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1일부터 미국장로교(PCUSA) 교단 규례서에서 결혼의 정의가 바뀐다. 기존에는 결혼의 정의가 "'남'과 '여' 사이에서의 결합"이었는데, 이제는 "'두 사람' 사이의 결합"으로 바뀔 예정이다. 개정안의 정확한 내용은 이렇다. "결혼은 두 사람 사이(전통적으로는 한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남은 평생 동안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고유한 약속이다." '전통적으로 한 남자와 여자 사이'라는 문구는 원래 없었지만 교단 내 보수파들이 반대할 것을 염려해 삽입했다.

교단 규례서에서의 결혼의 뜻 변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수십 년간 총회에서 찬반 논쟁을 계속하다가, 작년 221차 디트로이트 총회에서야 결혼의 정의를 위와 같이 바꾸자는 결의안이 통과했다. 찬성 429, 반대 175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했기에, 지역 노회에서도 쉽게 통과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 3월 17일, 미국장로교(PCUSA)는 교단 규례서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결혼의 정의가 "'남'과 '여' 사이에서의 결합"이었는데, 이제는 "'두 사람' 사이의 결합"으로 바뀔 예정이다. 총 171개의 노회 중 87개 노회가 개정안을 승인했다. PCUSA의 규례서 개정은 미국 주류 교단에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교단 차원에서 인정한 경우다. (PCUSA 홈페이지 갈무리)

PCUSA에는 총 171개의 지역 노회가 있다. 이 중 개정안에 찬성하는 노회가 과반수를 획득해야 정식 규례서로서 효력을 얻는다. 3월 17일 오후, 뉴저지 주의 팰리세이드(Palisade) 노회가 87번째로 개정안에 찬성하는 표를 던졌다. 현재까지 찬성하는 노회는 87개, 반대하는 노회는 41개. 앞으로도 43개의 노회가 투표를 해야 하지만, 모든 노회가 반대를 한다고 해도 찬성표를 넘을 수 없다.

교단 내에서도 이번 개정안 통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조이스 리버맨(Joyce Lieberman) PCUSA 규례서 해석 국장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결혼의 정의를 교회 규례서에 넣고 문서로 발행한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다.

성 소수자가 PCUSA 교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꾸준하게 노력한 사람들도 이번 일을 높이 평가했다. 브라이언 엘리슨(Brian Ellison) 목사는 "교회가 성 소수자들의 사랑을 온전히 인정하고 그것을 규례 문서에 넣었다는 것은, 믿음 공동체에서 축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 이번 결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작년 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30%의 사람들은 이번 결정이 성경의 내용과 반하는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교단 내에서 보수파에 속하는 펠로우십커뮤니티의 폴 디터맨(Paul Detterman) 목사는 "우리가 결혼의 정의를 바꾸는 것에 반대했던 것은 반동성애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교회가 성경의 메시지를 잘못 전달하고 있는 것과 문화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로 PCUSA의 교세가 감소할 것도 우려했다. 2010년 성 소수자에게도 목사 안수를 허용한 이래, 약 150개의 교회가 교단을 탈퇴해 보수적인 복음주의장로교언약회(ECO)로 옮겼다. (관련 기사: '동성애 반대' 신흥 장로교단, 1년 새 5배 성장) 디터맨은 "보수적인 많은 교인들이 교단을 떠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미국 개신교 교단에서 동성 결혼 주례를 허용하는 교단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가 2014년 6월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교단은 성공회·퀘이커·그리스도연합교회·복음주의루터교회 등 총 4곳에 불과했다. 주류 교단으로는 처음으로 PCUSA가 허용 교단에 이름을 올렸고, 연합감리교(UMC)도 동성 결혼 허용 여부를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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