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놓고 홍재철 목사(경서교회)와 엄기호 목사(성령교회)가 맞붙는다. 두 후보는 1월 10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표회장 후보자 공청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선거 경쟁에 돌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표회장에 재선임되면 한교연과 통합하겠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만 채우고 멋지게 물러나겠다." (홍재철 목사)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 피스 메이커로서 연합 단체 소통의 힘을 보여 주겠다." (엄기호 목사)

제19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놓고 홍재철 목사(경서교회)와 엄기호 목사(성령교회)가 맞붙는다. 두 후보는 1월 10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표회장 후보자 공청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선거 경쟁에 돌입했다. 홍재철 목사는 지난 2년간 자신이 펼쳐 온 사업을 치켜세웠고, 엄 목사는 소통과 선교를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한기총 전·현직 임원을 비롯해 교계 기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 3회 연속 대표회장에 도전하는 홍재철 목사는 서울역 노숙인 이전과 기독교식 템플스테이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승렬 선거관리위원장의 소개를 받은 두 목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청중에게 인사했다. 공약은 기호 2번 엄 목사가 먼저 발표했다. 그는 발표에 앞서 기호 2번이 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후보 등록을 홍 목사보다 빨리 했음에도 추첨도 없이 기호 2번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을 비롯해 한기총 관계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엄 목사가 "추첨으로 기호를 뽑는 줄 알고 기도를 많이 하고 왔다"고 말하자 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이승렬 위원장은 공청회에 앞서 관례에 따라 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를 기호 1번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엄 목사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최선을 다해 연합 사업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 땅에서도 성령의 바람이 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평안남도 대안시에 6만 5000여 평의 땅이 있다면서 교회를 지어 선교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엄 목사는 말했다.

홍재철 목사의 공약은 흡사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는 듯했다. 그는 정부와 협력해 현재 사용하지 않는 역촌동 군사기지로 서울역 노숙자 전원을 옮기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노숙자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착촌을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둔화되는 개신교의 성장도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군사기지를 민간인에게 이양할 수 없다는 법에 걸려 있지만, 국회를 통해 법이 개정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기독교식 템플스테이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기독교식 템플스테이는 한국교회의 숙원 사업이라며, 홍천에 땅을 알아보고 있고 이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선관위 측은 공약 발표 시간을 5분으로 한정했지만, 홍 목사의 발언은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 이후에도 계속됐다.

▲ 세 차례나 한기총 공동회장을 역임한 엄기호 목사는 소통을 강조하며, 최선을 다해 연합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공약은 자기 자랑으로 바뀌었다. 홍 목사는 "WCC(세계교회협의회) 반대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이로 인해 수많은 적이 생겼다. 대한민국 교회가 잠자고 예장합동이 잠잘 때, 나는 그 일에 뛰어든 것을 여러분은 알지 않느냐. (결국) 우리는 승리했다"며 자축했다. 재선임되면 후회없는 삶을 살겠노라면서 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시키고 멋지게 물러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와 함께 WEA(세계복음주의연맹) 총회 개최를 위해 준비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은 홍 목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등 주요 교단이 떠난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홍 목사는 "예장통합과 합동이 떨어져 나가서 위상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정말 불쾌하다"면서 시대와 역사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화기애애하던 공청회 분위기는 홍 목사가 엄 목사에 대한 공세를 높이면서 가라앉았다. 한기총 일부 회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제24-1차 임시총회 절차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임시총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절차적인 하자는 없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 연임 위해 정관 개정) 그러면서 당시 엄 목사가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 가담했다며 비판했다. 또한 지난해 <국민일보> 광고에 WCC를 지지하는 인사들 가운데 엄 목사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은 정관 3조에 따라 WCC를 반대하고, 이를 어기는 회원 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던 공청회는 홍재철 목사(사진 왼쪽)가 엄 목사에 대한 공세를 높이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지난해 <국민일보> 광고에 WCC를 지지하는 인사들 가운데 엄 목사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엄기호 목사(사진 오른쪽)가 벌떡 일어나 광고 속 사진은 자신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나갔다고 맞받아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엄 목사는 홍 목사의 WCC 발언에 벌떡 일어나 광고 속 사진은 자신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나갔다고 맞받아쳤다. 임시총회와 관련 발언권도 주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 이름을 적어 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엄 목사는 1월 9일 "WCC 관련 행사에 참여하거나 협력한 사실이 없음"을 밝히는 확인서를 한기총에 제출했다. 한기총 제19대 대표회장 선거는 1월 21일 열린다.

한편, 공청회 직후 기자를 만난 홍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의 'CBS 방송 중지 요청' 보도는 오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1월 9일 "(한기총 임원회는) CBS 기독교방송에 대해서는 기독교방송 취지에 맞지 않는 목회자 비방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오는 21일 정기총회 이후 정부에 방송 중지를 건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홍 목사는 "의미 없는 헤프닝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국민일보>가 실었다. 앞으로 출입 못 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왜 이간질해서 사람들을 혼란시키는지…앞으로도 방송 중지를 건의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목사는 1월 8일 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CBS 방송 중지 건'에 대해서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청회가 끝난 뒤 두 후보가 공명선거를 다짐하며, 서로를 얼싸안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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