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배 교수.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작은 교회 박람회(2014년 10월 11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 운동을 향한 교계의 열기와 관심에 힘입어 다시 용기를 냈고 2017년 종교개혁 500년 시점까지 이어 갈 생각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것이 국가인가를 물었듯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는 적기라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보았고 국가의 무능함을 여실히 경험했으나 이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교회들의 안이한 인식, 공감 능력 부재, 신앙이란 이름하에 마구 외쳐지는 상식 이하의 발언들로 인해 한국교회가 또다시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목사님들의 수고에도 개신교회를 향한 유족들의 마음이 아직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장의 대명사로 여겨진 소수 대형 교회들로 인해 그 미래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간 국가와 교회가 성공, 성장이라 가르쳤던 것이 실상, 실패로 치닫는 첩경인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첫 모임에서 탈(脫)성장, 탈(脫)성직, 탈(脫)성별의 가치를 갖고 생명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교회들의 현존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우리들보다 앞서 하느님의 성전을 옳게 지켜 내고자 몸부림치며 준비했던 목사님들을 만났고 작지만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지닌 교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문학적으로 성숙해지려 했고 평신도와 함께 민주적 공동체를 꿈꿨으며 모이면 늘 나뉘고자 했고 마을과 협력 체제를 이뤘으며 작은 자들을 섬기는 제형태의 작은 공동체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건강한 미래였습니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는 단연코 성장의 욕망을 품고 교회 유지에 급급한 성직자들과는 다른 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민족과 교회의 앞날에 돌덩이가 아닌 생명의 떡이 되기 위해 이들 존재 양식과의 철저한 단절, 그에 대한 거룩한 분노를 품고 대안적 교회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려는 것입니다. 성직자로 살았으나 제자가 되지 못했고 교회였으나 그리스도 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치열한 회개와 더불어 말입니다. 예수와의 동시성을 살아 내는 그리스도 제자를 만들지 못할 경우 그것은 그리스도를 한갓 신화나 이념으로 만들 뿐이라는 한 신학자의 말을 정말 긴급하게 수용코자 합니다.

첫 행사를 통해 우리는 부족함과 개선할 점을 충분히 발견했습니다. 당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회 및 교우들 간의 만남, 배움 그리고 상호 격려를 목적했다면 이번에는 대안 공동체로서 터 잡은 교회들의 준비된 모습을 가능한 한 드러낼 생각입니다. 부족하겠으나 일궜던 족적을 맘껏 드러내 주길 바랄 것입니다. 그런 교회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과 소망이 싹틀 수 있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두 번째 박람회는 관심사가 비슷한 공동체들의 만남과 협력의 자리 역시 엮어 낼 계획입니다. 관심하는 주제를 심화시키고 야기된 문제점을 더불어 고민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첫 모임과 달리 여러 교회와 단체가 본 행사를 공동 주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러 단체와 교회들의 협력으로 예년보다 훨씬 좋은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입니다. 아울러 기독교의 미래를 책임질 신학생들의 참여 역시 더욱 독려코자 합니다. 그들에게 자신들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정직한 눈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들 앞선 목회자들의 책무라 믿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이 내 백성을 곁길로 이끌었으니 너희가 다시는 환상을 못 볼 것이고 다시는 예언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미가서 말씀을 두렵게 새기며 두 번째 작은 교회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기독교 대안 운동이 될 것이라 믿고 여러분들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합니다.

이정배 교수 / 감신대 통합학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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