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19일 감신대에서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 가 열렸다. 이날 박람회에는 700여 명이 몰렸다. 생명과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 높았다. 올해 작은 교회 박람회는 10월 11일, 감신대에서 열린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난해 9월 24일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방인성·김정숙·이정배)이 주최한 '2013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에서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는 교인 1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는 한국교회 전체 2%에 지나지 않지만, 50명 미만의 교회는 60% 이른다고 발표했다. 2%에 불과한 대형 교회가 한국교회 전체를 상징하며, 나머지 교회는 대형 교회가 추구하는 성장주의를 뒤쫓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의 지적처럼, 오늘날 다수의 교회가 성장주의를 추구한다는 견해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을 부르짖는 교회와 다르게, 스스로 작은 교회를 지향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교회들도 있다. 2014년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여한 향린 공동체와 동네작은교회가 그렇다.

쪼개고 또 쪼개는 향린 공동체

▲ 지난해 1월 6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향린교회가 분가 예배를 하고 있는 모습. 교인 정원제를 채택한 향린교회는 성인 교인이 500명에 이르면, 분가를 추진한다. 1993년 강남향린교회가, 지난해에는 섬돌향린교회가 향린교회에서 분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향린교회(조헌정 목사)·강남향린교회(이병일 목사)·들꽃향린교회(김경호 목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작은 교회 박람회에 참여한다. 지난해 1월 향린교회에서 분가한 섬돌향린교회(임보라 목사)도 이번 박람회에 동행한다.

향린 공동체는 향린교회 공동 창립자인 고 안병무 박사가 건의한 분가 정신을 이어받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향린교회는 지난 1993년 신앙고백 선언과 교회 갱신 선언을 통해 당시 부목사였던 김경호 목사를 파송해 강남향린교회를 세웠다. 여섯 가정으로 출발한 강남향린교회는 2004년 11월, 다시 들꽃향린교회를 낳았다. (관련 기사 : "자립하면 또 분가해야죠") 향린교회는 지난해 1월, 한 번 더 분가했다. 부목사였던 임보라 목사와 교인 80여 명을 파송해 섬돌향린교회를 세웠다. (관련 기사 : 향린교회, 더 큰 하나 위해 쪼개고 또 쪼갠다)

향린 공동체는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교인 정원제'를 택했다. 교인 정원제는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다. 향린교회와 달리 강남향린교회는 재적 교인이 200명일 때 분가를 단행했다. 향린교회가 1993년 발표한 교회 갱신 선언서에는 "교회의 크기를 성인 교인 500명을 최대 인원으로 하는 '교인 정원제'를 실시하고, 그 이상의 인원이 되면 분가 선교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와 있다. 2005년 정관을 제정한 향린교회는 선교부 산하 분가선교연구위원회와 당회 산하 분가선교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분가 절차를 밟았다.

분가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교인 수가 늘면서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예배당 증축 문제를 비롯해 교회 공동체성 상실, 목회자 경영자화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함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개혁과 갱신을 위해 분가가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김경호 목사는 분가를 준비하던 지난 2000년, 교회 소식지 칼럼을 통해 분가는 교회가 갱신될 수 있는 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분가한 교회가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연합 네트워크를 가지고 서로 지혜를 모아 가고, 각 교회의 좋은 이상을 새로 배워 가면 교회 개혁도 몇 배로 빨라지게 된다"고 했다.

성장 버리고, '교제와 나눔' 택한 동네작은교회

▲ 병원 강당 등을 빌려 예배하는 동네작은교회. 이 교회는 예배당을 소유하는 대신, '아지트'를 만들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사진은 동네작은교회가 만든 도서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네작은교회(김종일 목사)는 성장 대신 교제와 나눔을 택한 말 그대로 '작은' 교회다. 부흥 가도를 외치는 여느 교회와 달리 작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교인이 20명 이상 되면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분립의 길을 걷고 있다. (관련 기사 : '동네'마다 있는 '작은' 교회가 되는 꿈) 지난 2007년 12월 교회 창립 이후, '그몸·헤브론·the작은·남은이·뉴송' 등 5개 공동체로 나뉘었다. 각 공동체는 동네작은교회에 속해 있지만, 조직과 재정, 사역 등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분립은 2009년에 이뤄졌다. 교인이 40명을 넘어서자, 김종일 목사는 분립을 선언했다. 대부분 20대로 구성된 '그몸' 공동체 소속 15명이 분립했다. 이후 교인이 늘 때마다 동네작은교회는 분립하고 또 분립했다.

마치 세포분열하듯 교회를 분립한 이유는 교인 간의 '교제' 때문이다. 동네작은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지체 됨을 누리기 위해 작은 교회를 지향한다. 20명 정도 돼야 서로를 잘 알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종일 목사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면서 커지려고만 하는 교회는 진정한 공동체가 아니라고 했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성장이 아닌,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도 했다.

동네작은교회는 교회 분립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 공동체별로 판자촌 지원 사역과 한글 교육 사업 등을 한다. 또한 소그룹 별로 세 개의 '아지트'를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 각 아지트는 평소에 카페, 건강식품 가게, 도서실로 운영하며,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한다. 소그룹 공동체는 주중에 아지트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거나, 주일예배 후에는 이곳에 모여 교제를 나누기도 한다. 예배당이 없는 공동체는, 병원 강당과 음악 학원을 빌려서 예배를 드린다.

성장보다 분립을 택한 교회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10월 11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리는, '2014년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생명평화마당, 10월 11일 작은 교회 박람회)

▲ '2014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10월 11일 감신대에서 열린다.
▲ 사진은 지난해 열린 작은 교회 박람회 사진. 카페 교회로 유명한 시냇가에심은교회 구은태 목사(사진 왼쪽)는 지금까지 카페 교회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전해 준 사람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청년 사역에 관심이 있거나 미자립 교회를 걱정하는 목회자들에게 카페 교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사진은 지난해 열린 작은 교회 박람회 사진. 성공회 원주교회 교인 박은자 씨는 , 교회에서 운영하는 '나눔의 집' 실무를 담당한다. 박 씨는 오갈 데 없는 중고등학생들과 6년째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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