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세기모)이 8월 10일 국회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애초 100명가량의 참가자를 예상했지만, 100명이 훨씬 넘는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참가자들은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촛불 기도회는 8월 2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울고 있다.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 빨리 진도로 향했다. 유가족들이 머물던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에서 기도회를 하거나 봉사를 했다. 7월 말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자, 교회2.0목회자운동·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민주쟁취기독교행동 등 단체와 300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 한국교회 교단장들은 7월 26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8월 7일 극적으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은 빠졌고, 특별검사 추천권도 사실상 정부에게 넘어갔다. 이를 두고 각계에서 '밀실 야합'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기독교인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용재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박동일 총회장) 3개 교단은 8월 7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모였다. 이들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신학도들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사무실을 기습 점거했다.

기득권자들의 거짓 평화…"유병언은 흉악 세력의 작은 꼬리에 불과"

이번에는 복음주의 기독 청년들이 나섰다. 8월 11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세기모)은 국회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열었다. 세기모는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하나누리 등 18개 복음주의 단체로 구성됐다. 성서한국 최욱준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촛불 기도회는 200여 명의 복음주의 청년들이 참석해 마음을 한데 모았다. 예배는 촛불 점화로 시작했고, 참석자들은 유가족들이 농성 중인 국회를 향해 "유가족들을 사랑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소리쳤다.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평화누리 상임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새맘교회)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박득훈 목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박 목사는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는 맘몬을 신으로 섬기는 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로지 부의 축적에만 눈이 멀어 희생자들을 구조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재판정과 재판장이지만, 대한민국의 사법권은 이미 힘 있는 자의 손아귀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불의에 분노해야만 정의의 길이 열린다며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박득훈 목사는 불의한 재판장에 대한 하나님의 보복을 약속하는 예레미야 5:26-29를 가지고 설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을 풀어 주기는커녕 권리를 짓밟는 자들과 이를 옹호하는 세력, 이를 묵인하는 나라에 대해 분노하신다"며 정치가들과 재력가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악한 자들이 있다. 덫을 놓고 정체를 숨기는 사냥꾼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두목은 재물의 신, 맘몬이다. 국민들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자기들을 이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일꾼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주범으로 유병언을 지목한다. 유병언은 무시무시한 흉악 세력의 작은 꼬리에 지나지 않는다.

흉악한 자들은 가난한 자들의 주머니를 털 수 있는 효과적인 덫이 무엇인지 안다. 그 덫은 소위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등 미국과 한국의 경제 체제다. 문창극 장로가 그렇게 흠모하고 좋아하는 미국의 자본주의고 한국의 자본주의다. 그 덫에 걸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부자가 걸리는가. 대통령이 걸리는가. 나라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온 나라에 덫이 널려 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는 구조할 의지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부를 가진 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이익 축적이다. 304명이 수장당해도 지켜볼 수 있는 무서운 사람들이다. 심장이 망가진 사람들이다. 야만이다! 야만이다! 야만이다! 어찌 하나님이 이들을 향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힘없는 사람들이 어디에 호소할 수 있는가. 바로 법과 재판장이다. 정의의 최후 보루는 재판정이다.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그 눈물을 안고 재판장에게 가 억울한 사정을 풀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 재판정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재판장은 약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정당하게 재판하지 않는다. 재판장에게 힘없는 자들은 귀찮은 사람들일 뿐이다.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은폐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이다. 수사권도 없고, 기소권도 없는 진상조사위가 무슨 진상을 밝힐 수 있겠나. 소가 웃는 얘기다. 하나님은 약자의 편에 철저히 서 계신다.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 마음에 새기자. 하나님이 분노하실 때 우리도 분노하자. 분노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분노해야 사회정의의 길이 열린다. 고통스러운 유족의 마음은 그때부터 치유될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하나님과 함께 분노하자."

▲ 독일에서 유학 중인 20대 중반의 이슬아 씨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박득훈 목사의 설교 후에는 참석자들의 자유 발언이 있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20대 중반의 이슬아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타국에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한없이 부끄러워졌다"고 고백했다. 인재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사고 후 수사와 처리를 이런 식으로 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김이슬 씨는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기독 청년들은 다시 한 번 국회를 향해 "유가족들을 사랑합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소리쳤다. 세기모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매주 월요일 밤 국회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연다. 8월 18일 말씀 나눔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근주 교수가 맡는다.

▲ 합심 기도 시간. 참가자들은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이 나라에 가득하길 마음 모아 기도했다. 참가자들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 우는 자들과 함께 울 수 있는 자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세기모 측의 애초 계획에는 유가족의 증언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국회로 나가면 다시 국회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의장이 유가족들의 국회 출입을 막아선 것이다. 기도회 중에도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유가족들과 이를 막아선 경찰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 8월 10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국회 출입을 금지시켰다. 일부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 들른 뒤 국회 복귀를 시도했지만,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 참가자들이 국회를 향해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 "철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