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씨의 '하나님의 뜻' 발언은 교계와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에서는 '식민 사관'이라며 문 씨를 비판했지만, 교계 보수 진영에서는 "교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새벽이슬은 샬롬나비 측에 문창극 사태에 대한 대담을 제안했다. 대담은 8월 21일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문창극 사태의 쟁점과 전망'이란 제목으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문창극 씨의 '하나님의 뜻' 발언은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말을 두고, 일부 신학자와 목사는 한국교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에서는 개신교인들의 이질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창극 씨의 발언이 '식민 사관'이라는 여론이 확산될 당시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샬롬나비·김영한 회장)은 선봉에 서서 문창극 씨를 변호했다. 6월 23일 샬롬나비는 <국민일보>·<조선일보> 등 일간지 신문에 광고를 내 문창극 씨의 역사관을 '식민 사관이 아닌 신앙적 민족 사관'이라고 두둔했다. (관련 기사 : 홍정길·이동원·김인중 목사 등 문창극 지키기)

샬롬나비의 문창극 지키기는 그가 6월 24일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후로도 계속됐다. CBS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가 '문창극이 던진 숙제'라는 주제로 한 대담을 6월 27일 반영했다. 대담에 참여한 패널들은 문창극 씨의 발언이 약자가 아닌 지배자의 위치에서 하는 말이며, 인간의 의지를 배제한 운명론적 관점에 치우쳐 있다고 평했다. 샬롬나비는 7월 8일 이를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논평에서 샬롬나비 측은 문창극 씨의 발언이 하나님의 정의를 부정한 게 아닌 오히려 하나님의 고차원적인 섭리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구조악 무시한 지배자의 논리" vs. "일제 강점은 하나님의 몽둥이"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와 새벽이슬(임왕성 대표)은 샬롬나비 측에 문창극 사태에 대한 특별 대담을 제안했다. 샬롬나비 측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좌담회는 8월 21일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문창극 사태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샬롬나비를 대표해 서충원 사무총장과 권문상 이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참여했고, 개혁연대 측에서는 전·현직 공동대표인 오세택(두레교회)·방인성(함께여는교회) 목사가 나섰다.

찬반 형태를 띤 이날 대담은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세택·방인성 목사는 문창극 씨의 발언은 하나님의 뜻을 지배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그릇된 신앙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충원 사무총장과 권문상 이사는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기독교인이 교회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좌담회에 30여 명의 참석자가 자리했다.

방인성·오세택 목사는 문창극 씨의 주장은 구조악을 배제한 전형적인 지배자의 논리라고 평했다. 방 목사는 구한말 조선인들의 게으름과 의존성을 비난하기 전에 온갖 폭정을 일삼던 지배층의 패악을 지적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배자들의 이러한 관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고, 문창극 역시 지배 계층에 속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논리를 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경제적 상황만을 놓고 하나님의 축복을 들먹이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닌 물신주의라고 비판했다.

서충원 사무총장은 반격에 나섰다. 조선 말기에는 지방 관리들의 착취, 사회·문화의 피폐 등 불의한 일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한민족이 시대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의식 개혁이 필요했고, 그런 관점에서 일제강점은 한민족의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하나님이 바벨론을 통해 이스라엘을 심판하신 것처럼, 하나님이 일제를 사용해 민족의 의식을 개혁한 것은 식민 사관이 아닌 신앙적 민족주의라고 주장했다.

문창극 씨 발언의 방점은 민족의 게으름을 탓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권문상 이사는 말했다. "강연의 근본 의도는 조선 관리들의 폭정과 이 때문에 황폐해진 백성들의 문화와 정신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고 했다. 기독교가 민족을 해방하고 근로 의욕을 고취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앞에서는 반대되는 내용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 하나님의 심판과 해방을 모두를 설명할 수 없었고, 기독교가 자유와 평등의 종교임을 강조하기 위해 구한말의 암울한 시대상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오세택 목사는 문창극 씨가 자신의 역사관과 신앙관에 대해 소명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반박했다. 오 목사는 "시간이 부족해 일제를 통한 하나님의 심판만을 얘기했다면, 기자들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역사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문창극은 하나님의 심판 얘기만 했지 하나님의 회복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독교 사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치유의 과정 없이 심판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은 일제와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부강하고 잘살게 만들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일제 강점이 하나님의 심판이라는 해석을 두고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방인성 목사는 하나님은 악 위에 계신 분이며 절대로 악과 타협하는 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나님이 바벨론을 통해 이스라엘을 심판하셨다는 근거로 일제 강점을 합리화하는 것은 억지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은 악을 행하는 자들을 내버려 두셨고 이스라엘 백성 역시 자신들의 죄악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악의 지배를 받은 것이지, 이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 목사는 모든 고통을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신학적 천박함이라고 했다.

▲ 서충원 사무총장은 '하나님의 뜻' 논란은 결국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사이의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기인한다며, 대담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 보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 서충원 사무총장(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권문상 교수(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 ⓒ뉴스앤조이 유재홍

사회와 소통 안 되는 한국교회 언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교회만의 언어가 문창극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 패널 모두가 공감했다. 방인성 목사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말을 해 놓고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긴다. 일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 언어를 상식적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충원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사회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사태와 교황 방문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소통력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이 진정성 있는 발언을 해도 세상 사람들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 생각을 공적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집었다.

권문상 이사와 오세택 목사는 목회자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권 이사는 "교황 방문을 보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뜨끔했을 것이다"라며 교황의 청빈과 낮은 자세를 목회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보여 준 것처럼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자세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에만 갇혀 있기 때문에 타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강정마을에서의 수많은 아우성을 한국교회는 못 듣고 있다며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자신을 비우고 낮춰 타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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