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산교회 이유승 목사의 설교 표절 문자가 불거진 건 올해 초부터다. 교인들의 계속되는 항의에도 이 목사가 모르쇠로 일관했다. 참다못한 이 아무개 집사는 4월 13일부터 동산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뉴스앤조이>는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시온교회 이재훈 목사의 상습적인 설교 표절을 4월 9일 보도했다. (관련 기사 : 시온교회 목사, 설교 '통째로' 베끼고 '인용' 발뺌) 보도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에 관한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동산교회 이유승 목사가 부산 ㄷ교회 ㄱ 담임목사의 설교를 표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승 목사와 ㄱ 목사의 설교를 검토해 본 결과, 설교 제목과 본문은 물론 설교한 날짜까지 같았다. 앞서 보도된 시온교회 이재훈 목사의 표절 방식과 흡사하다.

2013년 5월 19일 이유승 목사는 '은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본문은 사무엘상 30장 18~25절이었다. 다음은 설교 중 일부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이기게 하셨고, 은혜로 가족과 재산을 찾게 하셨고, 은혜로 전리품을 얻게 하셨다. '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중략) 23~24절을 보십시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도전하는 신앙의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우리에게 은혜를 말하면서 살라고 강력하게 도전합니다. (중략) 5월은 은혜를 말하기에 적합한 달입니다. 자식들은 부모님의 은혜를 깨닫고 말해야 합니다."

다음은 2012년 5월 20일 ㄱ 목사의 설교 '은혜 이야기' 중 일부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이기게 하셨고, 은혜로 가족과 재산을 찾게 하셨고, 은혜로 전리품을 얻게 하셨다. 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중략) 23~24절을 보십시오. 성도 여러분,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은혜를 말하면서 살라고 강력하게 도전합니다. (중략) 5월은 은혜를 말하기에 적합한 달입니다. 자식들은 부모님의 은혜를 깨닫고 말해야 합니다."

일부 표현을 바꾸거나 가미했을 뿐 이유승 목사는 ㄱ 목사의 설교를 거의 가져다 썼다. 위 인용문에 중략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유승 목사는 이런 방식으로 2013년 한 해 동안 설교했다.

▲ 이유승 목사는 ㄷ교회 ㄱ 목사의 설교뿐 아니라 팟캐스트에서 강해 설교를 진행하고 있는 ㅂ 목사의 설교도 표절했다. 어떤 목사의 설교를 표절하든 상관없이 이 목사는 성서 본문과 설교 제목을 그대로 베껴 썼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동산교회 교인들은 올해 초부터 설교 표절에 대해 사과할 것을 이유승 목사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이 목사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아무개 집사가 4월 13일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자 그때야 이 목사는 임시 제직회를 소집해 설교 표절 문제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표절이 아닌 인용이다. 13년 동안 목회하며 안식년 한 번 못 갔다. 어느 목사나 일주일에 9편씩 설교를 준비하다 보면 좋은 목사님들의 말씀을 인용한다. 본의 아니게 성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몇몇 교인은 이 목사의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아무개 집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목사가 사과가 아닌 변명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다른 교인 한 명도 "이게 어떻게 인용이냐, 변명하려 들지 말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해라"며 소리쳤다. 이 목사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임시 제직회를 끝냈다.

▲ 이유승 목사의 표절 여부를 처음 알아챈 건 동산교회 청년들이었다. 교회 청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유승 목사의 설교가 표절이란 사실을 알아챘다. 청년들은 이 사실을 당시 교육목사로 있었던 ㄱ 목사에게 알렸다. 부목사 신분이었던 ㄱ 목사는 담임목사의 치부를 차마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 하지만 목회자적 양심상 더 이상 숨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ㄱ 목사는 이 아무개 장로에게 모든 사실을 전했다. 사진은 ㄱ 목사와 이 아무개 장로의 대화 전문. ⓒ뉴스앤조이 장성현

표절한 목사들의 똑같은 변명, '표절' 아닌 '인용'…장로들은 목사 두둔하기 바빠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로 발생한 동산교회와 시온교회의 갈등 양상은 매우 유사하다. 첫째, 표절에 대한 증거가 명백하지만 이재훈, 이유승 목사는 표절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재훈 목사는 인터넷에서 좋은 설교를 가져와 강단에서 설교한 적은 있지만, 자신이 정독하고 각색했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유승 목사 역시 설교를 준비할 때 설교집이나 주석집을 조금 보고 인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둘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소수의 교인에 맞서 장로들은 목사를 두둔하고 있다. 장로들은 설교 표절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동산교회 이 아무개 장로는 바울 사도가 한 얘기를 어떤 목사가 설교 시간에 똑같이 얘기하면 그것도 표절이냐며 도리어 기자에게 따졌다. 그는 이유승 목사가 사과한 이유도 "몇몇 교인들이 하도 표절 표절하니, 목사님들이 설교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성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 것"을 염려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시온교회의 한 장로는 이재훈 목사의 표절 시비에 대해 표절이 아닌 인용이며 설교에 이단성이 없고 은혜만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시온교회 이재훈 목사는 지난 4월 13일, 교회의 모든 일에 손을 떼고 3개월간 근신한다며 기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사과를 구하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표절이 아닌 인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만연한 설교 표절, 교회 분쟁의 빌미…목사·교회 다 같이 망하는 길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 문제는 교회 갈등으로 번진다. <뉴스앤조이>를 통해 보도된 내용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ㅂ교회는 설교 표절로 불거진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ㅅ 목사를 상대로 교인 50명은 '담임목사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2010년 7월 제기했고, 2011년 6월 ㅅ 목사는 결국 사임했다. 이후 ㅂ교회는 ㅈ교회로 교회 이름까지 바꿨다.

ㅇ교회 역시 ㅈ 목사의 설교 표절 시비에 신학 사상과 윤리 문제까지 더해져, 교회는 조 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갈라졌다. 노회에서 구성한 수습위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양측 간에 화해는 요원한 상태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교인들은 민간 송사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이지만, 사태를 지켜보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 6년간 199번 설교 표절, 교회는 두 동강)

신학교 교수들, "설교 표절은 엄연한 도둑질…설교 횟수 줄이고 신학 공부 시간 늘려라"

설교 표절, 이들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수직과 목회를 겸하고 있는 한 목사는, 주변에 설교 표절 문제로 사임 위기에 몰린 목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설교를 표절해도 교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교인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설교가 표절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챈다고 말했다.

실천신학대학교 박종환 교수는 설교 표절은 남의 생각을 도둑질하는 행위라며, 정직과 청렴이 요구되는 목사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 목사들은 일주일에 10편 정도의 설교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설교 한 편을 준비하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한정될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설교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신학대학교 조기연 교수는 한국교회 안에 예배가 잦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선교 초기의 역사적 배경을 들며, 제대로 된 예배당이 없어 거리나 천막에서 드렸던 전도 집회·부흥 집회가 예배로 굳어지며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예배 횟수를 줄일 수 없다면, 예배 형식을 바꿔 설교 부담을 줄이라고 교수들은 충고했다. 박 교수는 가장 중요한 주일 공동 예배를 제외한 주일 오후 예배·수요 예배·새벽 예배는 성서 본문을 봉독한 뒤 본문 주해식 강해 설교를 하게 되면 목사들의 설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인들이 금요 예배·새벽 기도회 때는 성경 공부, 간증 집회 같은 하나의 집회 모임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창기 목사(전 고신대학교 총장)는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목사 후보생들이 신대원 3년간 교육받으면서 신학·인문학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교회 사역 등 다른 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다"고 말했다. 기본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목회 현장으로 나오다 보니 성서와 사회를 해석할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설교는 과다한 상태에서 표절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학·인문학·윤리 교육을 신학교 내에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교단에서는 설교 표절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시벌은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황 목사는 말했다. 표절의 정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권징은 이루어질 수 없다며 각 교단별로 설교 표절에 대한 법률을 제정함과 동시에 어디까지를 표절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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