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한국교회는 공감 능력 부족·몰상식한 발언 등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로 나선 대형 교회 한 장로의 발언도 한몫했다. 교회와 사회의 불통을 보여 준 사건이었다. 교회의 언어는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았다. 지난 9월 16일 '2014 생명 평화 작은 교회론 심포지엄'에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교회가 사회와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단순했다. 가까이 있는 것이다. 교회가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려 할 때, 간격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11일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는 경계를 허물고 소외된 이웃을 찾는 교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중 두 교회를 미리 소개한다. 꿈이있는교회(김제언 목사)와 주님의가족공동체(김용택 목사)다.

수년째 가난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과 사랑을

꿈이있는교회는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마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회다. 지난 1996년 9월 한 아파트 상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교회의 모습을 통해 예수를 알리는 데 사역 방향을 두고 있다. 김제언 목사는 2010년 12월 조성찬 변호사와 공동대표로 '참사랑참생명(구 희망시흥)'을 발족해 이듬해인 2011년 3월부터 교인들과 매주 화요일 무료 급식을 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시흥시 정왕1동과 정왕본동 곳곳을 돌며 무료 급식 외에도 이·미용 그리고 세탁 봉사와 의료 봉사 등을 한다.

지역 특색을 고려한 봉사였다. 정왕1동과 정왕본동은 시화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지역으로 원룸, 다세대 주택이 많다. 월세가 저렴하고 보증금도 없어 가난한 노동자들이 주로 이곳에 입주해 있다. 주민의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다. 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 한부모 가정들의 비중도 타 지역에 비해 많다. 이러한 주변 상황이 꿈이있는교회가 지역 순회 봉사 활동에 나선 이유가 됐다.

꿈이있는교회는 참사랑참생명을 통해 작년부터 '정이 가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극장·노래 자랑·문화 공연 등을 열어 주민과 교인들이 한자리에 어울리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올해 8월에 연 노래 교실과 한글 교실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성황을 이뤘다.

▲ 꿈이있는교회(김제언 목사)는 교회의 모습을 통해 예수를 전하려 한다. 매주 정왕1동과 정왕본동을 순회하며 이웃들에게 무료 급식뿐만 아니라 이·미용, 빨래, 의료 봉사를 한다. (사진 제공 꿈이있는교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시흥 산업 단지에 꿈이있는교회가 있다면, 주님의가족공동체는 DMZ 인근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에 위치한다. 2008년 김용택 목사는 두 쌍의 부부와 함께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했다. 아현교회 DTS(예수제자훈련)에서 연을 맺은 부부는, 초대교회 공동체를 함께 꿈꿨다. 공동 생활과 공동 재정, 그리고 지역을 섬기는 선교적 교회에 대해서도 오래 얘기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여전히 같은 주제를 놓고 대화 중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두 식구는 아홉 식구로 늘었고, 약 35명의 구성원이 함께 모여 생활한다. 같이 밥을 먹고 수입을 공유하고, 매주 예배를 드리며 신앙 공동체의 면모를 다지고 있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이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마을 주민들도, 지역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준다며 이들을 반긴다고 한다.

주님의가족공동체는 사회적 기업 '해피트리빌리지(해피트리)'를 운영한다. 공동체 모든 구성원은 해피베이커리, 해피팜, CAFE행복한나무 등의 사업에 참여한다. 이들은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아동 및 청소년·노인·한부모 가정·다문화 가정·새터민·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 계층에게 다양한 사회 서비스(체험 교실, 바자회, 할인 판매 등)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 방과 후 학교 및 토요 돌봄 교실 등도 운영한다. 원래는 자녀들을 위해 시작한 홈스쿨링이었는데, 이제는 지역 주민들의 아이들도 참여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마을 복지회관은 마을 공부방으로 바뀌었다. 마을 이장은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고마워했다. 주님의가족공동체는 올해 카네이션하우스를 열 계획이다. 연릭 주택을 개보수한 이곳은 독거 노인들의 터전이 된다. 김용택 목사는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 주님의가족공동체(김용택 목사)는 사회적 기업 '해피트리빌리지'를 운영하며, 마을 주민과 연계하는 사업을 벌인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해피트리빌리지의 제빵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위). 겨울이 되면 마을 주민들과 김장을 하고, 서로 음식을 나눈다(사진 아래). (사진 제공 주님의가족공동체)
▲ 2008년 세 가정이었던 공동체는 현재 아홉 가정으로 늘었다. 작년 겨울 수련회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주님의가족공동체)

지역사회를 돌보고 이웃을 섬기는 교회들의 이야기는 10월 1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리는, '2014년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 (관련 기사 : 생명평화마당, 10월 11일 작은 교회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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