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역자 시무 인사 규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구속 또는 기소됐을 때 '직위 해제'할 수 있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이렇다 할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조 목사는 2008년 당회장에서 은퇴한 뒤에도 지금까지 주일예배 4부 예배 설교를 맡고 있다. <국민일보>를 소유한 국민문화재단 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다.

조 목사 일가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570억을 들여 세운 영산조용기자선재단(구 사랑나눔행복재단)에는 조 목사 아내 김성혜 총장(한세대)과 장남 조희준 씨가 각각 공동대표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역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운 <국민일보> 회장직은 차남 조민제 씨가 수년째 맡고 있다. 조 목사 동생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는 올해 6월 사회복지법인 엘림복지회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사역을 위해 세운 기관 요직에 조 목사 일가가 포진해 있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안에도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있기는 했다. 그동안 조 목사를 옹호해 온 장로회가 조 목사를 비롯한 일가를 상대로 교회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조 목사의 설교권에 대해서는 "교회 안정과 부흥을 위해서"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04년부터 조용기 목사의 인사와 재정 문제를 지적해 온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개혁연대는 7월 19일 서울 서대문 이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목사의 설교 중단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 교회 독립 운영 보장 등을 주문했다.

조용기 목사 은퇴 전부터, 개혁연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을 펼쳐 왔다. 조용기 목사를 직접 만나 조 목사의 당회장 퇴진, 친인척 중용 배제, 여의도순복음교회 지성전 독립 등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조용기 목사는 개혁연대와의 면담 이후 2008년 당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 이영훈 목사를 담임으로 세웠다. 그러나 교회 재산권에는 변동이 없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모든 재산을 (재)순복음선교회에 편입하고, 조민제 회장과 김성혜 총장을 재단 이사로 선임했다. 개혁연대는 "조 목사 일가의 교회 재산 사유화 시도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자정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목사의 설교 중단과 일가 퇴진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과거 조용기 목사와 면담했던 개혁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는 "사회 법정에서 조 목사의 범죄가 밝혀졌다. 이제 기만행위를 멈추고 모든 공직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방 목사는 11년 전 조 목사와의 면담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 1월 10일, 조용기 목사와 면담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조 목사는) 너무 당황하고 초조해했다. (개혁연대의) 재정 비리 고발을 멈추기 위해 은퇴와 친인척 배제를 약속했다. (조 목사가)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응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듬해에도 면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약속을 재확인했다. 지성전을 제자 교회로 독립하고, 친인척을 배제하고,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나 막후 영향력을 끼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담임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달라진 게 없다. 지금도 설교를 하는 등 막후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구체적인 참회가 필요할 때다."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조 목사와 일가의 행태는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거짓된 행동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엄중하게 촉구한다. 조 목사는 즉각 설교를 중단하고, 기만적 행동을 철저히 회개하라. 조 목사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친지도 교회 관직에서 당장 물러나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 일가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만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연대는 조 목사가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을 뿐 약속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성전에서 독립한 제자 교회는 여전히 여의도순복음교회 통제 아래 있다고 했다. 정운형 집행위원장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선교 사업 명목으로 제자 교회 헌금의 10~20%를 가져간다. 애당초 그렇게 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방식이 문제다. 업체를 통해 제자 교회 헌금 전체를 수거해 간 뒤 나머지를 돌려주고 있다. 어찌 보면 여의도가 재정을 떼어 주는 형태로 보인다. 개교회 권한을 침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개혁연대는 성명에서 △조용기 목사는 한국교회를 기만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그 일가 역시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라 △이영훈 목사는 불법을 묵인하지 말고,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제자 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인적 쇄신을 비롯한 대대적인 체질 변화에 힘써 달라고 촉구했다.

조용기 목사는 은퇴 이후에도 주일예배 4부 설교를 계속해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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