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과 부조리의 한복판에는 한국교회가 산출해 낸 속물스러운 그리스도인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동안 교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세상 풍조와 자본주의 가치관을 따라 살므로,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가 만연하는 데 일역을 담당한 것입니다." (35쪽)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박영돈 교수(고신대)의 지적이다. 수백 억대 임금 체불, 임금 꺾기 등으로 논란이 된 '믿음의 기업' 이랜드, 뇌물공여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독실한 기독교인'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박근혜 대통령 체제에서 일익을 담당해 온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등 열거할 수 있는 예는 많다. "그리스도인인 것이 부끄러운 시대"(34쪽)가 되었다.

한국교회를 향한 뼈아픈 지적은, 이달 초 나온 박영돈 교수의 신간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복있는사람)에 담겼다. 이 책은 2014년 "SFC 전국 대학생 여름 수련회에서 전했던 메시지를 기초로 한"(9쪽) 일종의 설교집이다.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IVP)에서 보여 줬던 것처럼, 박영돈 교수의 진단은 교회가 돌아서야 할 지점을 정확히 꿰뚫는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중략)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전 12:1-2)라는 말씀에 기초한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리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젊은 날, 청년의 때에,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진정한 돌이킴이 있어야 합니다"(28쪽)라는 말이 되겠지만, 크게 보면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회개의 메시지다.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 박영돈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 152쪽 / 1만 원

제국의 포로가 된
한국교회의 민낯

박영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죄와 자본주의 제국의 포로"(34쪽)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면서 성장만을 외치는 사회의 가치관을 받아들여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한다. 성장 제일주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교인 수와 성장, 돈, 건물이라는 우상을 숭배해 왔다는 것이다(35쪽).

이는 하나님나라와 반대되는 물질주의·성장주의 가치관이 하나님나라 원리와 가치로 포장되어(67쪽) 강단에서 선포된 결과다. 오늘날 교회를 향한 사회의 비난은 하나님의 영광이 교회에서 떠나간 증거이자 하나님의 징계이며, "교회는 하나님나라의 현실이 임한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제국의 연장"이고 "교인들은 (중략) 자본주의 제국의 충실한 시녀 역할을 하는 이들"(68쪽)인 셈이다.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을 향한 지적도 날카롭다. 율법주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피상적인 교회 생활과 종교 행위"(107쪽)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이다. 교회와 종교적인 영역으로 도피한 이들의 "교회에서 나타나는 놀랄 만한 종교적인 파토스(pathos)가 세속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교회 안에서만 소모되는"(144쪽)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투철한 종교적 열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사회적 영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참된 자아로 성숙하는 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사람들로부터 좋은 인정을 받기 위한 가면을 만드는 데 소진"(102쪽)하고 만다.

"평생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괜찮은 신자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가면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신앙생활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참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108쪽)

율법주의 가치관은 '경쟁 사회', '헬조선'으로 명명되는 이 사회의 논리와 닮아 있다. 이 사회에서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종교적 방식으로 이루려고 노력한 이들이 결국 '교회에서만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제국의 메시지와 이미지는 우리 가치관과 삶의 패턴을 바꿔 놓았고, 이것이 '복제 인간'으로서만 기능하는 인간 군상으로 나타나게 된다(94~95쪽). 율법주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종교적 인간의 탄생은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래와 같은 자기반성을 되새겨야 할 이유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 하나님의 귀한 선물을 우상으로 삼습니다. 저 같은 목사에게는 주의 일 하는 것이 우상이 됩니다. 목회에 성공하는 것, 능력 있는 목사가 되는 것, 설교를 잘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끼치는 것이 저에게 우상이 되는 것이지요. 하나님보다 주의 일을 해서 스스로가 누리는 영광과 성공에 마음이 더 끌리는 것입니다. 세상 것을 다 버렸으니 목사로서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집착과 욕망이 강한 것입니다." (54~55쪽)

공허한(?) 해결책
"회개하라"

그렇다면 한국교회와 한국 기독교인의 문제 앞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의 요청은 간명하다. "회개하라"는 것이다. 예언자적 파토스에 기초해 한국교회 위기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저자가 내놓은 해답이 '회개'라니. 힘 빠지는 대답일 수 있지만, 이 답은 구약시대 예언자들이 내놓은 근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독교인 본연의 얼굴을 상실한, 종교적 가면을 쓴 위선자들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하나님나라로 돌이키는 철저한 회개"(68쪽)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열매 없이 구원을 논하는 풍조도 한국교회 타락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고 말하면서(65쪽), 타락은 회개를 그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106쪽)고 지적한다.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활동하는 것이 정직하게 자신의 추한 얼굴을 드러내 회개하는 것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108쪽)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박영돈 교수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은 하늘이 아니라 이 땅에 열려 있습니다"(71쪽), "신앙생활은 세상에서 하는 것입니다. (중략) 모이는 교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흩어지는 교회로 나아가는 전초 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144~145쪽)라는 말로 도전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박 교수의 말에 공감하지만, "회개하라"는 외침만으로는 한국교회를 되돌려 놓기에 무리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기독교인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 책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바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책 말미에 나오는 "냉혹하고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보냄을 받은 자로서의 미션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세상보다 더 크신 이, 곧 부활의 주님으로 충만해지는 것입니다"(145쪽)라는 말은, 추상적이면서도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 책은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개인 영성에 있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인정의 함정'이나 '종교적 욕망'을 보여 주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이 시대는 세속의 한복판에서 기독교 신앙의 진수와 영적인 실력을 보여 주는 그리스도인들의 출현을 학수고대"(144쪽)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신앙의 진수'와 '영적인 실력'이 무엇인지 실천적인 부분을 명시하지 않는다. 분량이 짧은 탓도 있고, 책 자체가 '본질'을 건드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하겠다.

성장 제일주의에 매몰되어 "훨씬 중요한 인간 됨의 가치와 생명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이 구현된 사회를 이루는 데 철저하게 실패"(35쪽)했다는 등의 메시지에서 그 답을 찾아갈 수 있을 따름이다. 교회에 만연한 종교적이면서도 율법주의적인 가치관의 전복, 이와 맞닿아 있는 성장 제일주의와 자아 숭배에서의 돌이킴을 소극적인 답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실천적인 내용을 기대한 독자들은 다소 아쉬움이 있겠지만, 코람데오의 신앙과 회개를 강조해 온 전통(106쪽)에 기초해 '성령 하나님'에게서 답을 찾는 박영돈 교수의 메시지는 울림이 있다. 성령 충만에 대한 그의 통찰은 희망을 던져 준다.

"오순절에 성령으로 충만했던 제자들은 주님을 따르는 데 완전히 실패한 이들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성령 충만은 처절하게 실패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파격적인 선물입니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유일한 희망이 있습니다."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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