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목회를 꿈꾼다.'

목회자로 부름받은 신학도라면 한 번쯤은 품을 법한 생각이다.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컨퍼런스)에 참가한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교회가 개독교라 불리는 현실, 무엇보다 목회자 윤리가 추락한 현실에 대한 애통에서 나온다. '진짜 목회'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참된 목회의 길을 찾는 마음이 간절하다.

▲ '진짜 목회'를 꿈꾸는 예비 목회자들 54명이 신학생 멘토링 컨퍼런스에 문을 두드렸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이 6월 23일 경기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개최한 컨퍼런스는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멘토와 신학도들이 만나는 자리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목회멘토링사역원(유기성 원장)이 6월 23일 경기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는 54명의 신학생이 참가했다. '소명·부르심·순종'을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는 건강한 목회를 꿈꾸는 멘토와 예비 목회자들이 만나는 자리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컨퍼런스에서는 어떤 멘토가 참석자들을 맞이했을까. 김경호(들꽃향린교회)·김영선(인천 해인교회)·안진섭(대전 새누리2교회)·박대영(광주 소명교회) 목사가 후배를 만나고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오대식(높은뜻정의교회)·정한조(100주년기념교회)·홍민기(호산나교회) 목사도 소그룹 멘토로 함께한다. 멘토들은 2박 3일간 자리를 지키며 신학생들을 만난다. 모둠별로 일고여덟 명씩 멘토와 마주하며 회포를 풀고 지혜를 얻는 시간을 가진다.

참된 목회 향한 갈구로 멘토 만나고파

예비 목회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둘 행사장에 들어왔다. 가지각색의 신학생들이 참석했다. 서울·경기·충청·전라·경상 등 사는 곳도 전국 각지였고, 백석·장신·총신·한세·횃불트리니티 등 신학교 배경도 다양했다. 아내와 함께 온 참가자도 보였다. 이번에는 배우자를 위한 모둠 교제도 있어 동행한 이들이다.

▲ 가지각색의 신학생들이 컨퍼런스를 찾았다. 이들은 모둠별로 흩어져 멘토 목회자와 목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참가자들이 멘토와 처음 만나며 나눈 이야기를 옮긴다.

"1회 컨퍼런스에 참석한 학교 선배의 추천을 받고 참석했습니다. 교회 성장주의나 번영 신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대형 교회를 지향하는 풍토 속에서 목회와 교회의 본질을 찾고 싶습니다." - 박원웅 전도사(서울은혜교회·한세대 영산신학대학원)

"아내와 같이 왔습니다. 아내가 목회자 아내로 사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어 함께 고민을 풀고자 컨퍼런스에 참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회에서 청년부 사역을 하고 있는데, 바른 목회의 길을 고민하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 김주영 전도사(육사교회·총신대학원)

"1회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멘토 선배들과 만나며 성경의 요구, 목회의 본질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기며 또 왔습니다. 전도사 사역을 하면서 치이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서 다시 힘을 얻어 사역하고자 합니다." - 임도훈 전도사(성산성결교회·성결신학대학원 졸)

"현장에서 건강한 목회를 실천하는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협한 시야를 걷어 내고 싶습니다. 교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겉보기만 화려한 교회가 아니라 진짜 교회를 이루고 싶습니다.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계속 치열하게 고민하고자 합니다." - 최희진 전도사(높은뜻정의교회·장신대학원)

고난받는 이웃과 같이 뒹군 목회 이야기

▲ 컨퍼런스 강의의 첫 주자는 김경호 목사였다. '성서신학자, 거리의 목회자 되기까지'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소신껏 걸어온 목회 이야기가 펼쳐졌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멘토의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졌다. 첫 주자는 김경호 목사다. '시인 같다'는 한 참가자의 말마따나 강의 제목이 심상치 않다. '성서신학자, 거리의 목회자 되기까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소신껏 걸어온 목회 이야기가 펼쳐졌다.

김 목사는 3대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어릴 적 교회 생활을 무척 열심히 했다. 중고등부 회장을 했던 시절에는 '청소년 전도사' 역할을 했다. 전도를 열심히 하다 보니 40명에서 100명까지 늘기도 했다. 그러다가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서 연세대에 들어가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스승의 영향을 받아 '교회 안에 갇힌 예수'가 아닌 '고난받고 억울함 당하는 이웃과 함께하는 예수'를 만났다. 이를 배경으로 김 목사는 강남향린교회와 들꽃향린교회에서 공동체를 일구며, 도시 빈민 선교와 가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선교를 실천했다. (관련 기사 : "자립하면 또 분가해야죠")

"자기 소신대로 목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목회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목회 방향의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하면 모든 것이 어긋납니다." 김 목사가 신학도들을 향해 건넨 말이다.

▲ 컨퍼런스 두 번째 강사로 김영선 목사가 나섰다. 김 목사는 해인교회에서 남편과 공동 목회를 하면서, 노숙인 등 소외된 이웃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자활하도록 도운 이야기를 풀었다. ⓒ뉴스앤조이 엄태현

두 번째 강사로 나선 멘토는 김영선 목사다. "생김새는 레스토랑에서 칼질하게 생겼는데, 노숙인과 같이 한상에서 밥을 먹는 게 괜찮나요." 과거에 해인교회를 방문한 한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란다. 김 목사는 남편과 공동 목회를 하면서, 노숙인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 등 소외된 이웃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자활하도록 도왔다. (관련 기사 : 가까운 이웃 도왔더니 먼 데 이웃도 찾아오더라)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살라고 하나님께서 해인교회로 부르신 것 같습니다. 주님의 발길에 채여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함께한 이웃 중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는 이가 생길 때 큰 감동을 얻습니다. 구제받는 것에 이어 신앙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김 목사가 참목회의 길을 고민하는 예비 목회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강연 이후 참가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 강연 이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참된 목회를 향한 갈구가 질문 속에 묻어났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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