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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편에 서는 것이 정치다"

[인터뷰] 감옥서 하나님 만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다름 인정하는 소통의 장 열고파
   
▲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 10시간 18분 동안 연설했다. 그의 연설에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3대째 신앙인이기도 한 은 의원을 3월 3일 국회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정국을 흔들었던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 방지 법안'(테러방지법)이 3월 2일 국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의사 방해 연설)를 이어가며 법안에 반대했지만, 결국 테러방지법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야당 지도부는 총선을 치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했지만, 기대를 품었던 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주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52)은 자신의 트위터에 "필리버스터는 야당이 시작했지만 국민의 것이다", "이렇게 하면 누가 우리에게 표를 주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은 의원은 10시간 넘게 연설하며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줬다. 필리버스터 이후 이틀 만에 9,000여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올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를 가진다는 것과 참된 용기를 왜 가지게 되었는지는 정치인한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냐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은수미 의원을 만났다. 성남 중원구 예비후보인 그는, 국회와 지역구 사무실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중단된 필리버스터에 대한 소회를 묻자 안타깝고, 분노가 차오른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그동안 '야당답지 못하다'는 평가만 받다가,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붙잡고 야당의 '야성'을 보여 줬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절차도 없이 중단했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로 인지도도 뛰어올랐다. 공천받는 데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했다. 은 의원은 당 안에서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강성'은 배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은 의원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왜 강성으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은수미 의원은 3대째 신앙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공회에 다녔다. 한때 수녀를 꿈꾸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포기했다. 대학 진학 후 줄곧 노동과 사회 문제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멤버로도 활동했다. 1989년 출범한 사노맹은 당시 노태우 정권 타도와 민주 정권 수립, 사회주의 제도로의 체제 전환 등을 목표로 내걸고 활동했다. 사노맹 주요 간부였던 백태웅, 박노해 씨 등은 1992년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은 의원도 붙잡혔다.

구속된 은 의원은 안기부(현 국정원) 직원들에게 고문을 받았다. 고문 후유증으로 폐렴, 장염, 심장판막일탈증에 걸렸다. 장 절개 수술까지 받았다. 생사를 오갔다. 6년간 옥살이도 했다. 그는 오롯이 '신앙'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매일 성경을 찾아보고 기도했다. 그 결과 감옥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은수미 의원은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했지만 단 한 번도 '하나님'이란 이름을 꺼낸 적이 없었다며 멋쩍어했다. 자신의 정치 철학과 신념은 기독교 '신앙'과 맞닿아 있지만, 정치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쉽게 '하나님'을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3월 3일 국회 은수미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질문자로 나섰다.

아래는 은수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재선에 도전하는 은수미 의원은 성남 중원구 지역구 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로 인지도가 확 뛰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연설 마지막 부분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러‧갈등‧분쟁은 가난으로 인한 절망을 먹고 산다"고 했다. 테러리스트를 처단하는 것 이상으로 테러리스트가 둥지 틀 수 있는 사회경제적 상황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인권유린과 불평등, 불공정 같은 게 갈등·분쟁·테러의 둥지를 만든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일어나는 이유가 뭔가. 갑자기 사람들이 테러리스트가 되어서? 아니다. 교황은 극심한 불평등이 테러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 선거를 앞두고 당에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했다. 지금 마음은 어떤가.

속보로 강제 중단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고, 분노가 일었다. 한마디로 멍해졌다. 너무 충격이었다.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오는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당답다"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 없는데, 이번에 기회가 온 것 아닌가. 마국텔(국회TV)을 거쳐 간 시청자만 700만 명이라고 한다. 덕분에 당 의원들이 많이 노출됐다. 엄청난 기회였다. 그것을 한순간에 걷어차 버린 행동에 대한 절망감이 굉장히 클 뿐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됐다. 나는 세월호와 이 문제가 잇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보고 느낀 사람들의 분노와 고통, 사회정의, 인권에 대한 욕망이 계속 쌓여 있었다. 그것이 이번 필리버스터와 만나면서 분출된 것이다. 20~30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계기로 작동했다. 야당은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아쉬움이 너무 크다.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도 있다. 당에 무엇을 요구하는 것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페이스북과 SNS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 연설하면서 안기부(현 국정원)에서 고문받은 일도 고백했는데.

사노맹 사건에 연루됐는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일이다. 기존 운동권과도 결이 달랐다. 남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북한도 같이 비판했다. 그래서 '종북'이라는 소리 들으면 굉장히 억울하다(웃음).

북한은 함께 평화를 공존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솔직히 북한의 지도부는…마음으로도 머리로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같이 가야 할 세력이기 때문에 평화통일을 주장한 것이다. 노선은 분명했다.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당 의원들은 "과거 경력이 다 드러날 것이다. 종편이 수없이 공격할 것이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 기사를 찾아보니, 당내에서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렇다. 4년간 강성으로 찍혀 있다.

- 당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소위 강성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 사노맹이 그 이전의 운동권 그룹보다 과격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의원님은 사노맹 안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언론에서 그렇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내가 항상 항의하는 게 있다. 현재 백태웅은 UN에 있고, 조국은 서울대 로스쿨에서 인망을 받고 있다. 다 친구들이다. 선배 박노해도 있다. 그리고 은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백태웅과 박노해와 조국은 지금 위험인물인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조국 교수한테 "내가 종북이면 너도 종북이지 않느냐"고 농담도 한다(웃음). 요즘 카톡에 내가 종북이라는 글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정치를 하는 동안 계속 따라다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사회학을 전공한 은 의원은 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옥고를 치르고 여의도에 입성하기 전까지 노동·사회학을 전공했다.

많은 사람이 사법고시를 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바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동·사회학을 전공했다. 7년을 투자했다. 15살 어린 후배들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구실에 라꾸라꾸침대 갖다 놓고, 김밥 먹어 가며 공부했다.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보낸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 계속 현재와 미래를 사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데, 그 친구들이 보는 세계와 꿈이 내가 그리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 얼마 전 미국 대선 후보 샌더스 돌풍이 불었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일컫는 사람인데, 의원님 입장에서 봤을 때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샌더스·트럼프 현상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샌더스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가 불평등하고, 세대 간 문화적인 격차도 크니까 말이다.

사실 트럼프 현상은 일베 현상과 유사하다. 필리버스터할 때, 왜 여당 의원들이 삿대질하며 욕하는 줄 아는가. 그 모습이 방송으로 나가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한다. 단순히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왜 샌더스 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필리버스터 현상'을 보고, '드디어 발현됐다'는 것을 알았다. 20~30대가 주도했고,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필리 현상'을 응원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가 미래의 권력을 잡을 것으로 본다. 당 토론회에서 필리버스터 현상을 분석하라고 건의했다. 나는 개인 돈을 들여서라도 할 것이다. 일시적인 기적이 아닌 지속적인 역사로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 사노맹이 추구했던 노선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병행하거나 순차적인 혁명이지 않았나. 당시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가.

아니다. 예비후보를 등록하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념은 같다. 사람은 사람이고, 돈은 돈이다. 사람이 몸값으로 바뀌어서는 안 되고, 청년의 꿈이 청년의 몸값으로 바뀌어서도 안 된다. 제일 가치는 인간과 인간의 존엄함이다.

- 한국 사회문제 중 노동문제가 가장 첨예하고 핵심인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른다. 쟁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노동문제의 핵심은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왜 모를까. 과거의 틀에서 노동을 이해해 온 것이다. '노동'하면 보통 육체노동을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노동이라는 말을 비하, 폄하해 왔다. 레드콤플렉스와 결합돼 있다. 가난한 자, 실업자, 육체노동자라는 단어가 연관돼 있다.

청년들은 내게 "직원 또는 취업자라고 불러도 좋지만, 노동자나 근로자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장벽부터 해결해야 한다. 핵심은 인권이다. 이 핵심에 다가가려면 노동이라는 상징과 청년들의 인식이나 현실을 가로막는 장벽을 걷어 내야 한다. 이 간극만 없애면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합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민주노총 측에 빨간 띠만 두르지 말라고 부탁한다. 다른 색 띠도 두를 수 있지 않은가. 가장 자주하는 부탁은 깃발 좀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깃발을 너무 싫어한다. 자유분방한 1/N 세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 자기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집회든 깃발이 많아지면, 그 순간 망한다. 깃발이 없는 집회를 만들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필리버스터를 생각해 봐라. 소통과 반응에 대한 현상이다. 일방적으로 주장한 게 아니다. 자료 80%는 페이스북에서 온 거다. 핸드폰을 가지고 올라갔다. 그리고 반응을 봤다. 활동가 2명이 구속돼 있으니 훈방 조치해 달라는 부탁도 할 수 있었다. 반응이 있었다. 상호성이었다.

노동문제를 확산시키려면 상호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장벽만 없애 버릴 수 있다면 노동문제의 본질, 심각한 불평등, 인권유린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내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은 의원은 "그동안 '야당답지 못하다'는 평가만 받다가, 이번에 찾아온 기회를 붙잡고 야당의 '야성'을 보여 줬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절차도 없이 중단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노동계에서 제시하는 담론보다 소통 방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말인가.

노동운동은 피아를 구분한다. 이 대목에서는 사마리아인이 생각난다. 예수께서 사마리아인 비유를 왜 했을까. 어떤 이념이나 담론에 갇혀 자기편만 생각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된 게 아닐까.

그러니까 노동운동도 열어야 한다. 그런데 항상 그 사람, 그 패턴, 그 언어, 그 몸짓, 그 눈빛, 그리고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사실만을 공유하려고 한다. 그게 뭐가 중요한가.

예수의 제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편을 모으기 위해 움직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자들은 예수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사역을 감당했다. 그렇게 서로 반응했고, 결과적으로 같은 편이 되었다.

그런데 노동운동은 먼저 같은 편을 정해 놓는다. 이 깃발을 좋아할래, 안 할래?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각자가 다 열린 상태로 인권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로 광범위하게 같은 편을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소통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본다.

사노맹도 같은 편을 만드는 운동이었다. 강한 팀이 필요했다. 스파르타식으로 훈련된, 목숨을 내건 그런 팀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거미줄처럼 미세하지만, 공감할 수 있도록 연결된 망이 필요하다. 미세하고, 여리지만 매우 강한 새로운 담론이나 상징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 만약 재선에 성공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지하철 성남 단대오거리역 앞에 있는 중원 지역 사무실을 카페로 바꿀 것이다. 중원 구민의 이야기가 동동동동 떠다니게 할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똑똑하다. 상호 소통하면 굉장한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은 솔루션이 없다. 통로와 주체가 부족한 것 같다. 어쨌든 막혀 있는 소통의 틀을 거미줄처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구민의 사정이 의원실을 거쳐 시와 도로, 국회로 갈 수 있도록 하고, 피드백도 받을 것이다. 이런 흐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요즘 이 생각만 하고 산다.

- 정치인으로서 최종 목표는 있는가?

경계가 없다. 매일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한다. '저를 써 주십시오'라고. 항상 '왜 예전에 저를 살리셨냐'고 묻는다. 옥살이할 때는 살아서 나가야 한다는 인생의 목표가 있었다. 그래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감옥에서 막상 나오니까 인생의 목표가 사라졌다. '하나님 왜 저를 살리셨습니까? 그냥 안쓰러워서 살리셨나요? 아니면 뭘 하라고 살리셨나요?' 끊임없이 물었다.

얼마 전부터 그 질문을 넘어서서, '원하는 게 있으면 저를 크게 써 주십시오. 하나님의 뜻과 같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저를 쓰십시오'라고 기도한다. 그래서 경계가 없다. 쓰임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알겠는가.

- 3대째 성공회 신자라고 들었다.

모태 신앙이다. 교회에 잘 나가지 못하지만 기도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은 주일마다 성남 중원구 지역에 있는 교회에 출석한다.

-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보면 정치는 굉장히 좋은 도구다. 그리스도인의 열망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투영될 수 있다고 보는가.

정치는 약자 편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핵심이다. 하나님이 자신의 모습대로 만든 게 사람이지 않는가. 그만큼 사람이 소중하다. 그런데 길 잃은 약자들은 사람의 모습으로 살기가 어렵다.

하나님은 장애인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권리를 가지며 살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정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약자 편에 서고, 한 마리 양도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강한 사람은 풀 뜯어먹고도 잘사니까.

한국 안에서 일어나는 보수 정치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을 동물로 만들려고 한다. 그냥 먹고만 살라는 것 같다. 하나님이 예뻐하는 모습으로 만든 사람은 먹고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한국에는 정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없는 정치'를 '있는 정치'로 만들고 싶다. 약자 편에 서는 정치를 만들고 싶다.

감옥에 있는 동안 성찰을 많이 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감옥에서만큼 나 자신을 혐오했던 적이 없었다.

- 의원님 일생 중 가장 절실했던 순간은 감옥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앙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무능력·무기력했다. 그러면서 항상 하나님께 '제가 살 만한 가치가 있나요?' 묻고 또 물었다. 솔직히 살고 싶었으니까…. '하나님 당신 눈에 제가 예쁜가요?' '제 눈에는 제가 너무 추하고 약해 보여요'라고 기도했다.

처음 고문을 당할 때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열흘 만에 입을 뗐다. 비밀 정보 같은 것을 누설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세상을 바꾸고 나라를 뒤집을 것처럼 기개를 부리던 애가 10일 만에 무너졌구나'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살고 싶으면 내 다리 사이를 기어서 지나가라"는 안기부 직원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내 모습을 하나님이 봤을 텐데, '이 모습이 예쁩니까', '이렇게까지 해서 살았어야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결론은 '너 참 예쁘다'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그전까지 나 자신을 좋아했던 적은 없었다. 이후 자신감이 생기더라. 내가 무엇을 하든지 크게 엇나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님 보시기에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 있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응답이었다. '하나님이 예뻐하는데, 네가 왜 너 스스로를 안 예뻐하니. 너 열심히 하고 있어.' 이런 격려를 나 자신에게 한다.

젊은 친구들에게는 포기하지 말고 항상 꿈을 꾸라고 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젊은 사람일수록 격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교회가 주류가 됐다. 옆에서 보면서 이것만 고쳤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다면.

다름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 사람들 생각이 다 다르다. 기독인이 아닌 사람조차도 같이 공존하고 서로 베푼다. 이런 게 한국교회에서 사라진 것 같다. 다른 게 인정되면 대등하게 이야기가 오간다. 소통이 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만큼 남도 옳다고 생각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나 역시 내 주장이 강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저쪽을 사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를 뿐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인이라서 언론에 하나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맘껏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 은수미 의원은 "하나님의 뜻과 같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저를 쓰십시오"라고 매일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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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근
2016-03-04 17: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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