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기독교인들은 바라보는 동성애는 죄악이고, 동성애자들은 회개의 대상이다. 지난 7월 9일, CBS '낸시랭의 신학 펀치'(신학 펀치)는 '동성애는 죄인가요, 죄가 아닌가요?'라는 주제로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를 다뤘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숭실대 권연경 교수,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낸시랭의 신학펀치 갈무리)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인이 가장 앞세우는 성경 말씀은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다. 이들은 소돔과 고모라가 성적 타락, 다시 말해 동성애로 인해 불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동성애자들은 죄악에 사로잡힌 존재이며, 회개 대상이다. 지난 6월,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제15회 퀴어 문화 축제 현장에서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동성애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죄악", "죄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돌아와라", "동성애를 전염시키지 마라"는 공격적인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등장하고, 통성기도가 들끓었다.

이들의 주장처럼 동성애는 죄악이고, 동성애는 사랑이 아닐까. 지난 7월 9일, CBS '낸시랭의 신학 펀치'(신학 펀치)는 '동성애는 죄인가요, 죄가 아닌가요?'라는 주제로 성경이 말하는 동성애를 다뤘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숭실대 권연경 교수,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가 이야기를 나눴다. 권 교수는 성경적으로 봤을 때 동성애는 죄라는 입장 아래 의견을 전개했다. 백 교수는 동성애에 대한 편향적인 시선을 바로잡고, 상황과 시대에 맞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이유

이야기는 '소돔과 고모라'부터 시작했다.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망하지 않았느냐"는 낸시랭의 질문에, 권연경 교수는 동성애 때문에 심판을 받은 게 아니고, 이미 잘못을 저질러 천사들이 심판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소돔과 고모라가 저지른 죄는 동성애가 아닌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은 채 호의호식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권 교수는 유다서 1장 7절에 등장하는 소돔과 고모라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소돔과 고모라 백성들이 동성애를 한 것으로 이해했다. 권 교수는 "구약의 맥락에서 봤을 때 유대인들이 동성애를 정죄한 것은 사실이다. 유대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기독교 역시 동성애를 '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소영 교수는 성서 속 상황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돔과 고모라 사건을 동성애가 아닌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문제로 인식했다. 그 근거로 롯이 두 천사를 보호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처녀인 두 딸을 내어 주겠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백 교수는 구약 시대에 여성은 사람이 아닌 철저히 재산으로 분류됐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롯이 두 딸을 내놓은 사건은 소돔과 고모라의 타락을 보여 줬다기보다는 자신의 재산을 내어 주면서까지 나그네를 지키고자 한 게 요점이라고 했다. 그 상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권연경 교수는 성경적으로 봤을 때 동성애는 죄라는 입장 아래 의견을 전개했다. 백소영 교수는 동성애에 대한 편향적인 시선을 바로잡고, 상황과 시대에 맞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날 때부터 동성애 성향, 하나님의 실수인가

낸시랭은 주위 연예인 친구들 가운데 동성애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서, 만약 동성애가 죄라면 하나님이 실수한 것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백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을 죄라고 규정하는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73년 의학계는 동성애를 질병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세계 전체 인구의 2~4%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며 총 10%의 사람이 동성애 성향을 지닌다. 결국 비율로 놓고 봤을 때, 10% 대 90%라면서 이성애적인 관계가 건강하게 보전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백 교수는, 성적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서 동성애를 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와 다르게 권 교수는 낸시랭의 질문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천적인 동성애 성향을 하나님의 실수로 판단할 경우 논리에 부합하지 않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그렇게 따지면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샴쌍둥이로 태어난 것은 하나님의 실수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동성애 성향을 지닌 채 태어난 이들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는 백 교수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동성'애 보다 동'성애' 바라봐야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들은, 동성애가 허용되면 가족이 파괴되거나 아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동성애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기독교인들이라면 오히려 보듬고 사랑해야 하는데 혐오하는 데 앞장선다며 안타까워했다. 다수의 기독교인이 '동성'에 방점을 찍고 성적인 부분에만 집착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또한, 인간의 사랑에는 성적인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면서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성애'를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로마서 14장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제 남을 심판하지 말고 도리어 형제를 넘어뜨리거나 죄짓게 하지 말자"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권 교수는 동성애는 성경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인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성경은 성적 지향을 중요하고 근본적인 요소가 되지 않다고 말한다"면서 성적 정체성 논란은 현대에 들어 지나치게 과장된 것 같다고 했다. 권 교수는 동성애 혐오도 문제 되는데 여기에는 굉장한 위선이 개입된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적 악에 대해서는 침묵하지만, 성적 소수자들을 상대로 하는 집회에는 과격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성적 소수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건드려도 별로 반작용이 없으니 쉽게 건드리는 것 같다. 교회가 좀 더 반성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낸시랭의 신학펀치 제23회 '동성애는 죄인가요, 죄가 아닌가요?' 유튜브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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