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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은 정직하게 글쓰는 학계 전체에 피해 입히는 일"
학술 논문, 저서, 설교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결자해지' 학계 책임 강조
  •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 승인 2015.08.28 21:57

   
▲ 청어람ARMC, 개혁연대, 기윤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표절과 한국교회' 포럼이 8월 27일 열렸다. 남형두·차정식 교수, 이성하·서문강 목사가 발제자로 나선 이날 포럼은 그간 한국교회에 만연했던 논문, 저서, 설교 표절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올해 상반기 동안 계속되어 온 신학자들의 저서 표절, 그리고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목사들의 설교 표절 등 한국교회 전반의 표절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 보는 자리가 열렸다. 청어람ARMC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는 8월 27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표절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신학자들의 표절 문제가 공론화한 후 열린 첫 공개 모임이었다. 페이스북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그룹 회원들을 비롯해 신학생·교수·목회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고, 교계 언론사 기자 10여 명이 취재했다.

포럼은 남형두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기조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학교)가 학술 논문 표절,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가 저서 표절, 서문강 목사(중심교회)가 설교 표절 문제에 대해 발제했다.

   
▲ <표절론>의 저자 남형두 교수는, 표절이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윤리적 책임이 크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문에 출처 밝히는 포괄적인 인용은 올바른 출처 표기 아냐"

기조 발언을 맡은 남형두 교수는 지적재산권을 전공한 표절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올해 2월, 표절 관련 내용을 집대성한 700쪽 분량의 <표절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기독교인인 남 교수는 과거 개혁연대, 기윤실과 포럼도 하는 등 한국교회 내 저작권 문제에도 관여해 왔다.

신학 교수들의 저서 표절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이성하 목사나 몇몇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그룹 회원도 <표절론>을 읽고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반면, 표절 논란의 당사자인 총신대학교 김지찬 교수도 남 교수의 책을 참고했다며, 제기된 표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래서인지 <표절론>의 저자가 직접 나서 발언하는 건 많은 사람의 관심거리였다. 

남형두 교수는 최근 촉발된 신학자들의 표절 논란에는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쪽 편을 들 수 있다는 오해를 살까 봐서다. 그는 "일단 손에 든 돌을 내려놓자"면서 차분하게 이 문제를 살펴보자고 말했다.

저작권과 표절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던 남 교수는 표절의 정의와 유형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중에서는 표절 반대 그룹에서 쟁점이 됐던 '출처 표기', '패러프레이징' 등의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먼저 저자가 서문에 '누구의 도움을 받았다', '누구에게 힘입은 바 크다' 등의 문장으로 출처 표기를 대신한 경우다. 남 교수는 이러한 포괄적인 출처 표시는 제대로 된 출처 표시가 아니라면서, 그런 유형에 '학은형'(學恩型) 표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이어 직접인용과 간접인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남 교수는 "판결문처럼 원문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될 경우에만 직접인용을 해야 하고,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패러프레이징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했다. 그 대신 원저자의 아이디어가 남아 있다면 패러프레이징에도 출처를 달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경우 "(표현을 가져다 쓴 게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는 아니지만 표절은 된다. 즉, 원문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남아 있다면 당연히 출처 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저자의 허락이나 용서를 받았다고 해서 표절이 아닌 게 될 수 있을까. 남형두 교수는 이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로 한참 시끄럽던 2013년 2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를 언급했다. 당시 오정현 목사는 "윌킨스 교수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했는데, 남 교수는 "저자의 허락은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표절이 면책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남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있었던 미국 연방 법원의 '포크너 박사 판결' 일화를 얘기했다. 남 교수가 <표절론>에서도 소개한 이 일화에 따르면, 지도 교수가 제자에게 "내 논문을 가져다 학위 논문 작성에 쓰라"고 허락해서 제자가 이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결국 그 논문은 심의 과정에서 표절로 판명됐고, 그는 박사학위를 받지 못했다. 이에 불복한 제자는 소송을 걸었지만, 미국 연방 법원은 "표절당한 사람의 용서가 표절 책임을 면제해 준다면, 겨울철 하얀 눈밭에 아버지 발자국만 따라가는 아들은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하려는 노력도 없이 아버지의 연구물을 복제할 것"이라며 "표절 책임은 저자 동의로도 면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형두 교수는 표절의 제재와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표절은 기본적으로 민형사 책임과는 무관하지만 이는 학문 윤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를 가리켜 "윤리적 책임을 더 중히 여겨야 할 직업군"이라고 했다. 미국 같은 경우 표절로 판명 나면 학계에서 단번에 퇴출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표절 행위를 통해 정직하게 글을 쓰는 학계 전체에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절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남형두 교수는 표절 문제를 일반인이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표절인지 아닌지, 어느 게 (인용 부호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지식에 해당하는지, 과거의 저술 문화에 비춰 봤을 때 용인될 소지가 있는지 등은 학계의 전문가들이 보아야 할 학문적 과제에 해당한다고 했다.

   
▲ 이성하 목사는 얼마 전 도서관에서 표절 의혹에 휘말린 한 교수를 만났다고 했다. 그 교수는 "이 일이 기뻐서 하느냐"고 물었고, 이 목사는 "전혀 기쁘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는 "기쁘지 않으면 성령의 일이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이 일이 누구를 무너뜨리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신학 논문도, 신학 저서도, 설교도 '표절 표절 표절'

남형두 교수의 기조 발언 이후 주제별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차정식 교수가 신학계의 논문 표절 관행에 대해 발제했다. 차 교수는 신학 교수들이 학술 논문을 등재해야 취업이나 승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를 쓰고 논문을 써서 학회에 투고한다고 했다. 그는 학회지에 학술 논문을 등재하는 편집위원회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사람들이 논문을 최대한 많이 써 실적을 쌓으려다 보니 비신사적인 '꼼수'를 동원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표절이라고 했다. 특히 학위 논문 표절부터, 자기 표절, 제자 논문 수탈 등 그 양상이 다양하게 만연해 있다고 했다.

다음 순서를 맡은 이성하 목사는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신학 서적 표절 반대' 운동이 걸어온 길을 설명했다. 처음 '번역인가, 저술인가'의 문제로 시작했다가 여러 신학생과 목회자들의 제보로 지금까지 표절 검증 작업을 해 왔다고 했다.

이성하 목사는 '교수'라는 위치가 이미 불가침의 권력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표절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교수들은 학자로서의 권력만이 아니라, 목회자들의 스승이자 교단의 얼굴로 있으면서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각종 집회와 세미나를 통해 그 명성이 올라간다. 동료 교수들은 그의 저서가 표절임을 알지만,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끝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 문제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문제라고 했다. 다행히 교수들이 아닌 제자들이 나서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고, 스승의 문제를 전하며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런 제자들의 반응에 학계가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학계가 치열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이 논란의 출구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서문강 목사는 설교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과 글에 의존하면 '표절 설교'가 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원고라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성도들에게 전달하면, 비록 독창적이지 않을지라도 표절 설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어진 설교 표절 발제에서 서문강 목사는 하나님에게 최고의 소명을 받은 설교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표절 설교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것은 '설교자 스스로 설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교수들은 학생을 2~3개월만 상대하면 되지만, 목회자는 한 교인을 20년 넘게 마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훨씬 긴 시간을 마주해야 하는 설교자로서 새로운 설교를 만들어 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서 목사는 무조건 독창적인 설교가 아니더라도 기존 설교들을 설교자 나름대로 소화해 성도들에게 전달한다면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

세 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표절 기준과 원인, 사후 대책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남형두 교수와 이성하 목사는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그전에 앞서 한국교회와 신학계가 '네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십계명의 말씀을 교훈 삼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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