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씨가 일전에 한 발언들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문 씨는 2011년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강연에서, 조선인의 특징은 게으른 것이라며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온누리교회 장로인 그의 신앙관과 역사관에 대해 교계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반면,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는 문 씨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맥락에서, 상황에서 나온 말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도 6월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며 관련 보도는 강연의 특정 부분만 부각돼 전체 강연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씨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도된 일부 내용이 아닌, 강의 전반에 걸쳐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문제가 된 부분의 전후 문맥을 살펴 교계 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진은 문 씨가 2011년 6월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2011년 문 씨의 발언은, 온누리교회 양재 캠퍼스에서 열린 수요 여성 예배에서 나온 것이다. 이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중보 기도하자는 취지에서 문 씨의 강연을 들었다. 문 씨는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나. 기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들어온 때부터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여러 선교사의 기록을 인용해 조선이 얼마나 후진국이었는지 설명했다. 독립운동을 하다 친일파가 된 윤치호의 글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도 인용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일제강점기에 기독교가 들어와 조선 민족의 게으름을 타파했고, 남북 분단 및 미국과 조약을 맺은 일은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은 가까운 나라 일본의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은 비극이지만 돌아보면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문제가 되는 발언의 전후 문맥은 이렇다. (문창극 씨 강연 영상 바로 가기)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신다면 일본에게 합방되지 않게 하시지,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항의할 수 있겠죠. 근데 저는, 아까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하나님이 뜻이 있는 거예요.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한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너희들은 고난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한테 고난을 주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치 광야 생활 40년 하고서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듯이, 36년의 고난을 거치고 난 다음에야 대한민국에게 독립을 허락하신 겁니다. 그것도 다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지금 와서 '과거 일제가 우리한테 뭐냐', '우리가 참 못난 민족이다', 이럴 필요가 없다고 봐요. 그게 다 하나님의 뜻으로, 우리 피 속에서 우리 고난이 영글어져서, 지금 여기에 뿌리가 됐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후회할 필요도 없고. 애석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상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독교가 들어왔지만, 500년 동안 내려왔던 조선의 그 못된 관습, 게으름, 이런 거는 일제강점기에도 같아요. 기독교인들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고, 이런 걸 하나의 모토로 삼았습니다. … 기독교가 뭡니까. 기독교가 우리 조선 민족에게, '너희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근면해야 한다', 그걸 깨우쳐 준 겁니다."

"그렇게 거기서 잘 살았어요. 우리가 게으른 가운데, 기독교로 개종하고, 하나님 뜻에 맞게 살려고 작정을 한 이후에 이렇게 달라지는 거예요.

'하나님이 얼마나 많은 것을 조선 민족들한테 보여 줬나' 하는 것을 제가 이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일제강점기가 지났어요. 그래서 우리한테 독립을 주셨어요. 독립을 주셨으면 잘 살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36년을, 40년을 광야에서 방황했는데, 잘 살아야 하는데, 또 하나님은 시련을 주신 겁니다. 분단이에요, 분단. 남북 분단을 만들게 해 주셨어요. 그것도 지금 와서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봐요. 그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라는 거는, 거의 다 공산주의 사상에 가깝게 있었어요. 만일 그때 통일 한국을 주셨으면 한국은 공산주의가 되는 거예요, 그때. 자동적으로 공산주의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하나님이 우리를 그렇게 놔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은 '너희들은 안 되겠다. 다시 고난을 더 가져라', 그래서 분단을 시켰어요. 그것뿐입니까, 6·25까지 주셨어요. 이 6·25까지 주신 거예요.

우리 생각에는, '야 하나님 참 너무하다', '이럴 수 있냐', '어떻게 6·25를 주셨습니까'.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지가 죽지 않았으니까 6·25를 또 저렇게 미화한다'(고 할 수도 있는데). 6·25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단련이 된 거예요, 6·25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그 안보 조약을 맺었어요. 그것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살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그것 때문에 미군이 지금 주둔하고 있는 거야. 여러분 미군이 없는 한국을 한번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제가 친미를 하자 그러는 게 아니에요. 미군이 없는 한국은, 옛날엔 소련 밑에 가 있을 거고, 지금은 중국 밑에 가 있을 거예요. 중국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북한은 중국에 속국이 돼 있죠. 거의 돼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이) 6·25를 왜 주셨냐. 돌아보면 미국을 붙잡기 위해서 주신 거예요."

"1960년대부터 1970년부터 우리는 공업화를 했잖아요. 근데 공업화를 한 가장 큰 힘이 뭡니까. 일본의 기술력이에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기술을 다 하고, 일본이 우리보다 앞장섰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본만 따라가면 되는 거예요. 박정희나 삼성이나 다 일본 따라한 거예요. 현대자동차, 다 일본 따라서 우리가 이만큼 컸습니다.

지금 우리가 일본 사람들 특히 우습게 보죠. '쪽바리들' 이렇게 생각하지만, 일본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거예요. 또 하나, 중국, 지금은 중국이 달라졌지만, 우리가 막 경제 발전을 할 때, 중국은 뭐 했습니까. 중국은 문화혁명을 했어요, 모택동 밑에서. 문화혁명이란 게 뭡니까. 그 공산주의, 젊은 애들이 다 내쫓는 거 아닙니까. 윗사람들 다 내쫓고, 폭력으로, 다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안보가 필요할 때 하나님은 미국을 우리에게 주셨고, 경제가 필요할 때는 이 일본과 중국 이 사이에 우리가 있게 해 주시고. 이런 게 그냥 보통 생각하면 '역사가 다 그런 거야'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뜻으로 보면 이게 당연하게 우리가 온 역사다 이거예요."

교계 지도자들, "잘못된 신앙과 역사관이 혼합"…"전후 사정 살펴야" 신중론도

<뉴스앤조이>는 교계 원로들과 신학자들에게 문창극 씨의 발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의견을 취합했다. 문 씨의 말에 고개를 젓는 인사가 대부분이었지만, 전후 맥락과 당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통일부총리·교육부총리 등 여러 공직을 역임한 한완상 박사는 문창극 씨의 발언이 "한국교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교회가 기독교 복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지 못한다면 역사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은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눈물 흘리고 동고(同苦)하는 하나님이지, 그런 사람들을 욕하는 하나님이 아니라고 했다. 문 씨는 '친일파·냉전주의·근본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는 대형 교회들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정부와 시장의 공공성이 땅에 떨어진 것을 그대로 보여 줬다면, 문 씨의 발언은 정치적인 문제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추악한 얼굴의 현주소를 보여 줬다고 지적했다.

김회권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는 절대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나님이 너에게 벌을 주라고 해서 공격한다"는 말은 산헤립이 히스기야를 공격하면서 했던 말이라면서, 어찌 보면 산헤립 같은 오만한 자의 역사 인식과 "침략은 하나님의 몽둥이"라고 얘기했던 이사야의 목소리가 비슷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사야는 고난받는 민중의 편에 서서 자기 책임을 추궁하는 관점에서 말했고, 산헤립은 타자를 지배하기 위한 정복자의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윤치호도 자서전에서 동포를 노예처럼 부려 먹었다고 반성하지만, 그 역시 조선총독부 아래에서 영화를 누린 가해자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치호의 길을 문창극이 걷고 있다고 말했다. 성경의 논리를 완전히 피상적으로 이해해,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문 씨의 발언을 접하고 "잘못된 신앙과 역사관이 혼합된 경우"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조 시대 자체를 게으르고 무능한 시대로 규정한 것은 일제강점기를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식민 사관이라고 했다. 조선 민족이 게을러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했다는 것은 죄의 결과가 고난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은데, 이는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했다. 여기에는 하나님 믿으면 성공·승리하고 복 받는다는 대형 교회의 신앙관이 연관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앙인들이 제대로 된 역사관을 배우려 하지 않고 역사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함부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있었다. 권연경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는, 모든 일을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인간 삶의 복잡한 성격을 무시하면 부당한 추론이 나온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판단을 구체적인 상황에 섣불리 적용하면,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일본의 침략으로 억울하게 고통당했고 독립운동은 정당한 항거였는데, 이렇게 되면 일제가 하나님의 편에 선 것이고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저항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에 대한 문 씨의 말도 마찬가지라면서, 친일파나 분단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실제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 상황에서 고통당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면 결국 하나님이 비극을 겪게 만들었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나님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권 교수는 문창극 씨가 어떤 신앙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 가고 성경 읽는 종교적인 패턴은 있을 수 있지만, 성경의 논리에 따른 일관적인 세계관은 없다고 봤다. 문 씨의 말이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그때그때 움직이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도홍 교수(백석대 기독교역사)는 문창극 씨가 어떤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뗐다. 패역한 사회에서 드러나는 불의와 악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결국 하나님을 악의 근원으로 만드는 셈이라고 했다. 이런 극단적인 생각은 사관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역사 신학자로서 들어 보지도 못한 얘기라고 했다. 하나님은 악을 미워하시고 헤롯의 박해나 애굽의 억압에서 해방시켜 주시는 분이지, 바로의 통치가 정당하다거나 애굽의 속박을 인정하는 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에 가까운 극단적 사고를 가진 문 씨가 깨어진 한국 사회에서 화합형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졌다. 주 교수는 자신이 통일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문 씨가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덕주 교수(감신대 교회사)는 한국교회의 미성숙함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교회 구성원 사이에 통용되는 언어가 있고 교회 밖 사회에 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면서, 이를 좀 더 현명하게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교회 안에서 관행적으로 해 온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사회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며,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상처가 될 수 있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은 교회 안에서의 발언이 외부로 퍼져 나가는 시대라면서,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 밖에 상처 입고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직 한국교회가 그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고, 세상과 대화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미성숙함과 불통을 세상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좀 더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는 앞뒤 문맥을 듣고 싶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 비판하는 것에 말을 아꼈다. 교회는 뭔가 일이 생기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관례처럼 말하는데, 여기에 인간은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는 건 잘못됐다고 봤다. 그는 기독교인 스스로의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며, 자신도 우리나라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기 위해 전체 국민들의 정서를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이 말이 일반 사람들이 섞여 있는 공적인 장소가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끼리 있는 공간에서 나온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인정하자는 식으로 얘기한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인사 청문회 때 문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언론이 문창극 씨의 일부 발언만 인용해 왜곡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신학자도 있었다. 이승구 교수(합신대 조직신학)는 문 씨가 진짜 말하려고 했던 것을 두 가지로 봤다. 첫째, 우리에게 자유(해방)를 주신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둘째, 고난(식민 지배)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살펴야 한다. 이런 일반적인 의미로 얘기한 것일 텐데, 이를 "일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과대 표현하는 것은 말한 의도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 씨를 개인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기사화된 그의 발언은 언론이 왜곡한 경향이 크다고 얘기했다. 문 씨의 통일관도 현재 그의 생각을 물어야지, 과거의 강연이나 지나치면서 한 얘기를 가지고 말하는 건 불공정한 것 같다고 했다.

많은 기독교인들도 저마다 생각이 있을 것이다. 이번 문창극 씨의 발언이 불거지면서,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 또다시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뉴스앤조이> 취재에 응한 대부분은, 문 씨의 발언과 김삼환 목사가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것이 본질적으로 같다는 데 동의했다. 김흥수 교수(목원대 역사신학)는 "한국교회 안에는 불의한 역사를 신의 섭리로 이해하는 게 팽배하다. 문 씨의 발언은 단지 한 장로의 입장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역사를 이해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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