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6일 생명평화마당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2014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김종일·이원돈·임보라 목사(왼쪽부터)는 '세월호 이후의 작은 교회론'을 주제로 발제했다. 모두 작은 교회 목사들이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작은 교회가 정말 대안일까.' 질문을 가진 40여 명의 목사와 신학생, 기독교인들이 9월 16일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를 찾았다. 생명평화마당(공동대표 권진관·김정숙·방인성·이정배) 주최로 열린 '2014 생명 평화 교회론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생명과 평화를 여는 작은 교회 박람회'를 앞두고 열린 심포지엄이다. 박람회 전, 작은 교회가 한국 사회와 교계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짚어 보기 위해 열렸다.

심포지엄 주제는 '세월호 이후의 작은 교회론'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 사회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교회는 공감 능력 부재·상식 이하의 발언들로 뭇매를 맞았다. 김영철 집행위원장은 침몰하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작은 교회 운동을 통해 구조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이원돈 목사(새롬교회)·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등 세 명의 목사가 나섰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자신들이 사역하는 교회를 사례로 설명했다.

이원돈 목사(새롬교회)는 교회가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지역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냉대했던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고 했다.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교회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찾아가는 것이었다.

이 목사는 목회의 대상은 교인이 아닌 마을이라고 했다. 그가 사역하는 새롬교회도 '새롬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작은 도서관' 등을 통해 지역 사회를 섬기고 있었다. 이 목사는 "교회는 신자를 위해 있지 않고 빈자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전했다. 교회가 경계를 허물고 마을과 공존하려 할 때, 지역사회 안에 새로운 흐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교회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는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글을 인용했다. "공공적인 것은 누군가의 독점물이 되었고 사회적 경쟁은 독점을 향한 경쟁이 되었으며 국가는 그러한 독점의 체계를 보호하는 데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임 목사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 '교회'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며, 목회자들이 독점의 체계를 보호하는 데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임 목사는 작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 대화, 개방성, 대안적 공간을 언급했다. 그는 기성 교회의 수직적인 체계, 상명하달 식의 소통 구조는 교회를 병들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가 시무하는 섬돌향린교회는 직분을 두지 않고 서로를 수평적으로 대하게 한다. 또한, 교회는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을 차별하지 않고 이들에게 대안적이고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 이날 심포지엄에는 40여 명의 참가자들이 강의실을 채웠다. 작년 심포지엄 때와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는 수였다. 주최 측은 이날 오기로 한 교인들 대다수가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목회자 304인 철야 기도회'에 참가하느라 오지 못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개척 교회가 설교가 좋기로 혹은 분위기가 괜찮다고 소문이 나면,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교회는 교인 수가 많아지고, 목회자는 잘 알지 못하는 교인이 생긴다. 교회는 제도와 시스템을 더 의존하게 되고, 역동성과 기동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심포지엄에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분립하는 교회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종일 목사(동네작은교회)는 발제에 나서면서 한 문장을 인용했다. "사과나무의 열매는 사과가 아니다. 또 하나의 사과나무다." 그에 따르면, 사과나무는 교회다. 교회의 열매는 교인이 아니고, 또 하나의 교회다. 김 목사가 교회를 계속해서 분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교회가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소수여야 한다고 했다. 예수와 열두 제자도 적은 수의 공동체였다. 그가 사역하는 동네작은교회는 교인 수가 20명이 넘으면 분립한다. (관련 기사 : 선교·교제 위해 분가하는 교회들)

분립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김 목사는 가장 큰 걸림돌로 교인들이 집단화, 대형화에 익숙하다는 점에 있다고 했다. 교인의 수가 적으면 개개인이 져야할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교인들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분립 과정에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교회 비전이 '지극히 작은 자를 돌보는 소그룹 중심의 공동체적 교회'라고 했다. 이들이 분립한 이유는 이웃들을 섬기자는 뜻도 있었다. 개척하고 나서 건물을 갖지 않고, 점심 식사로 김밥만 먹었다. 그렇게 아낀 재정은 이웃들에게 나눴다. 고려인·새터민·서초동 판자촌의 27가구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했다. "교회 규모가 커야 큰일을 하는가요." 김 목사는 물었다. 십자가를 지고 가장 작아진 예수를 쫓는 교회가 바로 생명력이 있다고 했다. 

▲ 마지막 시간에는 발제자와 참가자들 간에 질의응답이 오갔다. 작은 교회가 실제로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사진 가장 위, 생명평화마당 공동대표 이정배 교수도 참여했다.ⓒ뉴스앤조이 유재홍

"작은 교회 정말 가능할까"

발제가 모두 끝나자,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대부분 작은 교회가 실제로 가능한지 묻는 내용이었다. 한 참석자는 교인 수가 적은데 목회자 사례비로 생활이 가능한지 물었다. 김종일 목사의 대답은 "불가능하다"였다. 다른 일을 통해 생활비를 보충한다고 했다.

감신대 신학생 류재권 씨는 교회가 성소수자 등을 차별하지 않는다 해도 실제로 교인들이 어려워하지는 않느냐고 하니, 임보라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머리로는 동의해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에이즈에 감염될까 봐 접촉을 꺼리게 된다는 고민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은 필수라고 했다. 차별은 무지에서 나온다. 임 목자는 교인들이 과정을 통해 차이를 이해한다고 했다.

작은 교회라고 모든 면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두 발제자는 제일 고민하는 문제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교인들이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지만,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교회가 아니라서, 겪게 되는 어려움도 있었다. 김종일 목사도 어린이들이 7명밖에 되지 않아,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작은 교회의 비전과 사역을 보며 참가자들은 화색을 띄었다. 대형 교회 장로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한국교회 문제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이날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회의 얘기를 듣고 희망을 가져 본다고 했다. 다음 달 열리는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 더 많은 교회들을 만나기 원한다며 꼭 참석할 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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