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 4번에 배정된 최운열 교수(서강대 석좌)는 주류 경제학자다. 과거 대기업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보수 정권의 경제정책과 이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종인 대표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자본 친화적인 사람이다", "당 성향과 맞지 않다." 3월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공개했을 때 당 안팎에서 불만이 터졌다. 김 대표의 '셀프 공천'과 후보들 중 당 성향에 맞지 않는 인물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지지하고, 법인세 인하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을 주장한 최운열 교수(65·서강대 석좌)도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최 교수는 비례대표 4번을 배정받았다.

1982년부터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쳐 온 최 교수는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KB금융 사외 이사 등을 두루 역임한 경제통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금융경제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주류 경제학자가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우리 사회의 '어두움'과 관련 깊다.

지난 8년간 각종 경제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 높은 청년실업률, 빈부 격차 심화 등은 최 교수의 경제철학마저 바꾸었다. 그는 지난해 퇴직 기념식에서 '주류 학자의 참회록'이란 제목으로 강연했다. 제자들이 취업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사회'라며 깊이 반성했다. 그는 한국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마침 김종인 대표의 권유로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가 됐고, 당선될 확률이 높다. 그는 이 모든 게 하나님 섭리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신자다. 원래 원불교인이었던 그는 아내를 따라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을 지적하듯,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최 교수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번쩍번쩍한 예배당을 짓는 대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게 하나님 뜻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를 4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최운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추천을 받아 비례대표 4번에 배정됐다. 33년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는데,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김종인 대표와의 인연도 궁금하다.

33년간 대학에서 가르치다, 작년 8월 은퇴했다. 정치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는 1981년까지 서강대 교수를 하다가, 국회에 가셨다. 나는 1982년 학교에 왔으니 겹치는 시간은 없었다. 김 대표는 지적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분이다. 같은 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신문에 칼럼을 쓰거나 학회에서 발표하면 전화 통화로, 때로는 직접 만나 격려해 줬다. 그러다가 이 시대의 제일 큰 화두인, 불공평·불공정 문제, 빈부 격차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갈 수 없다는 공감대를 가지게 되었다.

김종인 대표는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 (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나 몰라라 하니까 실망해서 당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 뒤로 (우리는) 자주 만났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눴다. 나는 다음 대선 때도 경제민주화가 핵심 화두가 될 수밖에 없으니 중단하지 말고 가칭 경제민주화연구소 같은 걸 만들어서 불씨를 지펴 가자고 건의한 적도 있다. 그러던 중 3월 19일 아침 갑자기 전화를 해서 비례로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해 왔다.

- 3월 19일이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비례대표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다. 그 전에는 비례대표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 나도 갑자기 전화를 받고 당황하다가 "필요하시면 가서 도와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길을 예비하고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명이라 생각하고 있다.

- 신앙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소망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다.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됐나.

어머니가 유일하게 부르는 노래가 있다. "요단강 넘어가 만나리…" 우리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못 나오셔서 글씨도 못 읽는다. 나중에 보니 찬송이더라. 할아버지와 아버님이 독실한 신자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전혀 신앙이 없었다. 6·25 때 집이 풍비박산 났다. 아버지는 공산당에게 돌아가셨다. 고모부는 교회 전도사였는데, 역시 이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며 완전히 신앙을 떠나셨다. 무속 신앙에 의존하셨다. 어머니 손잡고 점집에 많이 갔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원불교에 다녔다. 이후 아내를 만나면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 온 신앙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 유학 가서 아내와 결혼했다. 유학 생활할 때 하나님을 많이 의지했다.

- 교수님처럼 한국전쟁 때 가족을 잃고 고통당한 분들은 자연스럽게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다. 교수님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성장 배경 때문에 체질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경제 이론적으로나 사회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보수 포지션에 있다가 많이 돌아섰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게 시대적 요청이다. 내가 과거에 보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줄 알면서도 계속 보수를 고집하는 것은 학자적인 양심이 아니다. 변절자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이렇게 해서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나 한 사람 변절자 소리 안 듣기 위해 틀린 것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작년 8월 말 정년 퇴임하면서 '주류 경제학자의 참회록'이란 제목으로 고별 강의를 했다. 나도 과거에는 아주 보수적이었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경제가 빨리 성장하려면 대기업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7~8년 전부터 그런 정책들의 부작용을 보게 되었다. 불균형, 소득의 양극화, 빈부 격차 문제 등 지금 손 쓰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있다.

내 입장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5~6년 전부터 경제민주화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서 강의도 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도 그런 주제를 다뤘다. 학생들에게 이런 고백을 한 적 있다. "내 전공 분야에서 가장 이름 있는 두 학회의 회장을 하고, 학교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부총장도 했다. 금융통화위원도 하고, 정책에 참여도 하고… 그렇게 난 굉장히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 보니 청년들이 취직도 안 되는 사회를 만들어 놔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그래서 참회라는 단어를 썼다.

학생들이 퇴임 이후 뭐할 생각이냐고 묻더라.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부분을 어떻게든 바로 잡아 불균형 성장을 시정하고, 소득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봉사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다. 다음 주 교회 가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려고 한다.

▲ 최 교수는 소망교회 교인이다. 32년간 다니고 있다. 소금회(소망교회금융인선교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같은 교회에 출석했던 이명박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경제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이 달라 함께 일한 적은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아직은 정치인보다 교수 같다.

뭐, 아직은 먹물이 안 빠졌다고 할까? (웃음) 그게 하루 이틀 만에 빠지겠는가.

- 학계에서는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석좌교수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석좌교수도 과분한 직책이었다. 학자는 이론에만 머물면 안 되고 현실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2012년 대선 당시 김종인 대표와 함께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것은 완전히 오보다. 학교에 있으면서 특정 정당에 관여한 적은 별로 없다. 김종인 대표가 (나를) 픽업했으니, 당연히 (캠프도) 했을 것이라고 (언론에서) 쓴 것 같다. 학자로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잘사는 게 목표지,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누가 정권 잡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하면 여야 가리지 않고 제공하는 편이었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4번을 받았는데, 당 안에서 (내가) 당 정체성과 안 맞는다고 공격하더라.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정당은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공통분모를 찾아가야 한다. 획일적으로 가는 것은 민주정당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또다시 경제민주화가 화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게 무엇인지, 어떤 정책으로 나타나는지 체감을 못 한다. 실제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잘 이해가 안 되고, 전달이 안 돼서 오해한 부분도 많다. 상대 당은 경제성장을 추진하는데, 우리 당은 경제민주화만 외치고 성장은 도외시한다고 매도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국민이 성장을 바라지 않겠는가. 현재 1인당 GDP가 2만 7,000~8,000불이다. 앞으로 3만 불을 넘어가야 되는데 정부 여당이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어렵다.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생각인데, 허구다. 지금 대기업, 특히 제조 기업 같은 경우 5~10조를 투자해도 새로운 일자리가 얼마 생기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게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자꾸 1970~80년대에나 통했던 정책을 주장한다. 지표상으로 3% 성장했다 해도 다수의 국민은 체감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국가 경제가 3% 정도 성장하면, 가계 소득과 기업 소득도 그만큼 늘어났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국가 경제가 3% 성장해도 그중 가계는 1% 정도밖에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기업은 7~8% 정도를 가져간다. 전체 평균은 3%지만 국민 몫은 너무 적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성장, 그런 걸 바꿔 주자는 게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 예를 든다면?

그동안 대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이라든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오히려 삶이 피폐해졌다고 느낀다. 중소기업이 심혈을 기울여 신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면, 적정 이윤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임금도 올리고, 고용도 창출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후려친다. '9988'이란 용어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1%가 대기업이고, 99%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대기업은 전체 고용 중 12% 정도밖에 책임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중소기업에 안 가려고 한다. 임금이 대기업의 50~60%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똑같이 대학교 졸업하고 대기업 가면 5,000만 원 받는데, 그 절반밖에 주지 않는 중소기업에 누가 가려고 하겠는가. 중소기업이 왜 임금을 못 올려 주는가?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만 제대로 잡아도 중소기업의 이익이 확보되고, 노동자 임금도 올라갈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대기업의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은 60이다. 정규직이 100이라면 비정규직은 60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은 40도 안 된다. 그러니 어떻게 소비를 하겠는가. 소비를 못 하니 기업들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1,930만 명이지만, 노조 가입 비율은 10%밖에 안 된다. 나머지 1,700만 명의 근로자는 진짜 열악하다. 민주화라는 게 뭔가? 다수의 국민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일정 계층만 누리는 것은 민주화가 아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 정상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이 경제민주화 정책의 중요한 정책들이다.

- 새누리당도 비슷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래서 참 좋다. 공약이라는 게 양쪽이 비슷하게 가야 실현된다. 그분들도 시대의 화두라고 보기 때문에,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들고나왔다. 최저임금도 얼마 올리겠다고 하던데,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 자원 마련이 어렵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제정책의 초점은 기업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경제정책의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세금 인상 같은 안을 추진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기업이 임금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은 인건비를 조정해야 할 때가 있다. 임금 조정이나 고용 유연성을 통해 할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무조건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려고만 한다. 언제든지 해고하기 쉽게 만든다. 지금까지 야당은 이 민감한 문제를 건들지 않았다. 기업이 생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우선 경영자와 기업의 총수들이 (임금을 줄이는) 고통 분담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하는 게 순서다. 어떤 기업은 경영자들이 150억 원 이상을 받는다. 세계적인 기업이니까 150억이 정당한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비하면 적으니까?

한국의 대기업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르다. 역사적 맥락을 봐야 한다. 금리자유화 이전에는 적정 금리가 15% 정도였는데, 정책금융 형태로 기업에 7~8%로 제공해 줬다. 시중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면 15% 금리로 부담해야 하는데, 은행에서 7%로 빌린 것이다. 무려 8%를 지원한 것이다. 이런 혜택에 의해서 대기업이 성장한 것 아닌가.

세계적인 기업이고 1년 이익이 10조씩 난다고 해서 과거의 성장 과정을 무시하고, 이익 많이 내니까 월급 많이 받는다? 대한민국의 대기업이 사회에 져야 할 책임은 외국 기업과는 달라야 한다. 그 부분이 아쉽다. 경영자들의 임금만 조정해도 기업에 부담 주지 않고 신규 고용을 많이 늘릴 수 있다.

▲ 한국교회를 향해 쓴소리도 내뱉었다. 최 교수는 교회가 수천 억을 들여 도심 한복판에 예배당을 짓는 행태를 꼬집었다. 외곽에 예배당을 짓고, 남는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하라?

맞다. 그렇게 하면서 노동자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면, 왜 안 따라가겠는가. 노동자들도 기업을 생각하는데. 기업에 부담을 안 주고 고용 늘리는 방법이 또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평균 68시간을 일한다. 너무 길다. 60시간 일하는 노동자가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서 40시간만 일해 주면 두 명당 정규직 한 명이 생긴다. 이런 방법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러면 기업에 부담이 늘어나는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GDP가 2만 8000불 정도 됐으니까, 노동자들도 저녁 있는 삶을 즐겨야 한다. 가족들과 같이. 이게 실질적으로 살아가는 재미다. 밤도 주말도 없이 일한다? 돈 좀 더 받아 좋긴 하겠지만, 그 반대급부로 일자리 못 구하는 대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게 경제민주화 내용들이다. 새누리당도 다행히 비슷한 정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지난번 선거에서 보지 않았나. 똑같이 경제민주화 주장해 놓고, 다수당 되고 정권 잡으니까 없었던 일로 했다.

사람이 똑같고, 추진하는 주체가 같은데 구호만 바뀐다고 바뀌나? 안 된다. 지난 8년간 우리가 경험 했다. MB가 대통령 될 때 현대 그룹 회장도 하고, CEO 대통령이라고 믿고 뽑았는데, 그분이 한 게 뭔가. 22조 투자해서 4대강 개발한다고 토목공사를 했다. 30만 명 이상 고용 창출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땠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아버지처럼 (경제를) 잘 꾸릴 거라고 기대하고 찍어 줬는데, 막상 뽑아 보니 총체적으로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나. 우리는 그렇게 본다.

- 현재 '양적 완화'가 이슈되고 있다. 국민 중에는 경기 부양인 줄 알고 반기는 사람도 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양적 완화는,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한국은행이 인수해서 그 돈 가지고 한계 기업들, 그러니까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을 연명하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그런 정책으로 한국 경제 체질이 강화되겠는가. 문제를 5~10년 후로 미루게 될 뿐이다. 장기적으로 큰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체질을 강화하지 않고, 퇴출해야 할 기업들을 일시적으로 숨 쉬게 해 준다? 그렇다고 살아날 기업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은 가계 부채다. 지금 돈을 풀면 가계 부채는 더 늘고, 소득은 안 늘어나고, 금융기관은 IMF 위기 때보다 더 심하게 망가질 것이다. 결국 공적 자금이 들어가게 될 텐데, 양적 완화는 공적 자금 규모만 키우는 격이다.

- 미국이 정책 금리를 올리고 있다. 만약 작년에 발표한 대로 미국 금리가 3%정도 올라가면 우리는 더 올려야 한다. 그랬을 때 오는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어마어마하다. 특히 가계 부채가 1,200조나 되는데 그 부담이 전가되지 않겠는가. 환율 문제도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적 완화는 독 중의 독이다.

-그런 부분이 강조가 안 되는 것 같다.

요즘 TV 토론 나갈 때마다, 설명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잘 안 써 준다.(웃음) 

- 소금회(소망교회금융인선교회) 멤버로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소금회 멤버들이 특혜를 누린다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소금회는 구성된 지 10여 년 됐다. 당시 증권연구위원장을 하니까 자연적으로 멤버가 됐다. 한 달에 1번 정도 아침 7시에 모여 목사님 말씀 듣고, 경제 특강을 듣는 정도였다. MB 정부 들어서니까 소망교회가 이슈화되고, 소금회 멤버가 요직에 간다고 보도됐다. 사실 소금회 멤버라는 것 때문에 역차별당한 것도 있다. 나는 기업 지배 구조 전문가로서 사외 이사로 많이 참여했다. 그런데 소금회 출신이어서 잘나간다고 보도되더라. 솔직히 그런 덕 보고 싶은 생각 없다. 전문성이 인정돼서 정책에 관여하는 게 필요하지, 특정 지역 사람 내지 특정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는 것은 교회나 신앙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최 교수는 경제민주화 전도사를 자처했다. 한국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납품 단가를 후려치지 못하게 정부가 막고,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의 폭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그리스도인으로, 어떤 제도를 만들고 싶은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제도로 강제하기 전에 가진 사람이 베풀어야 한다. 지금은 경제나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참아라, 참아라"고만 한다. 이건 아니다, 이게 참아지겠는가. 우리 스스로 베풀고 나눠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 우리 공약 중에 65세 어른들 중 소득 70% 이하의 어른들께 드리는 연금의 금액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리는 게 있다. 하위 소득 60%에 해당하는 분들의 월 평균 소득은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70% 정도 되면 120만 원 정도다. 노부부가 그거 가지고 살기 어렵다. 그분들 희생 위에 오늘날 한국이 있으니까, 도와 드리는 게 최소한의 예우다. 이런 제도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용의 질도 너무 나쁘다. 제도 보완을 통해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나눔의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

- 한국교회가 지탄받고 있다. 교회가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잘 알겠지만, 우리 교회도 10년 가까이 파동을 겪었다. 한국의 대형 교회는 참회해야 한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누구를 위한 교회가 되겠는가. 미국에 가면 도심 한 가운데 대형 교회가 별로 없다. 다 외곽에 있다. 지금 강남에 가 보라. 몇 천 억 들여서 도심 한복판에 지어야 되겠는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외곽으로 나가서 짓고, 나머지 돈으로 구제하고 가난한 사람들 돕는 게 하나님 뜻 아닌가. 교회를 번쩍번쩍하게 짓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국회에도 기독교인이 많다. 지금 당선 안정권인데, 당을 초월해서 기독 정치인들과 활동할 계획은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삶의 요건은 갖추고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걸 하기 위해서 신앙인들이 할 일이 있다면 발 벗고 나서서 일할 것이다. 하나님의 공의가 현실화되는 데 제 역할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다.

-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지난 30~40년간 한국 경제가 성장해 올 때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런 한국 사회가 갖는 장점이나 비교 우위가 지금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결국 어려워진 것은 중산층과 서민이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기회다. IMF 때 경험했지 않은가. 금리가 30%로 뛰니까 돈 있는 분들은 다른 데 투자할 필요가 없다. 채권만 사놓으면 3년 후에 배가 됐다. 경제 위기가 오면 가진 분들한테는 기회가 되고 결국 피해는 중산층과 서민이 본다. 노동자가 해고되고, 비정규직이 많이 생긴다. 지금까지 야당이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주장도 겸허하게 수용하고, 오늘 이 시점에 한국 정치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미션인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싶다.

▲ 인터뷰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사진 왼쪽)와 최운열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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