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설교할 때 '아멘' 강요하면 힘들어요."
"교인 수에만 관심 갖고 헌금 내라고 하면 좀 그래요."
"장로님 수십 명 중 여자 장로님이 한 분일 때 자괴감 들어요."
"교회 안 나간 지 2년쯤 됐어요. 제 성향이 유치부·유아부보다는 청소년부가 더 맞다고 목사님께 말씀드렸어요. 근데 목사님이 여자니까 유치부가 낫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이건 여성 사역자에 대한 차별이죠. 그런 교회에는 노동권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지 않아요.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나는 교회 다니면서 어떨 때 자괴감이 드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신학생들이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이야기는 15분 넘게 이어졌다. 누구는 권위적인 교회 분위기 때문에, 누구는 교회 안에서 여성 혐오를 느낄 때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신학생이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는 3월 30일,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 감리신학대학교 총대학원 여학생회가 준비한 강연회 '루터 씨,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에서 나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세 단체가 한국교회 모습을 돌아보고 종교개혁 정신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신학생들이 교회 다니면서 자괴감 들 때가 언제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학생들 이야기가 끝나자, 강의를 준비한 신익상 교수(성공회대 신학연구원)는 목사로서 자괴감이 들 때를 말했다. 부흥회 때 교인은 간절한 마음으로 헌금 봉투에 기도 제목을 빼곡하게 적어 내지만, 직분자는 기도 제목이 적힌 봉투 대신 헌금만 가져가는 장면을 보았다. 당시 신 교수는 직분자가 챙기지 않은 교회 봉투를 가져와 기도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자괴감을 느꼈다. 어떤 목사들은 설교 도중, 세월호 참사 역시 '하나님 뜻'이라고 쉽게 말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한국교회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신 교수가 성경에서 만난 예수는 컴패션(Compassion·연민)이 넘쳤기 때문이다.

컴패션이라는 말은 함께하다의 'Com'과 고통이라는 'Passion'의 합성어로, 고통에 놓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 컴패션은 성경 여러 본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출애굽기 2장에서 신음하는 히브리 백성을 발견하고 구출하는 하나님, 마태복음 5장에서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님, 로마서 12장에서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고 한 바울이 그렇다.

세월호 참사 경험한
교회가 새로 해석하는
'오직 성서·믿음·은혜'

신 교수는 한국교회가 놓치고 있는 '공감'을 전제로, 종교개혁 모토인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를 재해석했다.

'오직 성서'는 신앙의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묻는다. 이 말은 "하나님의 말씀이 교황에게서가 아니라 성경에서 나온다"고 해석할 수 있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 교황은 하나님 말씀을 독점하고, 자신에게 절대적인 속죄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루터는 이 점을 지적하며 성서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배포했다. 교인 스스로가 성경을 읽고 해석하기를 바란 것이다.

신익상 교수는 '오직 성서'는 '오직 믿음'을 기반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바탕,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11:1)로, 기약 없는 희망이라도 이루어질 것임을 입증하는 진실을 뜻한다. 이는 믿음을 기복신앙 차원으로만 해석하는 한국교회와는 다른 관점이다.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재물이 아닌 하나님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선택하는 믿음을 발현했을 때 하나님이 더 큰 복을 내려 주신다고 설교한다. 이런 기복신앙적인 설교는 교회가 하나님 담론 안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교묘하게 집어넣은 것이라며, 신 교수는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익상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한국교회가 계승해야 할 루터의 정신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속화된 한국교회,
'촛불'에서 가능성 발견
사회 변혁에 동참해야

신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실현하는 것은 '정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믿음이 정의로움과 함께 가야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희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의롭지 않은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의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신익상 교수는 '오직 은혜'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직 은혜는 로마서 3장 24절에 나오는 말로,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의는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는 값없이 받는 선물에 익숙하지 않다. 모든 게 교환관계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누가 선물을 주어도 '쟤가 이거를 나한테 왜 주지'라는 생각부터 한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런 삶을 깨뜨리는 게 로마서 말씀이다. 로마서는 교환관계 대신 서로에게 거저 주는 삶으로 가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교회는 루터의 세 모토 중 '오직 은혜'가 가장 작동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오직 은혜가 작동하지 않으면 오직 믿음이 실현되지 않고, 만민이 성경 앞에서 평등한 오직 성경도 실현할 수 없다."

신익상 교수는 교회 개혁의 시작을 사회 변혁에서 찾았다. 그는 교회가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루터의 세 가지 모토는 신자유주의에 깊게 물든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교환관계로 살아가고, 기복주의에 젖어 사는 기독교인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말해 준다. 그는 교회가 이미 세속화됐기 때문에 사회에 전면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또는 기존 체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실험하면서 대안을 꿈꾸는 교회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교회 개혁이 되기 힘들다.

대신 신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촛불 집회'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권력을 가지지 못한 시민사회가 직접 연대하고 의식을 공유할 때 사회가 변했다. 그 변화는 곧 신자유주의에 물든 교회에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판단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는 이번 촛불 집회를 통해 힘없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연대와 결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이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싶다. 작년만 하더라도 세월호 문제가 너무 힘들었지만, 이번 촛불 집회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나.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사회 변혁에 교회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공개 강연은 4월 11일 한 번 더 진행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감리신학대학교 총여학생회·감리신학대학교총대학원 여학생회가 준비한 강연회 '루터씨, 낄끼빠빠'는 4월 11일(화) 오후 5시 30분 감리신학대학교 웨슬리 1세미나실에서 마지막 강의를 준비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가 "에제르 케네그도, 마주봄이 일으키는 관계적 혁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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