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다락방 이단 해제를 주도해 예장합동 교단 안에서 성토 대상이 된 김만규 씨. 그가 이단 해제를 변호하는 글을 자신이 발행하는 <기독신보>에 썼다. 칼럼의 제목은 '이단에 대한 바른 논의를 하자'. 7월 9일 발행한 <기독신보> 402호 사설이다.

김 씨는 한기총이 다락방을 이단에서 풀어 준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교단과 연합 기관마다 이단대책위원회가 있으나, 각 교단이나 연합 기관의 견해 차이에 따라 이단 규정이나 해제에 혼선이 온다고 했다. 때문에 자기 교단의 규정만이 최선의 것이라고 고집하지 말고 한국교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이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기총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향해 퉁을 놓았다. 특히 '우리 총회가 해지하지 않았는데 감히 연합 기관이 하느냐'고 하는 건 치졸한 논리라고 받아쳤다. 그는 예장합동 총회 결의가 100% 정당한 것이 아님을 역사가 증명한다고 했다. 193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는 국가 의식이다'라고 결의를 한 것, 이를 해방 후 장로교회가 세 번씩이나 취소 결의를 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규정한 이단 중 정치적 정서로 인해 억울하게 지목된 사례가 있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소위 '이단 감별사'의 원조 격인 한 인사가 허점이 있는 부흥사와 일부 목회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았다고 했다. 그중 후원을 하던 아무개 목사가 통일교 지지 광고를 일간지에 싣고 후원을 철회하자 그를 이단으로 매도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 씨는 "돈을 줄 때는 정통이고 돈을 주지 않으면 이단이 되는 선례를 남겼다. '이단 감별사'의 후계자들이 그런 방법을 답습하여 한국교회에 아픔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 성경을 근거로 바른 신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홉 명의 도적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억울한 한 명을 도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윤리관을 가지고 이단을 분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씨가 생각하는 성경의 원리는 이단이 회개하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한 번 이단이면 영원한 이단'이라는 묘한 논리가 존재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생기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사람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전개하자. 이단도 회개시켜 돌아오게 하고, 교회의 정통성을 따르게 해야 한다." 예장합동 교단을 향해 김 씨는 "100년 총회가 포용력이 없고 복귀하려는 이를 배척하면서 천국 문을 닫는다면 이는 장자 교단이라고 할 수 없다. 돌아오는 탕자를 맞이하는 참목자, 하늘 아버지의 심정을 가지자"고 말했다.

통일교 지지 광고 낸 목사가 억울하게 이단으로 몰렸다?

이단으로 규정된 인사에 대한 김 씨의 포용력은 유명하다. 그는 예장합동·예장통합에서 이단으로 판정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목사를 공개적으로 옹호해 왔다. 2005년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박 목사를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교단에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교단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 씨는 당시 평강제일교회에서 "사탄의 방해를 받아 이단성 시비로 갖은 곤욕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으며, 이후 <기독신보>에 "박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글과 박 목사의 책 광고를 싣는 등 은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장합동 81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에 대해서도 우호적이다. 4월 12일 자 <기독신보>에 다락방에 소속된 교회 광고가 4개나 실렸다. 이번 사설이 실린 7월 9일 자 <기독신보>에는 다락방을 받아들인 예장개혁(정학채 총회장)의 성명서가 게재됐다. 성명 내용은 한기총의 다락방 이단 해제를 규탄한 전국 신학대 교수 110명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예장합동 소속 목사로서 김 씨는 교단 결의를 무시한 행보를 보였다. 총회 결의가 100% 정당한 것은 아니라며 신사참배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신사참배의 경우와 이단을 규정하는 것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일제강점기 교회를 지킨다는 구실로 신사에 참배했던 건 정당하지 않은 행동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총회 결의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김 씨는 한 '이단 감별사'가 후원을 중단한 목사를 이단으로 몰아갔다고 썼다. 그러나 그 목사가 이단으로 규정된 건 '통일교 지지 광고'를 신문에 냈기 때문이 아닌가. 김 씨는 통일교라는 명확한 사이비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목사를 허점이 있는 목사로만 표현하고 있다. 이런 판단 기준을 가진 자가 한기총 이대위 전문위원장이다.

그는 이단도 회개시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회개의 기준은 무엇일까. 성경을 근거로 바른 신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성경 어디에서 그런 논리가 나오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지는 않는다. 유난히 <기독신보>에 교회 광고를 실은 이들에게 옹호적인 면을 봤을 때, 혹시 <기독신보>에 광고를 하느냐 마느냐가 그의 판단 기준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 씨는 돌아오는 탕자를 맞이하는 심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생명운동을 전개하자고 한다. 명확한 절차와 기준 없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이단을 해제하는 건 사람을 살리는 운동이 아니라 자칫하면 '이단'을 살리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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