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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전쟁 예언' 듣고 사라진 사람들, 진짜 이유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홍혜선 인터뷰…"한국 사회 불신이 조장"
  • 박요셉 기자 (josef@newsenjoy.or.kr)
  • 승인 2015.02.08 19:59

   
▲ '12월 전쟁 예언'을 듣고 피난을 간 사람들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홍 씨의 예언대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믿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 갈무리)

"2014년 12월 14일, 북한군이 쳐들어와 한국은 전쟁터가 된다"는 말을 믿고 해외로 피난 간 기독교인들이 지금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월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홍혜선 씨의 전쟁 예언을 믿고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됐다. 

이동철 씨(가명)의 부인은 남편과 자녀들을 두고 지난 11월 말 돌연 한국을 떠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씨는 부인이 지난 10월부터 전쟁이 날 거라고 말하며 불안해 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했다. 11월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연금과 자녀들의 보험을 모두 해지하더니, 급기야는 약 5,000만 원의 현금을 마련해 해외로 떠났다고 했다. 이 씨는 "평소 아이들을 잘 챙기고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다"고 했다.

송현주 씨(가명)의 남편도 11월 26일 부인과 자녀들을 한국에 남겨둔 채 한국을 급히 떠났다. 송 씨는 남편이 10월 초부터 종종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떤 영상을 보더니,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전쟁 얘기를 하고 피난 가자는 말을 했다고 했다. 송 씨와 두 자녀가 이를 거절하자, 남편은 홀로 태국으로 떠났다.

가족을 두고 해외로 떠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12월에 해외여행을 간다고 휴가를 내더니 아직까지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사람과 기말고사도 안 보고 학업을 중단한 채 외국으로 떠난 대학생이 있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없이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일가족이 모두 종적을 감춘 경우도 있었다.

사라진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고 재산과 주변을 정리한 뒤 목돈을 마련해 해외로 떠난 것이다. 시기도 비슷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12월 초에 집중되어 있었다.

   
▲ 자신을 선교사라고 소개한 홍혜선 씨는 하나님에게 직접 전쟁 메시지를 들었다고 했다. 홍 씨는 12월 14일 북한군이 수십 개의 땅굴을 통해 남한을 기습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수많은 아이들을 납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작년 11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홍 씨의 집회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들이 급히 한국을 떠난 이유는 홍혜선 씨의 전쟁 예언 때문이다. 홍 씨는 작년 10월 초부터 인터넷에 '한국전쟁 메시지' 동영상을 올려, 북한군이 12월 14일 수십 개의 땅굴을 통해 남한을 기습해 올 거라고 했다. 이번 전쟁으로 인구 절반이 사망하고 아이들은 북한으로 끌려가 인육에 쓰일 거라고도 했다. (관련 기사: '한국전쟁설' 퍼뜨리는 국내 신흥 예언자들)

홍혜선 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이 한국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메시지를 줬고 이것을 동영상으로 올리라고 했기 때문에 '한국전쟁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고 했다. 제작진은 홍 씨가 매우 확신에 차 있었다고 보도했다.

   
▲ 홍 씨의 예언을 듣고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해외로 피난을 갔다. 사진은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떠나는 '노아의 방주' 모임이 한국에 있을 때 기도회를 하는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홍 씨의 예언을 들은 사람들은 실제로 피난을 고민했다. 1,000명 이상의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홍 씨의 인터넷 커뮤니티 '헤븐군사들'에는 피난 가는 방법을 묻거나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서울의 남 아무개 목사는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가는 '노아의 방주' 모임을 준비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전쟁 피해 '노아의 방주' 타고 미국 간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홍 씨의 전쟁 예언을 듣고 태국·말레이시아·중국·캄보디아·필리핀·미국·캐나다 등으로 피난을 갔다고 했다. (관련 기사: 목사와 교인들이 한국을 떠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중 태국 매홍손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지난 11월 말 한국에서 피난 온 50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한 여성 한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한인선교센터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50바트(약 1,650원)씩 생활비를 내며, 공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인 선교사는 이들이 나라가 위험에 빠졌다는 생각에 거의 매일 금식하며 지낸다고 했다.

한인 선교사는 12월 전쟁을 피해 왔다는 말을 듣고, 이들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원래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홍혜선 씨에 대해서는 '한국전쟁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선교사도 피난 온 사람들과 같이 전쟁 예언을 믿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현재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믿는다. 북한군이 땅굴을 통해 남한을 기습할 거라는 말도 그대로 믿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한국 내에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했다.

전쟁 예언을 듣고 피난 온 권승모 씨(가명)는, 한국 사회에는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한인 선교사와 피난 온 사람들을 만나 본 결과, 이들 안에 있는 불안과 불신이 상당하다고 했다.

   
▲ 12월 14일, 전쟁의 포성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홍 씨와 그의 추종자들은 전쟁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종북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제작진은 북한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하다가 탈북한 강명도 교수(경민대)에게 북한의 땅굴 침투설이 사실인지 물었다. 강 교수는, "땅굴 침투는 이미 노출된 전략이다. 전술적 가치가 떨어져 이미 폐기한 작전이다"고 했다. 땅굴 신고를 받고 이를 조사하는 육군본부 땅굴탐지과 박규철 대령도, "현재까지 약 23개 소의 604개 공을 시추·탐사했는데 땅굴과 관련된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카이스트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원재 교수는 "(사람들이) 언론을 안 믿고 정치권을 안 믿다 보니까, 정말 아닌 것 같은 것에서도 '그럴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회가) 홍혜선이라는 씨앗이 딱 뿌려졌을 때, 순식간에 꽃피도록 준비된 사회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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