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비선 실세, 국정 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계에서도 연일 시국 선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보, 보수를 망라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들은 11월 2일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정부의 파탄 상태는 건국 이래 유례없는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대통령-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수사를 받을 수 없으면 내려오라고 했다.

그간 정치적 보수를 표방해 온 한국교회연합(한교연·조일래 대표회장)도 박근혜 대통령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교연은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했다며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기윤실은 "대통령이 저지른 범법 행위는 퇴임 후에라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분노를 넘어 절망과 비탄을 금할 길 없다. 우리가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다. 우리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동안 이 나라에서 발생해 온 괴이하고 끔직한 사건들로 인해 끊임없이 몸서리쳐야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이유를 명백히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바, 정부의 파탄 상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건국 이래 유래가 없는 일이다.

첫째, 우리가 역대 정부들에게서 보아 왔고 겪어 왔던 소위 탐관오리들에 의한 부패는 전혀 낯설지 않으나, 그 광범위한 규모와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방 군데로 뻗어나간 뿌리의 범위라는 점에서는 정말 낯설다.

둘째, 그러한 부패 구조가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사적인 움직임들에 의한 '국정 농단' 행위와 결합되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어안이 벙벙하다. 이걸 정부라 할 수 있는가?

셋째, 그러한 국정 농단이 20세기 초엽 제정러시아의 몰락과 패망이 정교회의 요승(妖僧) '라스푸틴'(Grigory Y. Rasputin)에 의해 저질러졌던 것처럼(2007년 주한미대사관의 보고 참조)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또 그것도 20세기 초엽이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는 21세기 한복판에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사이비 종교가 한 개인이나 집단을 파멸로 내모는 경우는 드물지 않으나 한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고 국운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는 희귀하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 시국은 한마디로 그러한 희귀한 '국난'의 사태 외에 다름 아니다.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 사태의 해결과 수습을 놓고 설왕설래, 밀고 당기기 식의 움직임들이 충돌하는가 하면, 현 시점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은폐와 짜 맞추기식 해법의 조짐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사태의 원인과 핵심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법도 분명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일, 대통령은 하야하라! 이 전대미문의 사태는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대통령-최순실 게이트'이며, 문제의 장본인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을 수 없다면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대통령이 상실한 법적, 도덕적 정당성은 그 무엇으로도 되찾을 수 없다.

일, 내각의 수반과 각료들은 물론, 정부 여당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은 국정을 농단하고 우롱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처하게 된 현 사태의 엄중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무조건 사퇴하라!

일, 따라서 거국 중립 내각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투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이다. 우리는 해명이 아니라 은폐로 둔갑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기에 일의 순서가 바르게 될 것을 엄격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6년 11월 2일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김정숙, 박창현, 박해정, 송순재, 오성주, 왕대일, 유경동, 유태엽, 임진수, 장왕식, 조경철, 박은영

시국 현안에 대한 성명서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박 대통령은 선거에서 자신을 믿고 투표한 지지자뿐 아니라 온 국민을 버리고 최순실을 선택했다. 최 씨가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며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측근이 아닌 자신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적 통치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몫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연일 계속되는 시국 선언과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가 국민들의 피맺힌 가슴에서 나오고 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먼저 대통령이 나서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고, 대통령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 주기를 바란다. 통치권자로서의 책임은 말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평생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치적 둥지인 친박도 자진 해산하고, 자청해서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과 결단이 있기를 바란다.

여당은 청와대, 정부와 함께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볼썽사나운 당권 싸움을 벌이는 집권당의 모습을 언제까지 국민들이 봐야 하는 것인가. 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하다 여당이 이를 수용하자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어 다른 요구를 하는 자세로는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믿음을 주기 어렵다. 여야가 공히 모든 화살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대선과 당권 경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분노는 또 다른 방향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커다란 위기 앞에 봉착했다. 대통령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위기다. 통치 전반이 흔들리면서 외교·안보‧경제 등 국정 전반의 차질과 공백이 나타날 경우 우리나라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언제까지 대통령 탓만 하고 최순실 의혹에 매몰돼 국력을 소모할 것인가.

각계 원로들과 언론들도 이제는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한마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손익계산 때문에 거국 중립 내각 문제를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나 그렇다고 작금의 현실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서리와 후임 내각이 어떻게 침몰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 낼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들끓는 민심을 헤아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한 국정 수습 방안에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위기 앞에서 단결하고 결집하여 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승화시켜 온 슬기로운 국민이다. 오늘의 대혼란이 대한민국을 추락시키느냐 새로운 도약을 이루느냐는 통치자와 정치인의 손에 달려있지 않고 국민 모두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

한국교회는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회개와 결단으로 사회 앞에 바로서서 빛과 소금의 본분을 다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오며 독재 정권에 야합해 기생한 몇몇 기독교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손가락질하기는 쉬워도 철저한 통회와 갱신으로 불의와 단절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모든 기독교 공동체의 책임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하나님 앞에 범죄한 모든 불의를 재를 뒤집어쓰는 심정으로 통회 자복하고 민족과 사회를 선도하는 '사도적 교회'로서 다시 민족과 사회 앞에 등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2016. 11. 2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문란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입장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창세기 1:2)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국가 기밀을 누설한 것을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최순실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해 국정에 간섭하고 각종 전횡을 일삼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너무나도 허무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성경에서 말하는 창세 전의 모습처럼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윤리를 실천하는 운동을 펼쳐 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비통한 마음으로 다음 몇 가지를 엄중하게 요구합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모든 진실을 밝히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을 부인해오다가 일부 언론을 통해 명백한 증거가 나오자 최소한의 인정과 사과를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은 국가 시스템이 형편없이 무너진 것에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무너진 마음을 더 이상 짓밟지 말고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충분한 권한과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철저한 진실규명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의 무너진 마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반성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최순실이란 한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여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사실상 국정 간섭과 각종 전횡을 허용했습니다.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저지른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퇴임 후에라도 법적 책임을 지어야 합니다. 아울러 최순실 씨 등 비선실세들의 치부에 활용된 문화 ‧ 스포츠 정책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합의 ‧ 개성공단 폐쇄 ‧ 사드 배치 등의 정책도 비선 실세에 의한 결정이었을 경우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 ‧ 야와 시민사회의 합의로 남은 1년 4개월 임기 동안 국정을 추스를 수 있는 책임총리와 중립내각을 세워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권과 언론의 반성과 새로운 역할 정립이 있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관련해서는 정치권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비선 실세의 존재와 전횡을 알면서도 방관한 채 권력을 함께 누리는 데 급급했던 새누리당은 국민들 앞에서 석고대죄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어떻게 책임질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야당도 이러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제대로 밝히고 견제하지 못한 무능을 반성해야 합니다.

이번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은 몇몇 언론들의 책임 있는 취재 결과로 그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MBC, KBS 등 공영방송은 쟁점을 흐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했고, 숨죽이고 있던 일부 언론은 이 사태를 기회 삼아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런 언론에 대해 국민들이 준엄한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기독교계의 대응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 문란에 대해 눈감은 채 이를 덮기 위한 술수에만 추임새를 넣는 부끄러운 일을 함으로 복음의 본질을 가리고 있습니다. 교회는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 하나님의 정의를 선포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바르게 제시하고 실천함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의 시스템과 법치, 정의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둠을 헤쳐가기 위해 국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은 국가의 의미와 역할, 법과 공의의 통치 원리, 국민 주권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의 지혜와 용기를 통해 대한민국은 새롭게 거듭날 것입니다.

성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가리켜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부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국민들과 함께 지혜와 용기를 모으는 일에 함께 할 것입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요한계시록 21:1)

2016년 11월 1일(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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