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온교회 이재훈 담임목사는 인터넷에서 설교를 찾아 거의 그대로 강단에서 전했다. 몇몇 교인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 목사는 표절이 아닌 인용이었다고 해명했다. 장로들도 권징 사유가 아니라며 이 목사의 표절 설교에 침묵했다. (사진 제공 다음 카페 시온출신)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시온교회가 이재훈 담임목사의 설교 표절로 시끄럽다. 몇몇 교인들이 이 목사의 2013년 설교 40편을 조사한 결과, 17편의 설교가 표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해에도 4주 연속 표절 설교를 했다. 이들은 당회에 이 목사의 표절 설교 자료들을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장로들은 설교 표절이 교단 헌법에 권징 사유로 나와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목사는 제직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했지만, 일주일 후 다시 설교를 표절했다.

이재훈 목사는 설교의 일부분을 베끼거나 짜깁기한 게 아니라, 인터넷에 게재된 남의 설교를 거의 통째로 가져왔다. 본문과 제목도 똑같은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에 설교 제목을 치면 이 목사가 표절한 설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강남중앙침례교회 피영민 목사, 현대교회 홍인식 목사, 한가람교회 임덕순 원로목사 등의 설교를 도용했다. 이 목사가 조금 추가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설교문을 그대로 읽은 수준이다.

이 목사가 다른 사람의 것을 도용해 전한 설교는 버젓이 시온교회 홈페이지에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이 목사의 설교를 조사한 교인들은 표절이 너무 많아 충격에 빠졌다. 교인 이 아무개 씨는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강단에서 이럴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 교회를 기만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이 목사가 부임한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설교는 자료가 없어서 알아보지 못했다며, 지금 발견한 것보다 표절 설교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설교 표절을 찾아낸 교인들은 진상을 조사하고 그 책임을 물어 달라며 3월 23일과 30일 당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청원서와 이 목사의 표절 설교 자료들을 제출했다. 이 목사와 당회원들은 30일 오후 예배가 끝난 후, 300여 명의 교인 중 40여 명의 제직들만 불러 모아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목사는 "8년 동안 설교를 준비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서 인용한 부분도 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4월 6일, 이재훈 목사는 다시 도용한다. 이날 설교 본문은 요한복음 10장 9~18절이었고, 제목은 '나는 문이다'였다. 이것은 '인터넷목회정보클럽'이라는 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작자 미상의 설교문과 같았다. 원래 사순절 넷째 주일 설교인데 이 목사는 다섯째 주일 설교로 바꿨고, 소제목이 두 개였는데 이 목사가 마지막 부분에 하나를 추가해 세 개로 만들었다. 나머지는 설교문을 그대로 읊었다.

이 목사가 또 표절 설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한 집사가 설교 도중 일어나 이 목사에게 항의했다. "목사님의 설교가 맞습니까"라는 질문을 교인들이 막아섰다. 교인들은 "예배 시간에 조용히 좀 합시다", "예배 시간에 뭐하는 짓이야. 방해하지 말고 빨리 앉아", "사탄 쫓아냅시다, 빨리"라고 말하며, 항의하는 집사를 제지·비방하고 끌어내려 했다. 잠시 설교를 멈췄던 이 목사는 장내가 잠잠해지자 다시 설교문을 읽어 나갔다.

예배 후 교인 두세 명이 다시 당회를 찾아 이 목사의 설교를 성토했다. 장로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교인들이 계속해서 항의하자, 한 장로는 "설교를 인용한 게 범죄냐. 권징 사유가 되냐. 그런 법이 있으면 가져와 보라"며 오히려 예배 시간 중에 항의한 집사를 나무랐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표절이 아니라 인용이다. 목회자의 윤리 문제라는 지적은 개개인의 견해일 뿐이다. 설교에 이단성이 없고 은혜가 됐다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재훈 목사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설교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넷에서 좋은 설교를 발견하면 가져와 강단에서 설교한 적은 있지만, 자신이 몇 번이나 정독하고 각색하기 때문에 표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의 것을 가져왔는데 인용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게 바로 표절이라고 설명하자, 이 목사는 "현실적으로 설교 시간에 어떻게 일일이 인용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설교 표절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는, "한국교회는 목사의 설교 횟수가 많다 보니 표절 유혹도 많다. 그러나 설교를 표절하는 것은 명백한 도둑질이며, 하나님 앞에서 성실·진실하지 않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온교회가 소속한 예장통합뿐 아니라 예장합동·감리회 등, 국내 주요 교단의 헌법이나 규칙에는 설교 표절을 금지하는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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