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농단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두둔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한마디로 말해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신자가 돼 달라, 변절자가 돼 달라, 성경에 나오는 예수를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탄핵에 동참에 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발언에 발끈한 이 대표는 성경 속 인물을 인용했다. 적절치 못했다는 여론이 잇따랐다. 몇몇 정치인은 헌정 질서를 유린한 박근혜 대통령이 '예수'란 말이냐며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 '박근혜의 남자'라 불리는 이정현 대표는 기독교 신자다. 서울 상도동에 있는 모 교회 안수집사다. 20년 넘게 신앙생활하고 있다. 9월 말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7일간 단식할 때 그의 옆에는 성경이 놓여 있었다. 공당 대표가 종교 색채를 뿜으며 정치 활동하는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이정현 대표 지역구 순천 민심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정 농단 이후 열리는 촛불 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이정현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진다. 목회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을 적극 두둔하는 이 대표를 보고, 그를 지지했던 목사들마저 등을 돌렸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냉혹한 평가까지 나왔다.

성난 지역 민심과 달리 정작 이정현 대표 측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정현의원실 관계자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누가 예수고, 베드로라는 게 아니다. 비유일 뿐"이라며 성경 비유와 관련해 더 해명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동반 사퇴를 촉구한다는 말에 "총선 때 떨어진 상대방들이 주도하는 거다.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거라서 신경 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11월 28~29일, 순천 지역 목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로 이정현 대표의 성경 인용 등 종교 색채를 드러내는 일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아래는 목사들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한 이정현 대표를 향해 목회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 아무개 목사: 예전에는 '예산 폭탄'이다 해서 순천 교회 절반 정도가 (이 대표를) 밀었다. 최근 여론을 들어 보면 욕을 그렇게 하더라. 이 대표가 발언했던 베드로와 가룟 유다 때문에 난리다. 교회 먹칠한다고. 나 역시 같은 입장이다. 주변 목사들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이 예수님이라는 말인가? 나는 설교 시간에도 (이 대표를) 비판했다.

심지어 이정현의원실에 신천지 신도가 일했다는 보도도 최근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신천지가 이 의원을 밀었다는 이야기부터 이미 신천지와 손잡았다는 소문도 들었다. 이 의원은 신천지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어디 교회 다니는지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표를 의식해 (신천지와) 손잡은 건 아닌지 의심된다.

이번 성경 비유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든다. 목사들 사이에서는 신뢰도가 뚝 떨어졌다. 다음 선거 때는 국물도 없다. 오죽하면 중·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나서겠는가.

이 아무개 목사: 신앙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온당치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헌법을 어긴 범법자를 옹호할 수가 있는가.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끌어 준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라고 믿겠지만, 내가 볼 때는 아닌 것 같다. 시대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러라고 순천 시민이 뽑아 준 게 아닌데 말이다.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다. 잘못 저지른 대통령 보호하라고 국회에 보낸 게 아니다.

성경 비유는 단순히 배신 차원의 의미를 가리킨다고 본다. 그런데 예수님이 박근혜와 동급으로 적용돼 버렸다. 결코 적합하지 않는 비유다.

임 아무개 목사: 이전에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래서 주위 많은 분이 지지했다. 지금은 다르다. 이 대표를 지지했던 이들은 부끄럽게 생각한다. 오히려 시간(잔여 임기)이 많이 남은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그만큼 마음이 떠났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번에 보니까 자기가 생각한 한 사람을 위해서 성경 말씀을 이용했는데 나는 '도용'이라고 본다. 어떻게 예수님과 대통령을 비교하나. 그건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신앙인인지 의심스럽다. 많은 분이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한다. 심지어 외지 활동하는 목사님들은 순천에서 왔다는 말도 못 하겠다고 하더라. 이정현 때문에 1+1처럼 싸잡혀 욕먹는다는 것이다. 우리와 함께 강원도 춘천 지역민들도 마음 아프리라 생각한다.(웃음)

차라리 일찍이 사퇴했다면 '저 사람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구나'라고 이해해 줬을 것이다. 오히려 도와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버티면서 성경 이야기를 해 버렸다. 뽑아 준 것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11월 26일 순천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는 "이정현 퇴출"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 제공 순천 시민

정 아무개 목사: 순천 시민이든, 목사든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말할 것 없이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만 의리와 충성을 보이고 있다. 이게 과연 적절한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출마해 놓고, 민심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12월 21일 사퇴한다고 들었다. 사퇴하고 나면 힘을 잃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옹호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사태가 해결되는 쪽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 역사의 큰 물줄기가 다른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권 아무개 목사: 이번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이정현 의원이 정세를 잘 아는 것 같아서 순천 시민이 굉장히 좋아했다. 새누리당 가서도 잘했다. 전라도 사람이라고 무조건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번에 이정현 의원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세를 생각한답시고 불의를 외면했다. 거기서 뛰쳐나와야 했는데 결국 (박 대통령과) 똑같은 사람이 돼 버렸다. 이럴 줄 몰랐다. 지역 정서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퇴하겠다고 선언했어야 한다. 바보처럼 계속 붙어 있었고, 사람 가치도 못 느낄 정도가 돼 버렸다. 되지도 않는 성경 비유까지 하며 왜 그렇게 스스로 난처한 입장을 만들었을까.

홍 아무개 목사: 별로 관심 없다. 어차피 박근혜와 같이 내려갈 상황이니까. 그냥 놔두면 될 거 같다. 어차피 순천에서는 더 이상 (국회의원) 안 될 거다. 이 문제 때문에 전국에서 연락이 온다. 도매금으로 싸잡아 비난한다. 순천은 왜 그런 사람 뽑았느냐고. 열 안 받으려고 해도, 열받는 상황이다.

박 아무개 목사: 성경 이야기는 잘못 적용한 것 같다. 어찌 생각해 보면 정치생명이 끝난 게 아닐까. 지역 정서나 여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순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이정현 대표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순천 시민

류 아무개 목사: 이 대표가 국회의원 당선되기 전 세 번이나 찾아왔다. 기도받고 싶다고 해서 해 줬는데, 당선되고 난 뒤 연락 없더라. 시국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아는 게 없다. 다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가. 나도 죄인인데 누구한테 돌을 던지겠는가. 우리 자신이 먼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지금의 대통령을 우리가 만들었으니까.

송 아무개 목사: 어제도 몇몇 목사와 만났는데, 안 그래도 이정현 의원 이야기가 나왔다. 박근혜가 예수님인가? 예수님이 이스라엘 나라를 말아먹었는가? 나라를 말아먹은 사람과 구원의 예수와 같이 비교한 게 옳은가? 이정현은 정신적으로 잘못됐다.

나는 지난 총선 때 이정현에게 투표를 몰아줬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제는 틀렸다. 살지 못한다. 박근혜 멀리하고, 탈당해도 못 살아날 것이다. 이정현 잡아다가 죽이자는 사람도 있는데 다시 되겠는가. 어디 감히 박근혜와 예수님을 빗대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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