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오랜 도피 생활 끝에 한국에 귀국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 씨. 최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주술로 홀렸다는 등 온갖 소문이 판을 치고 그가 무당이라거나 주술사였다는 소리도 들린다. 최 씨가 마지막으로 의지한 종교가 기독교였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졌지만, 일부 교인들은 "교회 다니고 헌금만 내면 교인인가"라고 물으며 기독교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걸리는 점이 많다. 최순실 씨는 마지막으로 출석하던 A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받은 적이 있다. 2012년과 2013년 신년 서리집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비선 실세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언니 최순득 씨도 함께였다. 헌금을 내고 주일예배에 출석했고 서리집사로도 임명받았다.

어떻게 최순실 씨가 집사에 임명될 수 있었을까. <뉴스앤조이>는 A교회 B 담임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서리집사였지만 교회 활동 참여 안 해

B 목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순실 씨가 집사로 임명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는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최 씨 가족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하게 A교회에 출석했다. B 목사가 기억하기로 최순실 씨는 아주 바쁜 사람이었다. 예배에 늦거나 예배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안내하시는 분들 외에는 (그들을) 알고 지낸 교인이 없을 거다. 얼굴 익히고 했으니까 안내하시는 분이 나한테 얘기한 것 같다. (교인) 등록해 놓으면 좀 더 좋은 교인이 될까 해서 (서리집사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B 목사는 최순실 씨가 이전에 어디서 세례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인지 개인적으로 거의 알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을 집사로 임명하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교인이 적을 때여서 한 명이라도 잡아 두려고 한 것이다. 그때는 한 사람이 아쉬웠다"고 대답했다.

▲ 최순실·최순득은 A교회 서리집사로 임명된 기록이 있다. 이들은 주일예배에 참석해 수차례 감사 헌금한 기록을 남겼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순실 씨와 언니 최순득 씨는 서리집사로 임명된 뒤에도 교회 활동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구역(목장) 모임이나 수련회, 바자회 등 각종 교회 행사에서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B 목사는 교회가 위치한 특성상 지나다 들르는 교인이 많았기 때문에 억지로 신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처음 온 사람들에게 꼬치꼬치 신변을 캐물을 수는 없다. 지역 특성상 그런 거 묻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이 교회에 십 년 이상 다니는 교인도 많지만 언제 왔다 언제 가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 교회는 교회가 눈에 띄는 위치에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나가다 예배 시간 되면 들렀다 예배드리고 간다.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새신자들에게 이것저것 물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

언론 기사는 루머, 심방이나 교육도 전무

최순실 씨가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고 처음 보도한 <시사IN> 기사를 보면 "최순실 씨 자매가 이 교회 대표 신자였고 목사님이 이 집안을 위해 자주 기도해 줬다"는 부분이 있다. <뉴스앤조이>는 최근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제보를 입수했다. 최순실 씨가 교회에 거액의 건축 헌금을 내고 B 목사가 그를 옆에 데리고 다녔다는 내용이었다.

B 목사는 이런 의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 신자'라는 말이 무슨 뜻인이도 모르겠고 내가 최 씨를 옆에 데리고 다녔다는 말은 교인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라고 했다. B 목사는 최 씨가 "수수한 차림새로 다니는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중년 여성"이었다며 헌금 내역 또한 교회에 자료로 다 남아 있는데 교회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남는다. 최순실 씨는 대형 교회를 전전하다 왜 A교회에는 꾸준하게 다녔을까. 만약 최 씨가 권력이나 명예를 좇는다면 유명하고 사람 많은 대형 교회에 가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기 때문.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 것은 B 목사도 마찬가지다.

"신앙생활을 적을 두고 하려면 심방이나 교육을 받고 할 텐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내 입장에서 몇 년을 교회에 찾아오고 설교를 들어준 것은 고맙다. 고마운데 이런 일 있고 보니까 미리 알았으면 신앙적으로 지도를 잘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B 목사는 말을 아꼈다. 자신과 교회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있는데 한 번도 직접 전화로 사실 관계를 물어온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 씨와 A교회 문제는 자기들에게 맡겨 두는 게 가장 좋지 않겠느냐며 교회마다 다 사정이 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취재 도움: 김동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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