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록강 유역의 북한 마을 전경.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 유가족과 교인들이 5월 5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 목사 사망과 관련한 교인들의 첫 공식 반응이다.

교인들과 유가족들은 슬픔에 동참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동포를 위해 일생을 바쳤던 한 목사의 생애를 기렸다.

이들은 한 목사를 가리켜 "중국 복음화와 조선 민족 어려움에 함께한 진정한 목자"라면서, 굶주림으로 북한을 이탈해 찾아온 동포들에게 먹을 것과 복음을 전하는 데 일생을 바쳐 왔다고 소개했다.

평소 한충렬 목사가 교회가 앞장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며, 공안 당국의 문제 제기에도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왔다고도 했다.

다만 유족들은 한국 일부 언론이 한충렬 목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이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달 있었던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 등 최근 제기되는 북한과의 연관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장백교회는 조선족 동포인 한 목사가 1993년 개척해 600여 명의 교인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일대 지역에 50여 개의 처소 교회가 있는, 명실상부한 만주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다.

다음은 성명 전문.

<故 福泉 韓忠烈 牧師 영결식을 마치며>

먼저 福泉 韓忠烈 牧師의 갑작스런 죽음에 함께 아파하며 슬퍼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분할 만큼 국내외로 관심을 가져 주시고 염려해 주심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의 행방불명 이후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해 준 정부와 공안 관계자 여러분께 또한 감사드립니다.

고 한충렬 목사님은 중국의 복음화와 조선 민족의 어려움에 함께한 진정한 목자이셨습니다. 목회를 시작한 이후 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편에 서 왔으며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노력하셨던 분이십니다. 교회 안팎의 어르신들을 늘 부모님처럼 모셔 왔으며 힘들고 어려운 그 시절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자 애쓰며 살아오셨습니다.

1988년 갑자기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섰었지만 이는 장백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쓰임받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셨습니다. 그 전까지 오직 공부만 알고 그래서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녔지만 그 아픔과 절망을 겪게 됨은 오직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우라는 목회의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1993년 장백교회를 세우고 책임집사를 맡은 이후 2016년 600여 명의 교인들과 50여 처소 교회를 섬기는 큰 목회를 감당할 수 있었음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계획에 충실하게 답하며 몸으로 실천하셨던 삶의 결과였습니다.

1997년 조선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조선 백성들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중국 땅을 밟을 때도 이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오직 저들의 희망이 되어 주고자 노력하심도 그 실천의 확장이었던 것입니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의 전파입니다. 한충렬 목사님은 이 사명에 가장 충실한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조선 주민들의 일시적 국경 이탈을 통해 중국의 교회들을 방문하여 먹을 것을 구할 때 육신의 양식뿐 아니라 복음을 제공한 것은 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국에서 여러 번 조선 주민에 대한 접촉과 도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을 때에도 중국 정부를 위해서나 장백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나 교회가 앞장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그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오셨습니다.

그러기에 국경 이탈자들의 음식과 의복을 제공할 뿐 단 한 번도 저들의 탈북을 도운 적이 없으며 도리어 저들을 설득해 조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라고 권면하였고, 돌려보낼 때 단 한 번도 빈손으로 돌려보낸 적이 없으심은 예수님의 제자로 예수님과 닮은 모습이 되고자 늘 노력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목사님의 고귀하고도 정열적인 목회는 교회를 성장시켰으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회와 남겨진 가정은 목사님을 존경하며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목사님의 이러한 고귀한 유업을 지키며 나아갈 것입니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업적을 모독하는 세력과도 싸우며 나아갈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일부 매체들이 장백교회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없는 말을 만들고 없는 사건을 만들어 모욕함을 참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하나님 자녀로서 교회적 사명을 지키기 위해 순수하게 살아왔을 뿐임에도 정치적으로 이용함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장백교회와 한충렬 목사님을 모독하는 이러한 행동을 중지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장백교회와 한충렬 목사님을 사랑하고 아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이 사랑과 관심을 지속하여 지켜주시고 바라봐 주시며 협력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인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백교회 제직 및 한충렬 목사 유가족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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