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관태기. 20대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한 신조어다.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관계에 권태를 느낀다는 말이다. 관태기를 보내는 20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혼자 먹는 밥, '혼밥'이 편하고 혼자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게 더 편하다.

캠퍼스 안에도 관태기를 지나는 청년들이 흔하다. 취업이 가장 중요한 화두인 학생들에게 인간관계는 관심 밖 일이다. 동아리도 취업 동아리만 성행할 뿐 다른 동아리는 구성원이 줄고 있다.

기독교 동아리는 어떨까. <뉴스앤조이>는 6월 22일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IVF(한국기독학생회) 중앙회관에서 IVF 캠퍼스사역연구소 정석률 소장을 만났다. 캠퍼스사역연구소는 캠퍼스 상황을 연구하고 정책을 분석하는 곳이다. 다음은 정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취업이 목표인 대학생들에게 동아리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캠퍼스의 동태를 살피는 일을 하는 IVF 캠퍼스사역연구소 정석률 소장을 만나 캠퍼스 내 선교 단체 상황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IVF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한국 IVF는 1956년에 조직됐고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모토로 삼고 있다. 총체적인 복음, 하나님나라에 헌신된 사람들을 배출하는 게 주요 목표다. 총체적인 복음은 개인 구원을 넘어 사회적인 이슈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뜻한다.

- 요즘 대학가 상황은 어떤가.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사회 수요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 조정을 요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인문, 예체능, 자연과학 계열은 줄이고 공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학생이 줄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모든 선교 단체의 공통 위기다. 정부 추산을 보면 2023년까지 대학 입학 가능자가 16만 명 정도 준다. 18학번부터는 인구 절벽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22학번부터는 20대 인구가 감소하는 걸로 나온다. 학생 수 자체가 줄기 때문에 선교 단체에 가입하는 학생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취업 준비로 바쁘다. 정부가 대학 점수를 취업률로 매긴다. 학과 개편이 취업 중심으로 되니까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훨씬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LGM(Large Group Meeting·공동체 예배), DPM(Daily Pray Meeting·기도 모임), 소그룹 참여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동아리뿐 아니라 취업 동아리 빼고는 다른 동아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 실제 선교 단체 활동을 하는 신입생 수가 줄고 있나.

해마다 신입생이 15%정도씩 감소하고 있다. 수련회 참석자도 많이 줄었다. 계절학기 듣는 학생도 많고, 방학에 어학연수나 인턴 등 취업에 도움되는 활동을 하다 보니 수련회 참여율이 떨어진다.

수련회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IVF는 학교를 구역별로 묶는 지방회 수련회를 5박 6일간 진행한다. 최근 3박 4일이나 4박 5일로 날짜를 줄이는 지방회도 있다. 지방회별로 수련회를 진행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그런 탓에 모든 IVF가 한 자리에 모이는 전국 수련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 수련회는 2008년 이후로 열린 적이 없다.

- 대학에 유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IVF에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2013년 정점을 찍고 지금은 유학생 숫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때는 IVF도 유학생이 이슈였다. 대구는 유학생이 많아져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련회를 열었다. 경기권 한 학교에서는 유학생이 캠퍼스 대표를 하기도 했다. IVF를 총괄하는 중앙회에는 선교부가 따로 있어서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가 있다. 명절 때도 모이고 성경 공부도 따로 한다. 안타까운 건 지리적 문제가 있어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 캠퍼스 상황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설교가 간사의 주된 일이었다면, 이제는 리더를 대체해 소그룹 인도까지 해야 한다. 정 간사는 IVF 간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달라지는 캠퍼스 상황에 대해 강의한다. (사진 제공 정석률)

- IVF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대학생들 삶과 밀접한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구호로 전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삶으로 들어가서 같이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IVF 모토가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이지만, 하나님나라가 무엇인지, 어떤 운동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구호 대신 학생들 문제에 귀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텔)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 부채 문제를 돕는 식으로 삶에 파고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하나님나라 운동을 이야기하면 사회 자체가 하나님나라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다.

사역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캠퍼스에 이공계열이 많아지면, 현재 선교 단체가 갖고 있는 시스템을 직접 대입하기는 어렵다. IVF는 모임이 잦은 편이다. 이공계가 증가하면 사역 모델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모임을 일주일에 3~4번 할 순 없다. 실제 최근에는 매일 하던 기도 모임을 주 3회로 줄여서 하는 지부도 있다. 상황에 따라 캠퍼스도 변하고 있다.

리더십을 세우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1학년 때 들어와서 2학년 때 리더 트레이닝을 받고 리더가 됐다. 앞으로는 이 패턴이 힘들어질 듯하다. 학생들은 바쁜데, 일방적으로 기존 방식만 고집할 수 없다.

- 달라진 상황에서 교회와 함께할 수 있는 사역이 있는가.

주거 문제는 교회와 함께 풀어 갈 수 있다. 삶의 문제를 터치할 필요가 있다. 본인 상황과 성경 말씀 사이에 갭이 너무 크다 보니 교회가 아예 관심 밖 일이 되었다. 이 부분을 교회도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 IVF 간사 상황은 어떤가.

다른 선교 단체보다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입 간사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간사 전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진 않다. 이제는 캠퍼스를 하나의 단어로 묶기 어려워졌다. 수도권과 지방이 다르고 특성화 대학이 많아지면 학교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문제를 헤쳐 나가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말이다.

간사들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전에는 가르치고 설교하는 게 간사의 주 업무였다. 이제는 리더가 세워지지 않으면 간사가 직접 성경 공부를 인도하거나 학생들과 더 많이 삶을 부딪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상황은 어려워졌지만 새로 도전하게 되는 분야도 생기고 있다.

-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선교 단체 활동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

대학을 다니며 자신에 대해 질문하는 게 드문 일이 되었다. 왜 취업해야 하고 취업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하기보다 취업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선교 단체 활동을 통해 취업에만 매달려 있는 학생들이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공동체가 만능이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공동체를 경험해 보는 게 삶에 좋은 메리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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