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수서의 아름다운주님의교회에서 운영하는 다림교육은 지역 아이들에게 영어와 성품 교육을 하고 있다. 영구 임대주택 아이들도 돈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도록 무상으로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다림교육은 학원보다 좋은 배움터로 자리 잡았다. (사진 제공 다림교육)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인데 특별한 게 있겠나.' 다림교육에 아이를 보내는 한 아버지의 생각이었다. 한번은 그가 아이를 데리러 센터로 갔다. 아이는 평소처럼 방과 후에 다림교육에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교사는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한 명 한 명을 안아 주었다. 교사 품에 안겨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아버지의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

다림교육은 서울 강남 수서 지역에 터를 잡은 아름다운주님의교회에서 세운 배움터다. 김영석 목사와 교인들이 함께 운영한다. '지역에 돈이 없어서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인간이 모두 동등하다는 것을 가르치자.' 김 목사가 다림교육의 문을 열면서 품은 생각이다.

교회는 2001년 지역의 한 복지관 공간을 빌려서 출발했다. 십자가와 간판은 내걸지 않았다. "부르심을 따라 할 일만 잘하자"는 생각이 강했다. 김영석 목사는 복지관을 드나들면서 잘사는 동네라고 생각한 지역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구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임대주택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처럼 방과 후에 학원을 다니는 게 아니라 복지관에 왔다. 학교 교육도 학원 다니는 아이들 수준에 맞춰져 있는 현실이었다.

교회는 2010년 상가 건물에 교육 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4명의 교사를 세우고 영어와 성품 교육에 방점을 두고 출발했다. 교육비는 무료로 하기로 했다. 한 교사는 뉴욕주립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영어 강사로 활동했을 정도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단지 아이들에게 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평등한 기회를 주려는 마음이 컸다.

▲ 다림교육은 부모의 변화가 아이들의 변화를 이끈다는 생각으로 부모 교육도 진행한다. 고등·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아이들에게 연결해 주는 멘토링 교육도 병행한다. (사진 제공 다림교육)

다림교육 영어 교육은 여느 학원처럼 주입식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성적을 올리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운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발표하게 하고, 영어로 노래 부르고 연극하며 흥미를 느끼게 한다. 교사와 아이의 교감을 중요시하고, 아이의 수준에 맞게 지도한다. 현재 아이들 108명이 배우고 있다.

"우리는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가르칩니다. 아이들에게 인간이 서로 동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게 당당하게 교육받도록 하려고 합니다." 김영석 목사가 한 얘기다.

다림교육은 부모의 변화가 아이들의 변화를 이끈다는 생각으로 부모 교육도 진행한다. 부모와는 주로 교육 철학에 대한 내용을 공부한다. 고등·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아이들에게 연결해 주는 멘토링 교육도 병행한다.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 지역에서 마을을 섬기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교회들이 있다. 지역의 필요를 살피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교회다. <뉴스앤조이>는 지난해 하반기 아름다운주님의교회와 경기 시흥의 꿈이있는교회(김제언 목사)를 찾았다.

다문화 가정·홀몸노인과 함께 마을 잔치 여는 교회

▲ 경기 시흥의 꿈이있는교회는 정기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합동 돌잔치를 연다. 지역에 시화산업단지가 있어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지역의 한 병원과 결연하여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진 제공 꿈이있는교회)

경기 시흥의 한 마을에 돌잔치가 열렸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베트남·중국·필리핀 등에서 온 가족들이 합동 돌잔치를 하는 자리였다. 꿈이있는교회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해 잔치를 벌인 것이다.

교회가 터를 잡은 곳 근처에는 시화산업단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산다. 외국인이 정왕동 일대 전체 주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중국 교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김제언 목사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돌잔치 같은 행사뿐 아니라 지역의 한 병원과 결연하여 외국인들이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국 교포들에게는 병원비를 할인해 주고 있다.

▲ 꿈이있는교회는 2010년 참사랑참생명을 발족해 홀몸노인을 매주 1회 무료 급식으로 섬기고 있다. 이·미용, 세탁 봉사 등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교인과 지역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이다. (사진 제공 꿈이있는교회)

홀몸노인도 많이 있었다. 김제언 목사는 2010년 사단법인 '참사랑참생명(구 희망시흥)'을 발족해 홀몸노인을 위해 무료로 매주 1회 급식하고 있다. 200명 정도의 노인들이 찾아와 밥을 먹는다. 이·미용, 세탁 봉사 등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교인과 지역 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이다.

교회는 예배당 앞 공원에서 정기적으로 공연과 영화 상영도 한다. 술판이 벌어지기 일쑤였던 공원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 갔다. 주민과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도 매년 여름 진행한다.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한다. 지난해는 40가정이 참여했을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교회가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없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봉사하는 것만을 섬기는 활동으로 생각합니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섬김의 폭이 넓어집니다. 마을을 섬기면 교회도 건강해지고, 지역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도 열립니다." 김제언 목사가 건넨 말이다.

두 교회는 모두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십자가나 교회 간판, 건물 등 외형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단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섬김 사역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부르심을 따라 가다 보니까 소외된 이웃을 찾고 섬기는 길로 나아가게 됐다.

▲ <뉴스앤조이>는 이전에 바른 신앙 시리즈로 출간한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를 올해 새롭게 펴낼 예정이다. 그동안 만난 교회들을 책에 담아 더 자세하게 소개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는 이전에 바른 신앙 시리즈로 출간한 <이웃과 함께하는 도시 교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 교회>를 올해 새롭게 펴낼 예정이다. 그동안 만난 교회들을 통해 한국교회에 희망의 소식이 퍼지기를 바라며, 책으로 더 자세한 교회 이야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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