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10월 한기총 이대위 김만규 전문위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구원파는 이단이 아니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구원파를 이단시하는 <현대종교> 탁명환 소장을 비난했다. 당시 경찰에서 한 진술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현재 구원파는 이단이 맞다"며 말을 바꿨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김만규 전문위원장이 과거 구원파는 이단이 아니라고 진술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24년 전 구원파는 이단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단이 맞다"고 말을 바꾸며 진화에 나섰다.

문제의 발언은 1990년 10월 경찰 조사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당시 <현대종교> 탁명환 소장의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구원파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는 단독 교단으로서 교계는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고 성경 말씀을 숭상하는 기독교 교회이며, 세례를 받을 때 물속에 몸 전체를 담글 뿐이라면서 기존 기독교와 다를 게 없다고 진술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주식회사 세모의 사장으로 있는 유병언이 구원파와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구원파의 설립자는 권신찬 목사이다. 주식회사 세모의 사장인 유 모 씨가 권 목사의 사위이긴 하지만, 세모와 구원파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구원파를 이단시하는 탁 소장을 비난했다. 이단을 앞세워 멀쩡한 사람까지 몰아붙여 모략하고 교란케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자신이 한 진술이 논란이 되자, 김 위원장은 7월 18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24년 전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구원파의 뿌리로 알려진 권신찬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는 이단이 맞다고 말했다. 세모와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에 대한 견해는 당시 언론과 법원의 발표를 보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발언을 최초 보도한 CBS를 상대로는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기성 교단, 1985년 구원파 이단 규정

김 위원장은 1990년 당시 구원파는 이단으로 규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5년 전인 1985년 구원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후 예장고신과 예장통합은 각각 1991년과 1992년도에 구원파를 이단으로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믿음의 한 기능인 깨달음만을 가지고 구원받는다는 구원파의 주장은 영지주의적 사고이며, 구원의 확신이 곧 구원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구원의 역사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구원파에 관한 이단 규정은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됐지만, 이단성 시비는 1970년대부터 있어 왔다. 교주 유병언은 1969~1974년까지 극동방송 부국장을 역임했는데, 당시 장인 권신찬 목사를 방송부장으로 임명했다. 5년 동안 아침 프로를 이끈 권 목사는 종교를 예배‧헌금‧장로‧집사 제도 등의 율법을 지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종교에서 해방되는 것이야말로 구원이라고 설교했다. 당시 주요 교단은 권 목사의 이단 사상에 항의했고, 극동방송은 1974년 유병언과 권 목사 등 구원파 관계자 12명을 퇴출했다.

이단 옹호에 앞장선 김 위원장

<기독신보> 발행인이기도 한 김만규 위원장은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와 다락방을 광고와 글을 통해 옹호해 왔다. 지난 2005년 박윤식 목사가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교단 내부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 당시 김 위원장은 "사탄의 방해를 받아 이단성 시비로 갖은 곤욕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다", "박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글과 박 목사의 책 광고를<기독신보>에 실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이대위 전문위원장의 이단 판단 기준)

지난해 1월 한기총은 김 위원장의 주도 아래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했다. 2012년 10월 다락방의 이단성을 조사하기 위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한기총은 3개월 만에 검증을 마무리 지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기독신보>에 다락방에 소속된 교회 광고를 4개나 실었다. 같은 해 7월에는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의 성명서를 게재했다. 성명은 한기총의 다락방 이단 해제를 규탄한 전국 신학대 교수 110명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