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광화문광장에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목회자 500여 명이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박 2일 철야 기도회를 위해서였다. 세종대왕 동상 앞은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본래 집회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포함한 304명의 숫자를 상징하는 '304인 기도회'였으나, 그 수를 훨씬 넘었다. 이만열 교수와 조화순 목사 같은 교계 원로들부터 20대 신학생까지 다양했다. 젊은 여성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멀리 포항, 부산, 제주도에서 참석한 목회자들도 있었다.

▲ 9월 15일 광화문 광장, 교단을 망라해 목회자 500여 명이 모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박 2일 철야 기도회를 위해서였다. 세종대왕 동상 앞은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기도회는 15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오전 11시까지 진행됐다. 500여 명의 목회자는 교회가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과 이웃 사랑의 의무를 행하지 않았던 모습을 회개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중보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교단도 다양했다. 철야 기도회를 주최한 '세월호 특볍법 제정을 염원하는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은 기장, 감리, 예장통합, 성공회, 복음교단, 성결,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순복음에 속한 목회자들이 두루 참석했다고 했다. 참석한 목회자들은 한마음으로 보라색 스톨을 두르고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착용했다.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대리하는 마음에서였다.

기도회는 15일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오전 11시까지 진행됐다. 총 4번의 예배가 있었다. 무엇보다 회개와 중보의 성격이 강했다. 500여 명의 목회자는 교회가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과 이웃 사랑의 의무를 행하지 않았던 모습을 회개했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간구했다. 유가족에게는 위로와 평강을,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에게는 소망과 힘을 더해 달라고 했다. 실종자를 속히 찾을 것과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종종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목회자들이 눈에 띄었다.

광화문을 지키며 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처럼, 목회자들은 자정이 넘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목회자들은 삼삼오오 특별법 제정 촉구 방안을 논의하기도 하고, 자성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윽고 돗자리 위에 담요를 덮고 길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광화문 도로는 밤새도록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광화문을 지키며 농성을 하고 있는 유가족처럼, 목회자들은 자정이 넘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 세월호 유가족도 철야 기도회에 함께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 오영석 아버지, 오병환 씨가 9월 16일 파송 예배에 함께했다. 오 씨는 목회자들에게 밤새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또한 특별법 제정은 유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기독교도 같이 싸워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세월호 유가족도 철야 기도회에 함께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 오영석 아버지, 오병환 씨가 9월 16일 파송 예배에 함께했다. 오 씨는 목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밤새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단식을 해 주시는 목사님들께 감사합니다. 저는 무교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직접 오셔서 기도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제가 광화문에 온 지 4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유가족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힘도 많이 빠지고, 지쳤습니다. 유가족은 진도, 국회, 광화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기독교도 같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도 끝까지 힘을 보태 주십시오. 같이 싸워 주십시오."

오 씨는 앞으로도 목회자들이 함께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면 광화문광장의 휑하다면서 밤에도 여러 사람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 대부분은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보수와 진보 진영이 함께 모였던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김희헌 목사(낙산교회)는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목회자들이 500여 명 가까이 모인 적은 처음이라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렇게 모일 수 있던 이유가 세월호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전체 교회로서의 책임감 느꼈기 때문이라 했다. 무엇보다 특히 방인성, 김홍술 목사의 릴레이 단식이 없었다면, 이렇게 모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김홍술 목사(애빈교회)는 23일째,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21일째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김홍술 목사는 예상치 못하게 많은 목회자가 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밤을 새워가며 특별법 촉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23일째 단식 중인 김 목사는 40일이 되면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을 이어 40일간 단식 릴레이를 해 나갈 목회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쓰러질 때까지 중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304인 기도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교회 내 평신도, 신학생 등이 다양하게 304명을 구성해 기도회를 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했다.

▲ 김희헌 목사(낙산교회)는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 목회자들이 500여 명 가까이 모인 적은 처음이라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방인성, 김홍술 목사의 릴레이 단식이 없었다면, 이렇게 모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김홍술 목사(애빈교회, 사진 왼쪽)는 23일째,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사진 오른쪽) 21일째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조화순 목사(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이사장). ⓒ뉴스앤조이 이사라

최현태 전도사(한신대 신대원)는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이 잊혀지는 것 같다며, 이 기도회가 불씨가 되어 한국교회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기도회는 16일 11시 기자회견으로 마무리됐다. 오전 6시에 예배를 한 후였다. 500여 목회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끝까지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목회자들은 합심하여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다음은 9월 16일 파송 예배 때, 동조 단식 중인 김홍술 목사의 강복 선언문 전문이다.

"거룩하신 아버지, 우리는 주님께서 남기고 가신 양 떼를 맡은 작은 목자로 부름받은 목회자들입니다. 처음 주님께 받은 소명과 그 마음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죽음이나 괴로움이나 두려움이나 무엇이 우리 앞을 가리더라도 주님께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겠다고, 서원하고 주님께 안수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주님 앞에 목자의 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주 불충한 종들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런 세월을 보내는 동안, 온 백성이 보는 앞에 이처럼 추악하고 잔인한 세월호의 참사가 닥쳤습니다. 희생자 304명은 주님의 죽음이오. 우리는 그 죽음에 못 박힌 자들이 아닙니까.

주여, 오늘 저희는 이 땅 가득히 만연해 있는 맘몬과 자본 앞에 무릎 꿇고 있습니다. 주여, 나라 잃은 조국에 분연히 일어섰던 우리 선조 앞에 부끄럽습니다. 저희가 304명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부활을 맛보게 하소서. 다시 살아나게 하소서. 우리가 살고 조국이 살고 온 생명이 살아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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