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 케네스 E. 베일리 지음 / 오광만 옮김 / 이레서원 펴냄 / 400쪽 / 2만 4,000원

예수님은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았다고 했다(막 4:34). 물론 이런 표현은 과장법이지만, 그만큼 비유가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셔야 했던 이유는 영적인 진리가 난해하다는 데 있었을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쉽게 설명할 때는 빗대어 설명하는 방법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어렵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에 대해 비유로 설명하셨다.

문제는 비유가 오해의 가능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예수님의 비유를 자신들 입맛에 맞게 이용해 왔다.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예수님의 비유를 함부로 사용했다. 특히 이단이 자신들의 엉터리로 끼워 맞추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이단들만 잘못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건전한 목회자의 설교에서도 비유의 오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때에 케네스 베일리의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것은 큰 축복이다. 예수님의 비유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데 탁월한 책이다. 영어 원제는 'Poet and Peasant'(시인과 농부)인데, 이 제목이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베일리는 비유가 탁월한 문학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보여 준다. 그뿐 아니라, 21세기 서양적 관점이 아닌 1세기 당시 지중해 지역에서 살던 농부들의 관점에서 비유를 해석하도록 돕는다.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예수님의 비유를 들었던 당시 사람들 반응이 어떠했을 것인지 엿볼 수 있다. 여러 의문점도 쉽게 풀리고 우리가 오해했던 부분을 교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눅 16:1-13)에서 왜 주인은 청지기가 한 일을 칭찬했는지, 떡 세 덩이를 빌리러 간 사람의 비유(눅 11:5-13)에서 밤중에 찾아온 손님이 단순히 한 사람의 손님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손님이었으며 단순히 떡 세 덩이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잃은 양의 비유(눅 15:4-7)에서 왜 목자는 양을 끝까지 찾으려 했으며, 왜 모든 사람이 함께 기뻐했는지, 아버지와 두 아들의 비유(눅 15:11-32)에서 탕자가 아버지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회개는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아버지가 탕자를 맞이하러 달려가는 것은 단순히 기뻤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상의 다른 의미가 있다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보화가 들어 있다.

저자는 실제로 중동 지방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그곳 사람들과 수없이 많이 인터뷰를 했다. 단순히 문헌으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문화적 정보들을 축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사고방식, 관계, 어떤 행위에 대한 반응, 가치판단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를 한 내용이 책에 아주 잘 반영되어 있다.

그래도 그가 인터뷰한 이는 20세기 사람들일 텐데 이들의 사고방식이 1세기 때와 비슷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저자는 농부들의 사고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리바니(Abraham Rihbany)는 시리아 출신 농부인데, 나중에 미국으로 가서 목사가 된다. 이 사람은 성경을 읽으면서, 이 성경이 마치 고향에서 온 편지인 것처럼 느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리바니를 비롯한 중동 지역 출신 저자들 책을 많이 의존한다.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이 책을 반드시 읽었으면 한다. 사실 베일리 책들은 모두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이 다시 새롭게 번역되어 한국교회에 소개된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책에서, 비유를 비유로 보기보다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처럼 보고, 등장인물들 심리를 중동의 눈으로 분석하는데, 조금 과해 보인다. 비유 속 등장인물들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들 심리를 당시 문화에 비추어 분석하는 게 시도할 만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비유는 사실 비약과 트위스트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주 뛰어난 책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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