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 시민 분향소 옆 단식장에서 목회자 17명이 보름간 세월호 특별법 촉구를 위해 릴레이 단식을 했다. 한 목사는 "목사가 단식을 안 하면 누가 단식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사라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지난 4월 16일, 대한민국이 침몰한 날을 잊지 못하는 경기생명평화기독교행동(기독교행동) 소속 목사들이 울분을 토하듯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대참사로 이어졌음에도, 진실을 규명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기독교행동 목사들은 수원역 세월호 시민 분향소 인근에 천막을 설치하고, 7월 31일부터 릴레이 단식을 해 왔다. 예장통합·감리회·기장·복음 등 17명의 목회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따금 지나가는 시민들이 천막에 들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했다.

설교를 준비하고, 심방 예배를 해야 할 목사들이 왜 거리로 나섰을까. 기독교행동 집행위원 정종훈 목사(한사랑교회)는 "목사가 단식을 안 하면 누가 단식을 하겠느냐"며 이제는 목사들이 유가족을 대신해 단식할 때라고 말했다.

300여 명의 목숨이 꺼진 4월 16일을 잊어선 안 되고,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영혼 구원에 치우쳐 있었다면서 이제는 눈앞에 있는 생명들에게 관심을 쏟고 돌봐야 한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게 단식뿐이라며, 스스로 자책하는 목사도 있었다. 박영락 목사(밀알교회)는 "단식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성금을 걷는 것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자기 자식, 자기 교회 교인이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교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그래서 교회 주보에 노란 리본 그림과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를 넣었다.

기독교행동은 8월 14일 저녁 6시 30분 릴레이 단식을 마감한다. 정종훈 목사는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또 다른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4월 16일 이후 한국교회는 바뀌어야 합니다." 단식장 앞에 놓인 침몰한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배와 십자가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갔다. 행인 중에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다. ⓒ 뉴스앤조이 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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