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와 한국 가톨릭은 체계적·공식적 신학 교류를 통해 교회 일치 운동을 벌이자는 취지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양측은 오랜 기간 이어 온 오해와 편견 대신 화해와 일치로 분열의 역사를 극복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1월 22일에는 교회협·가톨릭·정교회 등이 당시 예장통합 김동엽 총회장이 시무하는 서울 목민교회에서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열고, 분열과 다툼을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회개하고 이웃과의 조화와 일치를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단체는 가톨릭과의 일치는 종교 배반이나 다를 바 없다며 비난했다. 신앙과직제협의회 창립총회에 예장통합이 주축이 된 것으로 알려지자 교단 내부에서 반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김동엽 전 총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9월 22일 총회장 이임사에서 일치 운동은 교리와 제도의 통합을 뜻하는 게 아니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9월 22일 저녁 회무 시간, 공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가 끝난 뒤 총회 임원회 보고가 이어졌다. 보고 사항에 '신앙과직제협의회'가 담겨 있는 것을 본 이정환 목사(서울북노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천주교가 기독교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말은 총회장이 월권을 저질렀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협의체를 만드는 데 교단의 허락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직전 총회장이 잘 모르고 일을 진행한 것 같다면서 신앙과직제협의회에 가입한 것을 무효로 하자고 했다.

김동엽 전 총회장은 혼자서 결정한 게 아니며, 교회협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보충 설명에 나선 이홍정 사무총장은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직제와 교리 체계를 하나로 만든다는 오해를 하는데 그것은 전혀 아니다. 각각 고유의 체계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협의체"라고 말했다. 신앙과직제협의회에는 가톨릭뿐만이 아니라 루터교·정교회·성공회 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전통의 교단이 참여한다고 했다.

▲ 일부 총대들이 가톨릭과의 일치 운동을 우려하며 신앙과직제협의회 가입을 무효로 하자고 주장했다. 이홍정 사무총장은 "교리와 체계를 하나로 묶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이 돌아왔다. 사진은 9월 22일 오후, 몇몇 총대들이 신앙과직제협의회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정환 목사가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총회가 신사참배 이후 하나님 앞에 가장 큰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사무총장이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했다. 천주교와 기도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신앙의 일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신임 총회장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총대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목사의 발언이 끝나자 여러 총대들이 박수와 환호를 외치며 동조했다. 앞서 몇몇 총대들은 이날 오후 소망교회 출입구에서 'NCCK·신앙과직제협의회 반대' 피켓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일부 총대들의 반발에 정영택 신임 총회장은 말을 아꼈다. 정 총회장은 "총대들을 기만할 생각이 없다.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신앙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정체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예장통합은 총회 임원회 보고를 받은 뒤, 첫째 날 회무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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