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문창극 씨(66)의 발언이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교계 일부 목사와 단체들이 문 씨를 두둔하고 나섰다. 문 씨는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 수요 여성 예배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매우 수준 높은 신앙인…성경적·신학적 관점에서 문제될 수 없어

▲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이종윤 목사는 문창극 씨가 건강한 신앙인이라며 존경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이종윤 목사는 6월 12일 밤 각 언론사에 글을 보내 문 씨가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목사는 문 씨의 강연이 "기독교 신학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매우 수준 높은 신앙인임을 보여 준다"며, "문 후보의 역사관은 하나님의 주권 사상을 믿는 그리스도인의 역사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임으로 기독교 신학의 차원에서 건강한 신앙인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했다.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별도 해설을 담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걸려 가야 하는 고통을 당하면서 하나님 뜻을 모르고 원망과 불평과 시비 속에 살았으나 하나님 앞으로 돌아옴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간 것과 같이 문 씨의 말은 "하나님의 주권 사상과 창조 능력으로 보전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섭리 사상을 믿는 신앙적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문 씨의 발언이 "하나님은 우리 민족에게 고난을 통해 오늘의 영광을 보게 하셨다는 간증과 격려의 말을 한 것이었지 결코 민족을 폄훼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당한 고난의 길도 따지고 보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한 것"이라는 게 이 목사의 풀이다.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한영훈 목사도 13일 논평을 내 문 씨의 편을 들었다. 신앙인으로서 문 씨가 성경적 역사관에 입각하여 강의한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목사는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40년 고난을 당한 것과 바벨론의 포로로 70년간 고난을 당한 것은 비록 하나님을 떠나 백성의 죄악으로 인함이었지만 하나님의 주권과 역사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문 씨의 강연 내용을 "우리 민족이 불행했던 한국 근대사를 극복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섭리 안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밝힌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왜곡

문 씨의 강연이 교회 안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언론은 이를 신학적 배경에서 이해해야지 강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교회언론회(김승동 목사)는 12일 '문창극 발언 비방, 이것이야말로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 "교회 안에서 (벌인) 기독교적 세계관에 의한 강연인데, 기독교적 언어를 사용한 것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용어로 바꾸려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며, "여기에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사실의 본질을 호도(糊塗)하는 것"이라고 했다.

▲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국무총리 지명자 문창극 씨를 두둔하며, 최근 문창극 씨 발언에 대한 여론의 비난에 대해 한국교회가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미래목회포럼 고명진 목사(수원중앙교회)도 이에 동조했다. 6월 13일 오전 각 언론사에 메시지를 보내, "문 씨의 간증이 교회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을 정치적 관점으로 비방, 폄하하고 진실을 왜곡, 여론 선동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장)는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했다. 12일 자 <기독교한국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정치인들과 언론이 교회를 모독한다며 "한국교회 1천만 성도들은 목회자들의 설교나 교회 내 강의 내용을 폄하하거나 왜곡·변질하여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한편, 문 씨를 옹호하는 목사들 중에서, 과거 '망언'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이들도 있다. 이종윤 목사는 2008년 서울교회 주일예배 설교 중, 4·3평화공원에 '폭도 1000명'을 양민으로 둔갑시켜 추모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부대가 일으킨 사건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 대형교회 목사, 4.3평화공원 폭도 추모 '망언'). 전광훈 목사도 '전교조 성 공유', '빤스' 발언에 이어 지난 2014년 5월 25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미개하다'고 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을 두둔했고,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국민들을 '종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동영상] 목사들 '막말' 파문에 한술 더 뜬 전광훈 목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