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단(PCUSA)이 동성 결혼을 가능하게 한 교단 규례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약 2주가 지났다. (관련 기사: 미국 PCUSA, 동성 결혼 허용 개정안 최종 통과) 결혼의 정의를 '두 사람 사이의 결합'이라고 바꾸었지만, 보수파의 반발을 예상해 목사나 당회가 원하지 않는 결혼은 강제할 수 없게 한 예외 규정도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교단 안팎으로 지속되고 있다.

벌써 교단을 탈퇴하겠다고 나서는 교회도 있다. 미국 교회 중에는 가장 먼저 동부 로체스터 주 브라이튼장로교회(Brighton Presbyterian Church)가 교단을 떠나겠다고 결정했다. 2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작은 교회는 개정안 발표 이후 교인들을 소집했다. 교단 탈퇴 가부를 묻기 위해서다. 대다수의 교인들은 교단을 떠나는 것에 동의했다.

▲ 미국 동부 로체스터 주에 위치한 브라이튼장로교회는 PCUSA에서 탈퇴했다. 이 교회는 지난 2014년 총회 이후, 교회 내에서 꾸준하게 교단 탈퇴 여부를 논의했다고 했다. (크리스천포스트 기사 갈무리)

교회 대변인이자 담임목사의 부인인 케리 루디(Kerry Luddy)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급작스럽게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고 했다. 2014년 총회 당시, 규례서 개정안은 이미 총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통과되었고, 규례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노회의 승인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건 2014년 총회 이후부터예요. 그러나 우리는 그전부터 이 사안을 놓고 기도하며 탈퇴를 고려했습니다. 우리가 교단을 떠나는 데는 PCUSA의 성경 해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성서가 의미하는 바나 의도하는 바를 현재 문화에 맞추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교회에서는, 브라이튼장로교회와 몇몇 교회를 제외하고 아직 탈퇴 소식은 없다. 그러나 PCUSA 소속 한인 교회로 시선을 옮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에 있다지만, 한인 교회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다수 한국교회의 성향과 비슷하다. 따라서 모교단이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목사와 교인들은 발 빠르게 탈퇴를 결정했다.

미국 서부 시애틀에 있는 시애틀명성교회는 담임목사와 일부 교인들이 교단과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현지 교계 신문은 4월 1일부터 김범기 담임목사와 50명의 교인들이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단 탈퇴를 반대한 사람들은 계속 남아 교회 건물을 고수할 예정이다.

김범기 목사는 "성경에서 말하는 신성한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결합인데, 이를 사회 규범에 맞추기 위해 바꾸는 것은 죄악이기 때문에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시애틀명성교회에 부임한 지 1년 반이 된 김범기 목사는, 쉽지 않았지만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신앙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교회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미국 LA 동부 지역의 선한목자장로교회는 PCUSA 탈퇴 여부를 놓고 노회와 갈등 중이다. 교회는 이미 지난 3월 22일 공동의회를 소집해 91%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그러나 노회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며 3월 31일 임시노회를 소집해 선한목자장로교회에 행정전권위원회를 파송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교회 측은 3월 30일, 일방적인 교단 탈퇴를 발표했다. (선한목자장로교회 보도 자료)

또 다른 한인 교회는 교단 탈퇴 문제로 노회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LA 동부의 선한목자장로교회는 3월 30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PCUSA 탈퇴 사실을 알렸다. 3월 22일 소집한 공동의회에 "745명이 참가해 찬성 709표, 반대 33표, 무효 3표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교단 탈퇴 및 ECO(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에 가입하기로 결의했다"고 알렸다.

원래 이 교회는 작년부터 교단을 떠날 준비를 해 왔는데, 노회와의 의견 차이로 시기를 계속 미루어 왔다. PCUSA는 각 노회별로 '은혜로운 결별 원칙(Gracious Dismissal Policies)'을 마련하고 있다. 선한목자장로교회가 속한 샌게이브리얼노회는 교회 건물을 가진 개교회가 교단 탈퇴를 원하면, 교인의 75%가 동의할 경우 노회는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뒀다. 선한목자장로교회도 이를 믿고 교단 탈퇴를 노회와 논의해 왔지만, 노회는 쉽게 교단 탈퇴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회는 교회가 규정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했다. 교회가 지난 22일 소집한 공동의회는 노회 행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탈퇴 결정 자체가 무효라고 했다. 따라서 당회를 해산하고 교회 행정 전권을 맡을 행정전권위원회 파송을 위한 임시노회를 3월 31일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안 교회 측이 임시노회 하루 전인 30일, 일방적으로 교단 탈퇴를 발표한 것이다.

규례서 개정안이 통과되고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동성 결혼을 목사와 당회의 재량에 맡겼다고 하지만 벌써 여기저기서 탈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작년에도 한인 교회 중 타코마중앙장로교회와 베다니장로교회가 탈퇴를 결의하고 더 보수적인 신흥 교단 ECO로 옮겼다. (관련 기사: '동성애 반대' 신흥 장로교단, 1년 새 5배 성장) 그동안 교단 내에서 꾸준하게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한인 교회들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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