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가 뭐에요? 그거 이단 아니에요? 처음 듣는 단체인데요. 우리 목사님이 교회 밖에서 성경 공부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겟세마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선교 단체다. IVF, CCC, 예수전도단처럼 전국에 퍼져 있는 단체도 아니다. 오직 성균관대학교에서만 활동한다. 겟세마네는 1977년 성대 학생 네 명이 만든 모임이다. 내년에 40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유서 깊은 단체지만 교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이단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9월 5일 성대 명륜 캠퍼스에서 겟세마네 담당 사역자 이성의 전도사를 만났다. 이 전도사 역시 겟세마네 출신으로 주말에는 교회 사역을 하고 있다. 그에게서 멤버십 모집, 신입생 현황, 캠퍼스에서 겪는 어려움, 대처법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 안녕하세요. 겟세마네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겟세마네는 성대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기독인 모임이에요. 1977년 학생 네 명이서 같이 예배 드리고 성경 공부할 목적으로 만들었어요. 정식 명칭은 성균관대기독학생회인데, 기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겟세마네라는 별칭을 붙여 줬어요.

슬로건은 성대 복음화, 세계 선교 두 가지예요. 성대 안에서 학생들에게 사영리로 복음 전도를 하고, 졸업생을 선교사로 파송합니다. 수원에 캠퍼스가 생긴 후에는 명륜, 율전 캠퍼스에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아침 기도회, 주 1회 공동체 예배를 하는데 한 공동체라는 인식이 있어요. 명륜에 있으면서 율전에서 예배하기도 하고 율전 친구들도 명륜에 오기도 하고요.

▲ 겟세마네는 성균관대 명륜, 율전 캠퍼스에서 활동 중이다. IVF, CCC 같은 전국 규모 단체가 아니지만, 자생 단체로서 캠퍼스 사역에 어려움은 없는지 들어 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각 캠퍼스 학생들이 불편해하지는 않나요.

딱히 그런 건 없는 거 같아요. 서로 오가며 만나는 기회가 많아요. 여름, 겨울엔 재학생 수련회도 하고요. 3박 4일 성경 통독도 같이 해요. 겟세마네는 학생 자발성을 중요하게 여겨서 이런 코스는 주로 학생들이 기획하는 편이라 서로 친밀해지죠.

겟세마네 특징 중 하나는 공동체성이에요. 1년에 한 번 홈커밍 대회, 소풍이 있어요. 70년대 학번 선배들도 많이 와요. 소풍 때는 2세들도 오고요. 짝 매칭해서 선배 만나러 가는 경우도 있고요. 같은 학교 출신들만 모이니까 애틋하고 더 가족 같은 느낌이 있어요. 끈끈한 편이죠.

- 대부분의 선교 단체가 학생 자발성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 거 같아요.

그렇죠. 제가 다른 곳은 경험해 보지 않아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저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모임이 있으면 직접 만들어요. 어떤 모임을 하고 싶다고 하면 스스로 하는 거죠. 한 번도 제가 "네가 이거 해"라고 말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학생들 자발성이 없으면 겟세마네 공동체가 존재할 수가 없어요.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수련회 가기 전에도 각 사람이 주제 성구를 정해 와요. 돌아가면서 주제 성구로 삼고 싶은 이유를 설명하고 우리에게 맞는 말씀이 뭔지 계속 토론해요. 사실 교회처럼 목회자가 성구를 정하면 빠른데, 겟세마네는 그 모든 일을 학생들이 해요. 5시간 넘게 이야기할 때도 있고요. 굳이 우리가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어요. 효율성만 따지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데 그게 아닌 거죠.

한번은 그런 적도 있어요. 1학년 헌신 예배가 있어요. 공연 준비도 하면서 서로 친해지라는 의미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걸 그만하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때도 왜 그만하고 싶은지 대체 방안은 뭐가 있는지 꽤 오랫동안 이야기했어요. 지도 교역자는 옆에서 듣다가 너무 엇나간다 싶을 때만 이야기해요. 어떤 학생은 겟세마네에서 토론 훈련을 많이 해서 취업하고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의견 나누는 일이 활발해요.

- 다들 즐겁게 참여하는가 봐요.

그런 편이죠. 고맙죠. 공부하기도 바쁜데 섬겨 주기까지 하면. 근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갈등은 있어요. 지금까지 겟세마네는 학생들이 신학생처럼 직접 신앙 서적 읽고, 조직신학 서적이나 주석으로 공부하면서 성경을 가르쳤어요. 선배들을 보고 자란 후배들이 나도 그렇게 섬겨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같이 기도하고 신앙생활을 보여 주면서 가는 거죠. 어떤 친구는 정말 사역자처럼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어떤 순간부터 취업, 고시 준비한다고 나오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어요. 사역자 입장에서 공부하면서 같이 섬기자고 권면은 해요. 그런데 만약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고 하면 더 이상 이야기하진 않아요. 그게 하나님 뜻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고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겠지만 고시 공부나 취업 준비가 세상적이진 않은 거 같아요. 하나님이 일하시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고요. 어떻게 사용하실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만약 하나님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건 하나님 이름을 도용한 거라고 생각해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고 살아가느냐 살아가지 않느냐가 중요한 거지, 겟세마네에 오고 오지 않고는 중요한 부분은 아닌 거 같아요. 다른 곳에 있어도 하나님은 계실 수 있으니까요. 두 가지 다 해 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자기 삶에서 하나님나라 시민으로 산다면 겟세마네든 아니든 관계없어요.

▲ 겟세마네는 학생 자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련회를 준비할 때 주제 성구부터 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고 정한다. 간사가 주도적으로 단체를 이끌지 않는다. (사진 제공 이성의)

- 활동이 많은데 교회와 트러블은 생기지 않나요.

겟세마네 비전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세워 놓은 다섯 가지 실천 방안이 있어요. 선교, 구제, 중보 기도, 복음적 기독 문화 창달, 지교회 섬김이예요. 이곳에서 양육을 받더라도 교회로 파송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 그게 저희 방향성이에요. 만약 겟세마네 행사와 교회 행사가 겹치면 교회 쪽으로 가라고 권장해요. 수련회에서 담당하는 일이 생기거나, 1년간 임원으로 섬기면 양해를 구하지만 그게 아니면 교회를 우선으로 하자고 말해요.

- 젊은 친구들이니까 공동체 안에서 연애하는 사례도 있을 텐데요.

저 때만 해도 연애 시기를 두고 기준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좀 달라졌죠.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하나님이 주신 좋은 감정 중 하나잖아요. 종종 둘이 몰래 만나는 경우가 있어요. 알게 되면 축복해 줘요. 잘 만나라고.

- 신입생 유입률은 어떤가요. 선교 단체가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요.

과거랑 비교했을 때 많이 줄어들었어요. 90년대는 한 학번에 40~50명 정도 왔었고, 제가 04학번인데 그때는 캠퍼스에 한 학번이 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5명 안팎으로 줄었죠. 90년대와 비교하면 엄청 축소됐다고 할 수 있죠. 최근만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하진 않았어요. 외국에 있다가 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2학기에 유입되는 친구들도 있고요. 지금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죠. (성대는 동아리방이 한정되어 있어 적정 인원 수가 유지돼야 방을 내준다. 아직까지 겟세마네는 인원수가 충족돼 동아리방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기자 주)

많이 줄어든 이유를 생각해 보면 취업 준비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회가 변해서 저 때만 하더라도 평점 3.0 중반이라도 성대라고 하면 대부분 취업이 됐어요. 근데 지금은 100곳에 이력서를 넣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1~2학년부터 취업 걱정을 해요. 공모전에 응모하고 자격증 따는 것을 중시해서 공동체에서 양육받는 걸 어려워들 하는 거 같아요. 여러 동아리를 한 번에 하다가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 모집은 어떻게 하나요.

주로 관계 전도를 해요. 신입생 새터 모임에 가거나 학기 시작할 때 강의실 가서 인사하고 설문지 조사를 해요. (인터뷰 전에도 리더들이 강의실 전도를 갔다. -기자 주) 교회 다니는지, 기독교에 관심이 있는지, 밥 먹을 사람 있는지 물어요. 설문지를 토대로 밥도 사주고 관계를 이어 가요. 감사하게 4월 한 달 식사 비용을 동문회에서 다 후원해 주시기로 해서 친구들이 많이 힘을 얻었죠.

사영리를 들고 노방전도도 해요. 로마서에 "아름답도다 복음을 전하는 발이여"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학생 중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듣기 싫다고 거절하기도 해요. 학생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무섭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거부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복음을 받아들이는 친구도 있어서 꾸준히 나가고 있어요.

▲ 이성의 전도사는 학생들에게 사역을 강요하지 않는다. 겟세마네에 있는 것보다 하나님나라 시민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불신자는 얼마나 되나요.

10명 중 2명은 교회 안 다녔던 친구들이에요. 꾸준히 오는 거 같아요. 적응 못하고 나가는 학생도 있고 영접하는 경우도 있죠. 흔하진 않지만 리더로 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뿌듯하죠. 예배하자고 하면 나오지 않던 친구가 지금은 후배들을 양육하고 불신자였던 친구가 전도와 해외 선교에 동참하는 걸 보면 좋죠.

- 혹시 IVF나 CCC처럼 전국적으로 퍼져 있지 않아서 어려운 점도 있나요.

교회 다니는 친구들에게 인지도가 없는 편이에요. 교회에서 선교 단체를 권장하더라도 IVF, CCC를 주로 이야기하잖아요. 겟세마네라고 하면 성대 출신이 아니면 잘 모르니까 "이단 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어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니까 경계하는 편이에요.

- 외국인 학생도 있나요.

확실히 많아졌어요. 언어 문제 때문에 만나서 양육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온 학생 2명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양육이 가능한 거 같아요. 성경 공부도 같이 하고 있어요. 이번에 전도사님이 한 분 사임하셔서 전에 사역하시던 목사님이 오시게 됐어요. 중국에서 사역한 경험이 있으셔서 성대에 있는 중국인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고 기대해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캠퍼스 상황이 점차 변하고 있는데 5년 뒤 모습은 어떨 것 같나요.

가끔은 겟세마네가 언제까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요. 지금은 유지되고 있지만 5년이나 10년 뒤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죠. 지금 한 학년당 15명이 모이는데 10년 뒤에는 5명이 모일 수도 있고 30년 뒤에는 안 모일 수도 있죠. 답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고민들이 있어서 지도 교역자와 재학생들이 성대 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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