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임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회들을 계속해서 소개하고 있다. 소개한 교회들은 임직식에서 불필요한 돈을 쓰지 않았다. 어떤 부담금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았다. (관련 기사: 장로 되시나요? 적금 깨야겠네요! / 목사 안수와 제직 임직에 돈 안 받는 노회와 교회 / 건강한 임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교회들)

이런 교회들의 모습에 많은 독자들이 반응했다. 효창교회와 덕풍교회, 세움교회를 보고 멋지다고 하는 사람, 섬김을 강조하는 와싱톤한인교회의 임직 과정을 보고 감동이 인다는 사람, 직분은 돈을 주고 사는 게 아님이 당연한데 기사로까지 나온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예가 있다는 제보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세 가지 사례를 준비했다. 하나는 5개의 미자립 시골 교회가 임직식 준비와 비용에 대한 부담을 연합 행사로 해결한 본보기, 또 하나는 담임목사 위임과 임직을 동시에 하면서 교회의 비전을 선포한 서울 중소형 교회의 사연, 나머지 하나는 임직자들에게 돈을 받아 오다가 몇 년 전부터 받지 않고 있는 지방 대도시의 대형 교회 이야기이다.

 

 
▲ 신월동에 있는 새물결교회(박삼영 목사)는 지난 11월 8일 임직식과 담임목사 위임식을 함께 진행하면서 두 가지 순서를 넣었다. 민주적 정관과 교회 비전을 선언하고, 목사와 안수집사, 권사에게 축하와 격려의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 위 동영상은 임직자들에게 보내는 동영상 메시지. (영상 제공 새물결교회)

어느 날 임직식 부담금이 없어진 대형 교회

광주벧엘교회는 출석 교인만 3000명 정도의 대형 교회이다. 2010년 11월 임직식에서 장로 1명, 안수집사 37명, 권사 70명을 일꾼으로 세웠다. 2013년 6월에는 장로 8명, 안수집사(취임/임직 포함) 33명, 권사 68명을 세웠다.

리종빈 목사가 2009년 담임목사로 청빙된 뒤 광주벧엘교회의 임직 문화는 바뀌기 시작했다. 일정액의 감사 헌금을 내 왔던 과거와 달리 임직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감사 헌금은 막지 않되 무기명으로 하게 했다.

외부 손님으로는 노회장만 초청하고, 나머지는 부목사로 있다가 개척할 때 교회에서 지원한 '형제 교회' 목사들을 안수위원으로 초대했다. 노회장에게는 교회 재정으로 교통비 정도만 지급했다. 가슴에 다는 꽃도 없앴다. 임직자가 100여 명씩 되니 교인들은 축하 선물 준비에 부담을 가졌다. 교회는 임직식 때 축하 선물을 주거나 받지 않겠다는 데에 동의를 했다. 식사 대접도 없었다. 간식 정도만 내놨다. 섬김을 하겠다는 시작의 자리에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사가 이런 뜻을 전하자 처음에 당회는 반발했다. "무임승차"라고 했다. 자신들은 돈을 내고 장로 됐는데 다음 사람들은 공짜로 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담임목사는 "관행적인 문화를 바로잡아 가자. 임직식뿐만이 아니다. 99%가 관행대로 하고 1%만 다르게 하더라도 성경적이라면 1%를 따르겠다. 교인들의 헌금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 내부 행사는 최소한으로, 이웃 섬김은 최대한으로 하자"며 설득했다. 당회와 교인들은 목사의 뜻을 받아들였다.

광주벧엘교회는 임직식에서 "축하합니다"는 말 대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한다. 임직식 순서에 전 교인이 일어서서 임직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있다. 직분은 오직 섬김의 도구임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다섯 시골 교회 연합 임직식, 비용은 줄고 축복은 5배로

▲ 괴산에 있는 괴산중부교회·덕평교회·문법교회·장암교회·화산교회가 연합으로 임직식을 했다. 다섯 교회를 통틀어 안수집사 4명, 권사 12명, 명예권사 7명이 일꾼으로 세움받았다. 사진은 임직받는 이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여성들의 한복 색깔이 몇 가지로 나뉘어 있다. 교회별로 맞춘 것이다. 여럿이 함께라서 저렴하게 맞출 수 있었다. (사진 제공 괴산중부교회)
▲ 같은 시찰회에 속한 괴산 지역의 다섯 교회가 연합 임직식을 했다. 준비하는 비용과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사진은 5교회의 목회자들이 임직 예식 중 특송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괴산중부교회)

시골 교회는 임직식을 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부담을 나누기 위해 다섯 개의 시골교회가 연합해서 임직식을 치렀다. 괴산에 있는 괴산중부교회·덕평교회·문법교회·장암교회·화산교회가 참여해, 접근성이 가장 좋은 괴산중부교회에서 시찰회 이름으로 2010년 4월 25일 모였다. 다섯 교회를 통틀어 안수집사 4명, 권사 12명, 명예권사 7명이 일꾼으로 세움받았다.

교회별로 최소 40만~100만 원(식사비 제외)을 모았다. 임직패는 시찰회 이름으로 준비했다. 모든 행사는 한 번에 끝냈고, 식사는 교회별로 또는 임직자들 각자가 교회 주변의 식당을 예약해서 했다. 인원이 많아지면서 임직패 맞춤이나 그밖의 모든 행사 비용을 외려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초대장과 순서지도 모두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임직자 교육도 공동으로 하였다. 시골 개교회가 교육을 진행하기는 어려운데, 참석 교회 목사들이 한 시간씩 나누어 강의를 하니 준비에 부담이 없었다. 교육 내용이 풍성해져 교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외부 인사는 시찰장과 노회장만 초청했다. 시찰장이 사회를, 노회장이 설교를 담당하고, 개교회 목사들은 임직 예식의 순서를 맡지 않고 안수위원으로 봉사했다.

주변 교회들도 5개 교회의 행사에 각각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5개 교회를 축하해 주니 부담도 없어했고 좋아했다. 더불어 축하를 받는 이들도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참여했기에 더 많은 축복을 받는 것 같은 잔치 분위기였다.

다섯 교회 중 하나인 괴산중부교회는 그 뒤에 임직식을 한 차례 더 했다. 다른 두 개의 교회도 자기 교회의 행사에 맞춰 임직식을 한 차례씩 더했다고 한다. 그럼 이제 연합 임직식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괴산중부교회 이요한 목사는, "여전히 연합해서 임직식을 할 의지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 4년 전 연합 임직식이 없었다면 임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두 혼자서는 어려워서 고심했는데 연합으로 해내고 나니까 교회마다 활기를 찾게 되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들은 이렇게 연합해서 해 봐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임직과 담임목사 위임, 교회 비전 선포를 한날에

▲ 새물결교회는 위임식과 담임목사 위임을 한날에 진행했다. 특별히 그동안 만들어 온 정관을 발표하고 교회의 3가지 비전을 함께 읽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이 교회의 세 가지 비전. (새물결교회 담임목사 위임 축하 동영상 갈무리)

새물결교회는 11월 8일 토요일에 임직식을 가졌다. 약 120명이 출석하는 중소형 교회인 새물결교회는 8월 24일 공동의회에서 안수집사 5명, 권사 10명을 선출하고 5주간 교육 끝에 이들을 교회 일꾼으로 세웠다.

박삼영 담임목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으로 수년간 활동해 왔다. 2013년 7월 교회 부임 초반부터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인들은, 과연 교회가 그러한가 하며 따라왔고, 7명으로 이루어진 정관위원회를 조직해 정관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박 목사는 정관 작업에 있어 교회의 신앙고백 정도만 거들었다.

교회는 임직식과 함께 담임목사 위임식을 진행했다. 두 잔치를 통해 정관위원회는 교인들에게 정관이 완성되었음을 발표했다. 또한 정관에 포함한 △복음으로 변화된 제자 공동체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공동체 △이타적 동기의 섬김 공동체라는 교회의 3가지 '비전'을 전 교인이 함께 읽고 새겼다.

새물결교회는 예장합동 소속의 37년 된 교회임에도 임직을 이유로 공식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대 놓고 모든 부담금을 없앴다. 불필요한 재정 사용을 막았다. 식사비도 모두 교회 재정으로 했다. 교인들은 비싼 선물 대신 동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마음을 전했다. 목사와 안수집사, 권사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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