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국 목사는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가 달린 십자가를 들고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두툼한 폐지로 만든 빨간 십자가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십자가 상단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달려 있고, 중앙에는 '예수 부활', '예수 구원자'가 적혀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십자가의 주인은 강충국 목사(74)다.

강 목사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십자가를 들고 참석한다. 2월 18일 서울 남대문과 23일 안산 상록수역 앞에서 십자가를 들었다. 강 목사는 빨갱이들이 북한과 합작해 '촛불 집회'를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목사뿐만 아니라 많은 기독교인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잘못이 없다", "종북 세력이 나라를 망치려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앙과 반공 사상이 혼재해 있었다. 반공 사상을 장착한 기독교인은 '국정 농단'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세력이 나라를 가로채려 한다며 태극기를 든다. '반공 기독교인'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을까. 빨간 십자가를 든 강충국 목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수 믿는다고 사람 죽여
먹을 것 없던 세상 진저리 나"

강충국 목사는 1943년 황해남도 연안에서 태어났다. 아래로 남동생 하나, 여동생 셋이 있다. 아버지가 시계방을 운영했지만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할 즈음부터 세상이 흉포해졌다. 툭하면 사람들을 불러다가 '반동'을 저질렀다거나, 혹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죽였다. 7살 때 겪은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감나무에 달린 감의 수가 맞지 않다고, 고구마·감자·콩의 수량이 틀리다고 사람들을 죽였걸랑. 예수 믿는 사람들은 우물에 데려가 머리를 처박아 죽이더라고. 50명도, 100명도 더 됐어. 다행히 우리 가족은 그때 예수를 안 믿어서 살았걸랑."

전쟁이 터지고 난 뒤 강 목사 가족은 인천 남구 숭의동으로 피난했다. 그 시절 먹을 거라곤 보리죽과 배급받은 우유 가루가 전부였다. 전쟁이 끝나도 기근은 계속됐다. 돈이 없어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뒀다. 지독한 가난은 모두 북한 탓이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이런 현실은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강 목사에게 유일한 희망은 교회였다. 교회에 가면 단팥빵과 뻥튀기 등 먹을거리를 받았다. 교회에 다니면서 공산주의는 소수의 권력이 지배하는 '악'이라고 배웠다. '북한 = 공산주의 = 악'이라는 등식이 정립됐다.

"북한은 사회주의걸랑. 무조건 빼앗아서 없는 사람들한테 나눠 줘. 공평하게 주니까 처음에는 좋았지. 그런데 이게 권력이 되면서 변질됐걸랑. 백성은 죽어 나가는데 '대가리'만 누리더라고. 부자들 것 뺏어다 주는 거 좋지. 근데 그게 오래 못 간다 이거야. 북한만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 공산당이 교회를 다 없앴으니까, 교회에서도 엄청 싫어했지."

성경에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나오지만, 북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북한을 향한 증오는 수십 년째 이어졌다. 이번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이유도 종북 세력과 관련 있다. 강 목사는, 남한에는 빨갱이와 빨갱이가 낳은 자식이 있는데, 이들이 북한 김정은과 합작해 나라를 흔든다고 했다.

"나도 촛불 집회에 나가 봤걸랑. 근데 거기서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외치더라고. 그때 종북 세력이 집회를 주도하는 걸 알았지. 내란을 선동한 빨갱이를 어떻게 풀어 줄 수 있는가. 또, 내가 아는 빨갱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자식들과 같이 촛불 집회에 나왔더라고. 딱 보니 이게 김정은 작품이걸랑. (촛불이) 커지면 북한도 다시 한 번 쳐들어올 수 있게 될 거고. 태극기 집회는 한마디로 김정은이랑 싸우는 거야. 혹시나 해서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태극기 집회에 나가라 하더라고."

대통령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민간이 국정 운영에 관여했다. 국정 농단에 분개한 1,000만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특정 이념과 세력과 무관해 보이는데, 강 목사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는 "(촛불 집회에) 나오는 시민은 속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은 관심 밖이다.

"태극기는 북한하고 싸우는 거야. 빨갱이가 정권을 잡으면 종교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돼 있걸랑. 빨갱이는 곧 북한이야. 우리나라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서 먹고살아 왔는데,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빨갱이 세상이 될 거야."

강 목사는 빨갱이와 북한 김정은이 촛불 집회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정희 전 대통령 덕에 보릿고개 넘어
성경에 비춰 봤을 때 최고 인물
성경은 '권세에 순종하라' 가르쳐
군사정권도 내버려 둬야"

강충국 목사는 살면서 야당을 지지해 본 적 없다. 야당은 공산주의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돈을 퍼 줘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야당이 돈을 퍼 줘서 북한이 핵을 만들었거든. 이거 떨어지면 시민들 다 죽어. 돈 많은 사람들이야 외국으로 뜨면 그만인데, 가난한 사람은 다 죽게 생겼걸랑. 이게 다 누구 잘못인데. 공산주의 성향 가진 야당 때문이거든. 국방이 아무리 튼튼해도 빨갱이들이 바닥에서 들고일어서면 답이 없걸랑. 우리나라도 월남과 같이 될 수 있어."

강 목사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높이 샀다. 이 전 대통령 덕분에 자유민주주의 기틀이 닦였고, 박 전 대통령 때문에 배고픔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세운 분이걸랑. 헌법도 만들고, 나라를 세운 훌륭한 사람이지. 따르는 제자들이 일을 잘못해서 그렇지 훌륭한 분이야. 박정희 대통령 그분 아니었으면 우리는 보릿고개를 못 넘었지. 이 분이 공장을 여러 군데 세워서 돈 벌어먹고 살게 됐어. 성경에 비춰 봤을 때 박 대통령이 최고 잘했지."

박정희 전 대통령 덕분에 보릿고개를 탈출했다고 했지만, 정작 강 목사 자신은 그러하지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여러 일을 병행해야 했다. 시골에서 농사도 짓고, 서울 신당동 달동네에서 연탄 지게꾼도 했다. 막노동은 기본이고, 자동차 정비소에서도 일했다.

강 목사는 국가권력에 순응해 왔다. 과거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 목사는 "성경은 권세에 순종하라고 가르친다"며 그대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정권을 잡아야 하잖아. 그런데 자꾸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되겠어. 군사정권이 들어서면 하게 내버려 둬야지.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 자꾸 대항하니까 질서가 무너지고, 신호등 없는 도로마냥 개판이 되걸랑. 체제에 순응해야지, 안 그러니까 데모하다 총 맞아 죽잖아. 하나님은 이런 식으로 죽는 거 원하지 않걸랑. 성경은 권세에 순종하라고 가르쳐. 예수님도 자기 잡으러 온 바리새인들 피했잖아. 그런 거에 맞서 대결하면 안 돼."

황해도 연안 출신인 강 목사는 나라가 없으면 종교도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반공 사상과 다른 목회관
"공짜로 먹고사는 목사는 도둑놈"

반공 사상만 빼면 강충국 목사는 그저 전도에 열심인 평범한 목회자다. 그는 화성시 비봉면에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쌀농사를 짓고, 무·배추·수박 등을 기른다. 주말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안산을 찾는다.

"나에게 사마리아 땅끝은 안산이걸랑. 주말마다 거기 가서 전도하고 있어. 외국인들은 한 달 60~80만 원 받고 일한다고 그래. 이들을 통해서 예수님을 전파하고 있어. 이렇게 사역한 지 10년 됐는데 주님 오실 때까지 전도하고, 영광 돌려야지. 그게 내 사명이걸랑."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진보적이다. 강 목사는 목회자도 반드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금으로 생계를 해결하지 말고, 평신도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와 세상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 이거야. 목회가 늘 잘될 수 없걸랑. 그러니까 목사도 일을 해야지. 공짜로 먹고사는 목사는 도둑놈이야. 예수 이름 팔아먹고 사는 사기꾼. 평신도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그래야 가난한 사람도 도울 수 있걸랑. 커피랑 쌀이랑 사 주면 좋잖아. 공짜로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 큰 교회도 나눠 주고 해야 돼. 어차피 하나님한테 갈 때는 빈손으로 갈 거잖아. 나는 30년 안에 예수님이 오신다고 생각하걸랑. 쌓아만 둬서 뭐하려고 그래."

강 목사는, 나라가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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