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재단의 부실한 보고에 총대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9월 23일 저녁 회의 시간, 일부 총대들은 연금 재단 보고서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보고서를 못 믿겠다"며 항의했다. 연금 재단 논의는 9월 24일 재개된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영택 총회장)의 연금 재단 논의는 올해도 소란스러웠다. 각종 비리로 생긴 연금 재단과 연금 재단 가입자회(가입자회) 사이의 불신은 여러 해가 바뀌어도 여전했다. (관련 기사 : [통합8] 연금 2500억, 비리가 주렁주렁) 2년 전 총회에서 '이사 파송'으로 갈등을 빚은 양측은 올해엔 '감사위원'과 '보고서' 문제로 승강이를 벌였다.

갈등은 지난해 가입자회에서 파송한 감사 배 아무개 장로를 연금 재단 이사회(이사회·김정서 이사장)가 징계를 한 것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총회는 가입자회가 배 장로를 감사로 파송하는 것을 허락했다. 이사회는 그런 배 장로를 청탁과 월권 등의 이유로 해임했다. 당사자는 부인하며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은 배 장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사회는 4월 17일 배 장로를 또 해임했다. 11명의 이사 중 10명이 해임에 동의했다. 가입자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월 23일 오후 회의 시간, 연금 재단의 보고와 함께 가입자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서 이사장은 정관에 따라 배 장로를 해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들에게 이력서와 통장 등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가입자회는 즉각 반박했다. 가입자회 부회장 송인섭 목사(인천동노회)는 감사를 파송한 추천한 기관에 협조를 구하거나 돌려보내는 게 정상인데 후속 조치도 없었다고 했다.

▲ 연금 재단과 가입자회 간의 갈등은 여전했다. 가입자회 측은 이사회가 감사를 해임한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정서 이사장(사진 왼쪽)은 정관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보고 중인 연금 재단 이사회.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방은 계속됐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 정관에 따라 배 장로를 징계했다고 했다.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정환 목사(서울북노회)는 김 이사장이 정관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 임명과 파송은 총회가 했기 때문에 해임도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총대들은 "옳소"를 외치며 동조했다.

연금 재단 보고는 저녁까지 이어졌다. 감사 해임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자, 정영택 총회장은 사업 보고부터 받자고 제안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지만, 연금 재단 보고는 그대로 진행됐다. 연금 재단이 총대들에게 따로 제출한 보고서에는 올해 수익률이 9.29%, 지난해 수익률은 5.3%로 나온다. "지난 10년간 연금 재단이 기록한 평균 수익률은 2.44% 불과하다"는 문구도 들어 있었다.

총대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정환 목사는 재단 수익률이 평균 2%대에 불과했는데, 어떻게 올해는 9%대가 나올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연금 재단 측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 9.29%가 아닌 6.01%라고 수정 보고했다.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총회 전 자체 감사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총대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인명진 목사(영등포노회)는 재정 보고 전에 감사를 받는 게 기본인데, 연금 재단이 8월 말까지 감사를 받지 않은 채 총회 보고에 나선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반면 일부 총대들은 이사회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이사회를 믿고 따르자며 종용하기도 했다. 이날 총대들은 2시간 30분 동안 연금 재단을 붙잡고 논의했지만, 결론은 거두지 못한 채 정회했다.

예장통합 연금 재단에는 1만 3205명의 목회자가 가입해 있다. 총 보유 자산은 3068억 원이며, 현금은 2252억 원에 이른다. 기금 고갈 논란도 일고 있는데, 지난해 연금 재단이 은퇴 목회자들에게 지급한 연금은 156억 원이다. 

▲ 총회 둘째 날인 9월 23일 저녁, 2시간 30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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