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처벌에 대한 사회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 지난 4월 초, 교육부는 성범죄 교사에 대한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했다. 파면·해임·금고형·징역형·벌금형 또는 치료감호 선고를 받음으로써 성범죄가 확정된 경우 교단에서 영구 퇴출하는 제도다. 단돈 10만 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교사를 아주 할 수 없다.

하지만 법과 도덕의 잣대가 더 엄격해야 할 교회는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가 버젓이 목회를 하고 있다.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삼일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있을 때 다수의 여교인을 성추행했다. 이 문제로 삼일교회에서 사임하고 자숙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홍대새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이어 가고 있다.

삼일교회를 포함해 여러 기독 단체들이 전병욱 목사가 소속되어 있는 예장합동 평양노회(분립 전)에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끝내 평양노회는 전 목사를 치리하지 않았다. 올해 평양노회 재판국이 구성됐지만 재판국 서기가 사퇴하면서 정원 불충족을 이유로 재판국은 판결을 포기했다. 이후에는 평양노회가 분립하면서 재판국이 해체됐다. (관련 기사: 예장합동, 법리 앞세워 전병욱 사건 회피 / 평양노회 재판국, 전병욱 징계 결론 못 내려)

최근에는 사랑의교회 ㄹ 목사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하다 현장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ㄹ 목사는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ㄹ 목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졌다.

ㄹ 목사는 2년 동안 목회에서 물러나 치료를 받기로 했다. ㄹ 목사가 소속된 예장합동 동서울노회가 지난 5월 16일 임원회에서 ㄹ 목사를 소환해 조사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ㄹ 목사가 병원에서 충동 장애에 대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면 목회를 허가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여성 몰카 찍은 사랑의교회 부목사, 교회 '사임')

▲ 최근에는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전병욱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홍정길 목사, 강경민 목사, 김세윤 교수 등 교계 인사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병욱 목사 면직을 위한 '범교단 목회자 1,000명 서명' 페이지 갈무리)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에게 평양노회와 동서울노회가 내린 조치를 교계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몇몇 인사들에게 의견을 들었다.

구교형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와 남오성 목사(일산은혜교회)는 교계에서 전병욱 목사와 사랑의교회 부목사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조치가 달랐다고 말했다. 구 목사는 사랑의교회의 경우 당사자가 부목사이기 때문에 동서울노회가 빠르게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 교인을 추행한 전병욱 목사는, 예장합동 평양노회나 총회가 문제가 불거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목사도 전병욱 목사가 대형 교회 목사이고 노회 안에서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징계를 미루는 것 같다고 했다.

교회 분쟁 사건을 맡아 온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두 노회의 조치가 모두 잘못됐다고 했다. 평양노회가 전병욱 목사를 치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고, 동서울노회의 처분도 약하다고 봤다. 목사 신분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으면 적어도 스스로 목사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이진오 목사(더함공동체)도 강문대 변호사와 같은 의견을 냈다. "목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면직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처분이며, 노회가 나서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사후 대책과 예방 교육을 강조한 이도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애초에 성 충동 장애가 있는 목회자가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목사 안수를 받은 게 문제라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물론 검증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신학교 내에서 성 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개교회 차원에서도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삼일교회는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전교인을 상대로 성교육을 하고 있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사랑의교회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게 아니라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 유사 피해 사례가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교회가 어떤 예방 조치를 취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랑의교회 ㄹ 목사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교회는 이 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SBS 방송 화면 갈무리)

부목사 2년 치료 과정 밟게 하고 입 닫은 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는 아직까지 이 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수요 기도회에서 오정현 목사가 ㄹ 목사 일을 언급한 게 전부다.

이날 기도회를 인도한 오정현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나님의 엄격한 요구 앞에 정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사랑의교회가 영적 전쟁을 치러 왔다. 사랑의교회가 중요한 사역을 하고 있어서 마귀가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중략) 주님이 사랑의교회를 향해 엄격하게 요구하신다. 새로운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사랑의교회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일을 위해 가만두지 않는 거다. 주님의 엄격한 요구 앞에 우리가 통과할 수 있도록, 정결의 영으로 무장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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