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교회가 하나의 예배 공간을 사용한다. 씨앗교회(이규원 목사)와 너머서교회(이헌주 목사)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교단, 다른 신학적 배경을 가진 두 교회지만, 12월 둘째 주일부터 한 공간에서 각각 오전과 오후에 예배를 드린다. 두 교회가 한 예배 공간을 사용하게 된 까닭이 무엇일까. 두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43), 너머서교회 이헌주 목사(41)의 인연은 독특하게 시작됐다. 둘은 SNS에서 만난 사이였다.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두 목사는 '교회2.0목회자운동'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어느 날 이규원 목사가 그룹에 글을 올렸다. 교인이 편지지 일곱 상자를 교회에 기증했으니,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져가라는 내용이었다.

▲ 씨앗교회(이규원 목사)와 너머서교회(이헌주 목사), 두 교회가 하나의 예배 공간을 사용한다. '용기 있는 교회'의 모습을 꿈꾸며,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두 교회이다. 두 목사는 '예배당 중심의 신앙생활'보다는 '일상의 신앙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 교회 모두 주일예배 후 성경 공부, 선교회 모임, 오후 예배 등을 비롯한 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예배 공간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다. 12월 둘째 주일부터 씨앗교회는 주일 오전에, 너머서교회는 오후에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사진 왼쪽이 이헌주 목사, 오른쪽이 이규원 목사. ⓒ뉴스앤조이 이사라

이헌주 목사가 그 글을 읽었다. 이규원 목사의 교회는 이 목사가 목회하던 고양시 일산동구 근처에 있는 교회였다. 이헌주 목사는 편지지를 받으러 이규원 목사를 만나러 갔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두 목사가 지향하는 목회 철학이 비슷했다.

두 목사는 '건강한 작은 교회'를 지향하고, '일상에서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두 교회 모두가 주일 공적 예배를 강조한다. 예배당 중심의 신앙생활이 아닌, 교인의 평상시 신앙생활을 강조한다.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는 교회 공간은 잠시 예배하고 일상의 삶을 나누는 장소이지, 모든 신앙생활이 교회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너머서교회 이헌주 목사도 이 철학에 동의한다.

이헌주 목사가 사역하는 너머서교회의 주일 출석 인원은 어린이를 포함하여 70여 명이다. 현재는 학교 강당을 빌려서 주일예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에 계약이 만료되어, 새로운 공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헌주 목사는 9월 19일 페이스북에 예배 공간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규원 목사가 그 글을 읽었다. 이규원 목사는 이헌주 목사에게 장소를 구해 보고 안 되면, 씨앗교회 예배 공간을 같이 사용하자고 했다. 이규원 목사가 사역하는 씨앗교회의 주일 출석 인원은 25명이다. 평일에는 '씨앗스토리'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주일에는 카페 내 구별된 공간은 예배 공간으로 사용한다.

▲ 너머서교회가 새 예배 공간을 구한다는 글을 본 씨앗교회가 어렵지 않에 예배 공간 '쉐어'를 결정했다. 씨앗교회는 너머서교회에게 장소 대여비를 정해 놓지 않았다. 그저 너머서교회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을 받기로 했다.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가 아니었다.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건강한 작은 교회를 이루려는 다른 모양을 한 '하나의 공동체'였다. 사진은 씨앗교회가 평일에는 카페로, 주일에는 예배 장소로 사용하는 곳. ⓒ뉴스앤조이 이사라

이규원 목사는 너머서교회가 예배 공간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어렵지 않게 예배 공간 '쉐어'를 결정했다고 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교회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씨앗교회가 사용하는 예배 장소가 오후에 빈 공간이 되니, 굳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두 교회 모두 보통의 교회처럼 주일예배 후 성경 공부, 선교회 모임, 오후 예배 등을 비롯한 활동을 별도로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두 교회 모두가 예배 공간에 대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남았다.

이 모습이 건강한 작은 교회에 대한 하나의 좋은 실험, 좋은 시도라고 말하는 두 목사의 표정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현실적으로 볼 때, 너머서교회가 씨앗교회의 공간을 사용하는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였다. 하지만 두 목사에게 경제 관념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건강한 작은 교회를 이루려는 목회 철학이 중요했다. 교인들도 그 철학에 공감했다. 장소를 대여해 주는 씨앗교회 교인이나 너머서교회 교인도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가 아닌, 두 교회가 다른 모양을 한 하나의 공동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씨앗교회 교인은 너머서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교회 장소 사용비로 받기로 하고, 그 금액이 얼마이든지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목사는 앞으로 한 장소를 사용하면서 발생할 일들을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이규원 목사는 "초대교회도 역시 성령 하나님의 임재 이후 아름다운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교회가 흩어지고 흥망성쇠를 이루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특별하지 않다"고 했다. 이헌주 목사도 '순진한 성공'만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장소 사용 기간을 한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모습의 교회를 시도하다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 씨앗교회 이규원 담임목사와 너머서교회 이헌주 목사는 앞으로 한 장소를 공동 사용하면서 발생할 일들을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다 얼마든지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대형 교회로 성공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작지만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며, '용기 있는 교회'의 모습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사진은 두 교회가 공동으로 사용하게 될 예배 장소. ⓒ뉴스앤조이 이사라

두 목사가 꿈꾸는 것은 '용기 있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했다. 대형 교회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교회의 본질성을 회복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 가겠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어 가는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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