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취재팀] 중국이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 사망 사건을 놓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4월 30일 오후 중국 길림성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장백교회를 시무하던 한충렬 목사가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곳곳에서 중국의 수사 의지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된다. 사건 직후, 중국 공안 당국은 한 목사의 시신을 인수했다. 5월 3일 오전 장례가 치러졌으니, 한 목사의 시신이 공안 당국에 있었던 기간은 길게 잡아도 이틀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이 시신에 대한 정밀 부검이 필요한 사안임을 감안하면,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한다는 인상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장백현에 있는 병원이 정밀 부검을 하기에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분석한다. 장백현에서 가장 가까운 성급 규모의 병원까지 가려면, 적어도 8시간이 걸린다.

사건 현장에 대한 보존도 미숙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목사의 시신이 발견된 '18도구' 현장이 아무런 제지 없이 방치되어 있다. 누구나 현장에 출입할 수 있는 조건이다. 수사 전문가들은, 범인 색출에 사건 현장 보존이 제일 중요한 일인데도 이렇게 현장을 방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한 목사 시신이 발견된 18도구 현장으로 들어서는 길목. 이정표가 서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백현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변경 도시라 시내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한 목사가 30일 오후 2시 전화를 받고 교회에서 나갔다는 복수의 증언을 고려하면, 중국 공안이 사건 당일 한 목사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런데도 사건 발생 5일이 지났지만 이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을 통제하는 정황이다. 가볍지 않은 사안임에도 중국 언론은 이 사건에 함구하고 있다. 5월 5일 현재 중국 언론사 중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곳은 발견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언론 <联合早报>가 5월 1일 사건을 보도했지만,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는 열리지 않는다. 역시 해외에 적을 두고 있는 <미국의소리중문판>에 5월 3일 자로 기사가 실렸지만 해당 사이트는 중국에서 원천적으로 접속이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 불신하는 중국 국민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이 변경에서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북한과의 외교 마찰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동식, 김창환 목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지 주민들도 중국 당국에 큰 기대를 거는 표정이 아니다. 6년 전, 장백현 인근 임강시 한 부락에서 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일가족 3명이 한 자리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지금까지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북한과 관련한 범죄에 적극 나서지 않는 중국 정부를 향한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사망한 한충렬 목사는 중국 동포지만 법적으로 중국 공민에 해당한다. 한국 국적의 김동식, 김창환 목사와는 경우가 다르다. 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 김규호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공민을 보호하기보다 북한을 편드는 것은, 중국 국민을 기만하는 후진적인 정책"이라며 중국 정부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 중국 길림성 장백조선족자치현에서 바라본 북한 혜산시 전경. 압록강을 중심으로 사진 위편이 북한이고, 아래편이 중국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건 발생 후 5일이 지났지만, 한 목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확히 밝혀진 사안은 하나도 없다. 북한 공작원에게 살해당했다는 주장 역시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목사가 북한에 있는 지하 교회를 도왔다, 지하 교회 구성원 명단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를 입증할 근거가 희박하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동포를 돕던 전도유망한 40대 목회자가 의문사했다. 일각의 주장처럼 한 목사가 북한 지하 교회를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는 양국이 정한 법으로 처리할 문제다. 중국 당국이 한 목사 죽음을 철저히 수사하지 않고 조용히 덮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대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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