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휠체어를 타고 온 준호 씨가 친구들에게 업혔다. 친구들은 준호 씨를 안고 강물에 몸을 담갔다. 한여름 대낮이었는데도 남한강 물 한기가 뼛속부터 느껴졌다. 한 친구는 줄로 자신의 몸과 준호 씨의 몸을 묶었다. 다른 친구들은 준호 씨의 양팔을 붙잡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났다. 준호 씨와 친구들이 동시에 강물로 몸을 던졌다. 곳곳에서 첨벙첨벙 소리가 났다. 다른 팀 선수들이 뛰어드는 소리였다.

2년 전, 경기도 양평 갈산체육공원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 대회 모습. 하반신 장애가 있는 준호 씨는 이전부터 대회에 참석하고 싶었다. 대회 종목은 수영, 자전거, 달리기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친구들이 나섰다. 준호 씨와 친구들은 서로 껴안고 남한강 1km를 가로질렀다. 이어지는 자전거 종목에서 준호 씨는 장애인 전용 특수 자전거를 타고 40km를 질주했다. 달리기 경기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10km를 달렸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가능하다'는 말이 큰 의미로 남았어요. 일반 경기였다면 참가할 엄두도 못 냈겠죠. 그런데 이 대회는 규칙이 남달랐어요. 시간제한도 없고, 무엇보다 팀원들이 가장 느린 꼴찌에게 맞춰서 움직여야 했어요. 누가 먼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 같이 안전히 완주하는 게 목표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가슴 벅차지만 당시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면서, 휠체어로 달리면서 준호 씨는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이번 대회만 참석하고 다음에는 안 나가야지.' 하지만 준호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철인 3종 경기에 참석한다.

"완주했을 때 그 감동을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남한강을 보며 달리는 선수들. 사진 제공 개척자들
지난해  철인 3종 경기 대회 참석자들 모습. 사진 제공 개척자들

평화운동 단체 '개척자들'은 매년 여름 '평화를 위한 철인 3종 경기'를 연다. 일반 경기라면 1등을 가리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 대회는 다르다. 경기의 룰은 가장 뒤쳐진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모든 참가자는 여성을 포함해 4인이 한 조를 이뤄야 하는데, 한 종목에서 모든 조원이 완주해야 다음 종목으로 넘어갈 수 있다. 4명 모두 수영 1km를 완주해야 자전거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 제한도 없다. 2시간 안에 완주하는 팀이 있다면 어떤 팀은 4시간 걸려 완주하기도 한다. 대회는 모든 팀이 완주해야 끝이 난다.

개척자들 박현성 간사는 "참가자들이 서로 끌어 주고 밀어 주면서 협동심과 단결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일상에서 하나님나라의 평화를 이루는 것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며 함께할 때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철인 3종 경기 대회는 6월 30일 양평 갈산체육공원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수영 1km(구명조끼 착용), 자전거 30km, 달리기 10km를 완주해야 한다. 개척자들은 6월 27일까지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다. 장비(자전거, 헬멧, 장갑, 구명조끼 등)는 개척자들이 제공하고, 참가비는 1인당 3만 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모인 금액으로는 시리아 난민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리아 난민을 돕고 있는 압둘 와합 사무국장(헬프시리아)이 개회식에서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시리아인들이 겪는 피해 상황을 전할 계획이다.

협력 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청파교회 청년부는 이번이 7번째 참석이다. 김재홍 목사(청파교회 청년부)는 "청년들이 대회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공동체성을 기를 수 있다. 다들 만족도가 높아 매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평일에 모여서 연습하는 친구들도 있다. 다른 교회 청년부나 대학 선교 단체에도 참여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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