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신입생 급감, 학과 통폐합, 더욱 각박해지는 대학교 생활. 급변하는 캠퍼스 상황에 맞춰 선교 단체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그간 캠퍼스에서 기독인을 길러 내는 선교 단체의 위기를 짚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8월 12일 고신대학교 천안 캠퍼스에서 ESF(Evangelical Student Fellowship·기독대학인회) 김성희 대표간사를 만났다. 2016년 40주년을 맞은 ESF는 고신대에서 국제 수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ESF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아래는 김성희 대표간사와의 일문일답.

▲ 2016년 40주년을 맞은 ESF. 김성희 대표간사를 만나 캠퍼스 상황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올해 40주년을 맞은 ESF에 대해 소개해 달라.

ESF는 1976년 선교 단체 UBF에서 개혁해 시작된 공동체다. UBF는 지성인 복음 운동을 지향하며 전국적으로 급성장하며 대학 선교를 감당했다. 그러나 강력한 지도력에서 파생된 문제들로 개혁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결과 오늘의 ESF가 있게 됐다. ESF는 40년간 '캠퍼스 복음화', '성서 한국', '세계 선교'라는 키워드로 사역해 왔다. 캠퍼스 안에서 복음을 전하고 영향력 있는 리더를 세우는 데 주력했다.

- 선교 단체가 다들 어렵다고 한다. 신입생 수는 감소하고 학생들은 바쁘다. ESF 상황은 어떤가.

우리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에 가장 많이 모였다. 여름 수양회에 총 1,200명이 모였다. 그중 서울 외 대학생 회원이 800여명이었다. 서울 지역보다 지방의 대학생들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 대학생들이 감소하는 추세다. 현재 총 700명 정도가 모인다. 전에는 모임에 나오면 수련회도 거의 참석했는데 이제는 바빠서 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회 학생 수가 줄어든 원인으로는 캠퍼스 환경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취업이 잘되는 방향으로 학과를 재편성하고 폐지하기도 한다. 편입해서 서울권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무언가를 할 여유가 없다.

성경 공부 자체가 기독교 인문학을 뜻한다. 정체성을 묻는 일이다. 성경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은 누구인지 세상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는데, 요즘에는 학생들이 취업 준비에 바빠 헌신하기 힘들어한다.

-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나.

기존 방식은 설문지 전도였다. 강의 전에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설문 조사를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거, 영향을 받았던 인물 등 평이한 질문을 앞에서 하고 뒤에는 교회 다녀 본 적 있는지, 언제까지 다녔는지 등 종교적인 이야기를 넣었다. 거기서 관심 있는 대학생들과 접속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설문 조사도 하지만 24개 지부가 각자 캠퍼스 상황에 맞춰 나름의 방법을 쓰고 있다. ESF는 관계와 사람을 중시한다. 신입생 사역 때도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예를 들면 교육대학교는 입시 과정에 필요한 면접 시뮬레이션을 준비했다. 예비 신입생 60~70명이 참여했고, 그중 30명이 ESF 신입생 모임에 왔다. 한 대학에서는 술 안 마시는 모임을 SNS에 홍보하고 7번 정도 모였다. 술 안 마시고도 놀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반응이 좋았다.

핵심은 관계성을 맺는 것이다. 같이 밥 먹는 모임도 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부담 없이 관계를 맺는다. 간사가 집에 초대해서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간사 수련회에서 신입생 초청과 전도 사역을 평가한다. 필요한 아이디어는 공유하면서 전도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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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신자 친구들의 비율은 어떤가. 보통 선교 단체에서 비신자보다 기존 교인들의 신앙 훈련을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ESF는 비신자 전도를 강조한다. 기존 교인이 30%, 비신자(새 친구)가 70%면 역동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캠퍼스에서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데, 어느 지부는 대부분 새 친구 신입생들만 오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 교인은 교회 안에서 잘 알려진 선교 단체에 많이 들어간다. 캠퍼스 현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촉점을 마련해 비신자 대학생들을 초청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캠퍼스에서 일대일로 '길 공부'를 한다. 기독교 신앙을 소개하는 본문으로 왜 복음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수련회 때도 따로 비신자 캠프를 한다. 여름 수련회 기준으로 700명 중 80~90명은 비신자다. 회심 확률이 90% 정도 된다. 캠퍼스에서 관계를 기반으로 복음을 듣고 수련회에 참석하니 확률이 높은 것 같다.

- 외국인 유학생들도 만나고 있나.

외국인 유학생 사역은 꼭 필요하다. 대신 사역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에서 섬겨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SF는 다른 나라의 캠퍼스 선교를 위해 사역자를 파송한다. 현재는 중국 케이스가 가장 많다. 중국에서 한 사역자가 비자 문제로 들어온 적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 서울권에서 중국인 학생 사역을 했다. 열심히 했고 반응도 좋았다.  현재 한국교회와 선교 단체가 외국인 유학생 사역을 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동일 문화권의 교회와 공동체가 세워지면 유학생 사역도 한계를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학생들의 삶의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져 간다. 같이 삶을 나누고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단체에서는 이런 점이 어렵게 다가올 것 같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실제도 그렇다. 자기 문제를 오픈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동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 대학 입학 전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대학 이후로 모두 미룬다. 대학 오면 다 될 거 같았는데 아니라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여러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멤버의 마음을 열게 하느냐가 관건 같다. 멤버가 '모임 나오라는 거겠지'라고 느끼면 쉽지 않다. 우리는 일대일로 만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목자가 한 양을 얻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해야 한다. 이를 감당하려면 사랑의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헌신하려는 마음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키를 가지고 있다.

- 선교 단체를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

학생 운동은 점차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장밋빛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2018년부터 입학생보다 입학 정원이 더 많아진다. 대학 내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선교 단체가 할 역할이 있다고 본다. 최근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생각해야 할 것을 대학 입시 후로 유보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들어와서 자신, 삶에 대해 생각한다. 선교 단체에는 이미 이 단계를 거친 선배들이 있다. 같이 고민하며 그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주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섬기고자 하는 준비된 선배들이 있다. 우리는 복음을 증거할 당위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상황은 비관적이지만 선교 단체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졸업생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기업이 학점이나 전공을 보기보다는 팀워크를 잘 이룰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본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연습을 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선교 단체는 함께 협력하는 과정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곳이다. 일대일로 관계 맺으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 안에서도 상대방을 알아 가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부분에 의미가 있다.

▲ ESF는 캠퍼스 복음화, 성서 한국, 세계 선교를 키워드로 삼고 사역을 진행해 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ESF에서 간사는 무슨 일을 하며, 처우는 어떤가.

캠퍼스 간사가 80명 정도 된다. 멤버들과 직접 성경 공부를 한다. 집에 초대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 사람이 여러 캠퍼스를 맡는 건 지양한다. 그건 관리다. 오히려 주요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간사들이 팀 사역 하는 것이 더 요구된다.대학 안의 학생 중심의 공동체가 세워져야 그 안에서 균형잡힌 학생 리더를 키울 수 있다.

재정은 지부 단위로 모아서 집행한다. 교회·졸업생들이 낸 선교 헌금으로 간사 월급을 준다. 학생들은 예배 중 선교 헌금을 내는데 이건 캠퍼스 사역비로만 쓴다. 간사는 근무 년 수, 결혼 유무, 가족 수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다르다. 후원금이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 달에 채워 주는 식으로 한다.

- 선교 단체와 교회는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어떻게 연계해야 하나.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는 큰 교회일수록 위기의식을 못 느낀다. 청년, 대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대학생이 10명도 안 되는 교회는 정말 심각하다. 대학 입학하면 나오지 않거나 아예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학을 서울권으로 오면 큰 교회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회는 청년들이 몰려 오니 대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단 생각을 못 한다.

이런 점에서 선교 단체와 교회가 연결되면 좋겠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연대해야 한다. 외국은 교회와 선교 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한다. 우리는 긴장 관계다. ESF에는 학생일 때는 단체에 최선을, 졸업하면 교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학생 시절에 제대로 된 제자 훈련을 시키고자 정하게 됐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역자들이 대화해야 한다. 대학생들의 문화, 기본적인 사고 방식, 교역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장소가 필요하다. 선교 단체 간사들이 청년 대학생 사역자 대회를 주기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학문적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교회 청년부가 현실을 참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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