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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20만 인파는 체제 전복 노리는 폭도"
'애국 명사' 모인 미스바 구국 기도회…박근혜 대통령 옹호 메시지 떠도는 기독교 카톡방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1.0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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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그야말로 바닥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첫째 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대한민국 국민 중 5%만이 '잘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였다. 이런 민심을 반영한 듯 11월 5일, 광화문광장 집회에는 시민 약 15만~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이 대로를 가득 메웠다.

여러 지표와 거리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인에게 이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움직임일 뿐이다. 이들은 또 한번 조직적으로 카카오톡 채팅방(카톡방)을 이용해 자신들 주장을 대대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유포된 글들은 교회 단체 카톡방을 통해 무작위로 퍼져 나간다.

교회 카톡방 떠도는 박 대통령 지지 메시지, 출처는 어디?

일부 기독교인 사이에 퍼져 나가는 메시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 메시지는, 이번 일로 한낱 인간인 지도자에게 희망을 걸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의 지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 최순실 게이트는 사단이 파 놓은 함정에 불과하고 이럴 때일수록 의심의 영을 경계하고 진리를 제대로 분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메시지는 불기둥기도회 김 아무개 씨가 작성한 글이다. 김 씨는 "이 나라에 김일성 시절부터 많은 간첩들을 보냈고 그 간첩들이 그들만의 세력을 형성하여 종북 세력들을 키워 나갔다"며 자신이 만난 민주노총 회원과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돈 때문에 민중총궐기 같은 곳에 데리고 나가 강력 시위와 경찰차 파손 등 강제 무력시위를 시킨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인이 모이는 각종 카톡방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떠돈다. 요즘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는 내년 정권을 (야당에) 빼앗기면 한국은 적화통일된다며 하나님이 미리 최순실 카드를 빨리 쓰게 하신 것이라 주장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이단을 경계하게 만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이단의 미혹에서 구출하려 하신 것이라는 말.

한 독자는 <뉴스앤조이>에 동영상을 제보했다. 교회 권사들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카톡방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영상이라고 했다.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는 영상에서는 남한 전역에 땅굴이 있다고 주장하는 한성주 전 장군이 등장한다. 그는 지휘봉을 들고 <조선일보>를 간첩 신문이라고 지칭한다. <조선일보>마저 대통령을 비방하고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보자는 "이거 말고도 많은데 권사님들이 그렇게 메시지를 퍼 나르니 미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찬반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받은 사람도 있다. 11월 4일 박 아무개 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간단한 온라인 투표가 이 나라를 살립니다. 열 명 이상 전달 요망"는 내용과 함께 <조선일보> 인터넷 홈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가 첨부돼 있다. 메시지는 11월 5일 한 번 더 전달됐다.

실제 링크를 따라 가면 "박근혜 대통령의 11월 4일 대국민 사과 담화에 대해 '공감'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찬반 투표 페이지가 뜬다. 11월 4일 박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 개설된 이 토론은 참가자만 4만 4,000명이 넘는다. 다른 찬반 토론 평균 참여 인원수가 600명 이하인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게다가 사과 담화에 공감한다는 사람이 72.6%로 더 많다. 현재 다수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것과 비교하면 여기는 훨씬 많은 사람이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셈이다.

메시지 받아 본 사람들 향한 곳, 서울역 미스바 구국 기도회

11월 5일 10만이 넘는 시민이 서울 시내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청소년이 교복을 입고 시내로 쏟아져 나오고, 자녀들과 함께한 부모들이 거리를 찾았다. 연령층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시민이 모였다. 비슷한 시각, 자신들을 나라를 사랑하는 기독교인 혹은 애국 시민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톡방에는 또 다른 메시지가 돌았다. 바로 "서울역 미스바 구국 기도회로 모이자"는 메시지였다.

11월 6일 열린 미스바 구국 기도회는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인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 메시지는 매주 월요일 저녁 서울역에서 통일 광장 기도회를 여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대표)가 보냈다. '국가기도연합'이 주관하는 '미스바 구국 기도회' 안내문은 에스더기도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기도연합은 과거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나 북한 구원 성회 등으로 모였다. 구국 기도회 안내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밤에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청와대 진격'을 외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나와서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 정권 세워 내자'라는 현수막을 들고 거리 행진을 했습니다. 조국이 위태로울 때 기도하지 않으면, 우리의 조국은 큰 혼란 가운데 돌이킬 수 없는 국가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싸우는 교회가 돼야"

11월 6일 저녁 7시 30분, 서울역 광장에는 약 1,000명이 모였다. 미스바 구국 기도회를 인도하는 사람은 이용희 대표였다. 이 대표는 500명 정도가 모일 줄 알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인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기도회는 '애국 명사'들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나왔지만 내용은 비슷했다. 전날(5일) 있었던 집회 현장에 수십 만이 모인 것을 규탄했다. 집회 참석자들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꿈꾸는 공산 폭도라고 지칭한 사람도 있었다.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참석자들은 "옳소", "아멘", "폭동이다" 등을 외쳤다.

11월 6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미스바 구국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올인코리아>라는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는 조영환 대표는 "광화문은 악령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여기 보니까 성령이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제 교회는 싸우는 교회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회 모든 분야가 다 무너졌는데 교회만 남았다며 "개신교 교도들이 싸우는 성도들이 되어서 북한 멸망을 막기 위해 남한에서 정권을 탈환하고 체제를 개혁하려는 이 악령과 싸워서 교회가 이기면 나라가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광장을 메운 사람들은 "아멘"이라고 대답했다.

19년 전 탈북한 이애란 박사는 "자유 대한민국을 허물어 뜨리려는 붉은 세력이 지금 낙동강 전선까지 와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는 사람들이 한 행위를 보고 너무 슬프고 가슴이 답답해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악한 자들에게 약점 잡힌 것은 안타깝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빼앗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애란 씨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 대한민국은 민중 혁명을 꿈꾸는 인간 쓰레기, 깡패, 폭도들에게 절대로 넘겨 줄 수 없다"고 외쳤다.

구국 기도회였기 때문에 설교도 있었다.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이억주 목사는 "대통령을 감싸는 사람은 바보"라고 하면서도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음하다 끌려 나온 여인에게 예수님은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신 말씀을 인용하며 "국회의원은 범죄와 친한 사람들이다. (자기들은) 들키지 않았다고 해서 들킨 사람을 비난하고 돌 던지는 게 우리나라 정치"라고 말했다.

광장에는 태극기도 종종 눈에 띄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마다 이들은 "옳소"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행사 분위기는 뜨거웠다. 통성기도 시간에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사람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박근혜 아웃'을 외치거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돌아가는 사람도 보였다. 어떤 시민은 "통일 기도회라고 해서 듣고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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