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실종자 구조 이틀째인 4월 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이 피어올랐다. 촛불교회와 국정원선거개입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실종자 무사 귀환 염원 촛불 기도회'를 열었다. 50여 명의 참석자는 세월호 실종자가 하루빨리 가정과 학교, 직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4월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동아일보> 빌딩 앞 청계광장에 촛불이 하나둘 켜졌다.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지만,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 갔다. 간이 무대 중앙에는 '세월호 침몰 사건 실종자 무사 귀환 염원 희생자 추모의 벽'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단상에는 국화가 놓였다. 평화누리 김희석 사무국장은 "지금 이곳에 비가 내리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진도 앞바다에 내리는 비는 그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며 소리 높여 기도했다.

▲ 촛불 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박득훈 목사는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밤이라면서 하나님에게 실종자들을 구해 달라고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정의, 평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목요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 촛불교회와 국정원선거개입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가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위한 촛불 기도회를 열었다. 참가자 50여 명은 우산을 든 채 기도회에 임했다. 이날 설교자로 나선 박득훈 목사(새맘교회)는 설교에 앞서 만화가 조남준 씨가 실종된 고등학생들을 애도하며 쓴 글을 찬찬히 읊었다. "착한 바보들아, 항상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했던 착한 아이들아.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하략)." 박 목사는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밤이라면서 하나님에게 실종자들을 구해 달라고 소리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 이틀째인 이날, 언론들은 기상 악화로 구조와 수색 작업이 어렵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은 287명의 실종자가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궂은 날씨를 거둬 달라고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주거권기독연대 허준영 공동대표는 "조류의 속도를 늦춰 주십시오. 구조대가 실종자를 찾게 해 주시어 가족을 포함해 국민이 소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한 참가자는 "이대로 실종자들을 찾지 못하면 기쁨의 부활절에 무엇을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부디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9명의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를 한 뒤, 청계광장 내에서 침묵 행진을 벌였다. 지나가던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촛불 행진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기도회는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예수살기 양재성 총무는 꽃다운 아이들이 희생된 게 너무 안타깝다면서 시간이 흘러도 진전이 없는 상황인데, 하루빨리 실종자들이 구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식을 둔 부모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사회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안전에 관한 우리 사회의 안이함이 안타깝다.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오열했다.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는 오는 부활절에는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보다 한국 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반성하고, 모두가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 목사는 교단 부활절 연합 예배는 몰라도, 고난받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예배에서는 회개와 반성의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계는 세월호 침몰에 따른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김영주 총무)는 4월 19일 교단장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의 대책과 수습 과정에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전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홍재철 대표회장) 임원회는 4월 17일 사고가 발생한 전남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궂은 날씨 속에서도 기도회는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촛불교회 최헌국 목사는 실종자가 287명(4월 17일 기준)이라면서 이들이 전원 생환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고 했다.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초가 바닥에 놓여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촛불교회 제201차 기도회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위한 촛불 기도회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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