을 많이 하시는 한 분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분은 간증도 안 하고 기독교인이라는 것도 숨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도 있지 않나. 어떤 선교지에서는 물건을 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질적·정신적으로 예속되기 때문이다. 민간 군 선교 단체도 자기 교단의 세를 과시하거나 군 교회를 교단적·신학적으로 예속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은총이 장병들에게도 스며들게 하는, 큰 의미의 선교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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