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팽목항은 여객선 침몰 참사 이후 삼 일째 아침을 맞았다. 사고가 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생사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어 피해 가족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48시간이 지났다. 생존자 수색 작업이 삼 일째 펼쳐지고 있지만, 기다리는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사망자만 늘어나고 있어 가족들의 마음엔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18일 새벽, 실종자 중 16명의 시신이 팽목항에 입항했다. 혹여 자신의 자녀일까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부두에 몰려든 학부모들은 연신 오열을 멈추지 않았다. 육지로 올라온 시신을 본 한 학부모는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뽀얗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만 일찍 발견했으면,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뒷말을 삼킨 것이다. 자녀를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발걸음을 돌렸다.

▲ 새벽 1시 즈음, 시신을 태운 배가 팽목항 부두로 들어왔다. 자신의 자녀와 신상이 비슷하다면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자녀일까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부두로 몰려들었다. 시신을 본 많은 학부모는 오열했다. 조금만 일찍 발견했어도 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팽목항 대합실 옆에 설치된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배에 남아 있던 승객을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에 관한 보도가 나올 때면 "죽일 놈" 등의 쌍욕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더는 못 보겠다"며 자리를 뜨는 생존자 가족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새로운 생환 소식을 기다리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다른 한쪽에서는 다수의 단원고 학부모가 정부의 구조 작업과 대응이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 책임자로 나온 서해해양경찰청장의 상황 설명이 자주 바뀌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시신이 들어온 이후 아무런 말도 없이 1시간 넘게 자리를 비운 태도에 분노를 표출했다. 학부모들은 "정부 책임자 나와라!", "우리 아이를 살려 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무책임함을 성토했다.

▲ 많은 실종자 가족은 대합실 옆에 마련된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뉴스에서 나올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배에서 제일 먼저 탈출한 선장 이야기가 나올 때면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위험하니 가만히 움직이지 말아라"라는 안내 방송이 더 큰 참사를 불렀다는 보도가 나올 때도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가족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며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팽목항은 생존자 가족들의 눈물과 오열, 분노로 뒤범벅된 상황이지만, 이들을 도우러 온 손길도 적지 않았다. 현대삼호중공업 봉사단과 대한적십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 사회 공헌 봉사단 등이 물과 담요 등 구호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울산 권역 응급 의료 센터와 대한약사회 봉사단이 피해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고, 한국전력은 팽목항에 긴급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수중환경협회 경북본부, 한국잠수협회, 한국재난구조봉사단 등 민간 전문 잠수부들도 방문해 수색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한기봉·조현삼 단장)이 사고가 난 4월 16일 저녁부터 팽목항에 캠프를 차리고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한기봉은 진도군교회협의회(진교협·문명수 목사)와 협력해 물과 컵라면, 담요, 치약, 칫솔 등 2000만 원 상당의 식수와 생필품을 마련했다. 서울광염교회에서 온 정 아무개 목사는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피해 가족들의 고통이 이해가 간다며,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이 기독교의 역할이라고 했다.

▲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2000만 원 상당의 구호 물품을 팽목항에 운집해 있는 피해 가족에게 공급하고 있다. 4월 17일까지는 컵라면과 물, 담요 등 생필품이 전부였다. 다음 날 진도군교회협의회의 지원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밥과 국이 준비됐다. 그러에도 절망적인 상황에 목이 메어 식사를 제대로 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17일 저녁 현장에 도착해 뜬눈으로 밤을 새운 한기봉 박이삭 목사는, 절망적인 상황에 목이 메어 식사를 거르는 실종자 가족이 태반이라고 했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한 학부모는 박 목사에게 찾아와 자식의 생환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많은 이가 체력적으로 지쳐 있고, 특히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국교회에 기도를 부탁했다.

구세군대한본영(구세군·박종덕 사령관)도 16일 저녁부터 무료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매끼 500인분을 만들어 배식하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서준배 사관은 울음과 탄식이 뒤엎고 있는 현장에 도착해 울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구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들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구세군도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4월 17일에는 매 끼니마다 400인 분을 준비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18일부터 매끼 500인분으로 늘렸다. 구세군은 구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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